삽질에 대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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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있는 선진국의 백화점이나 상점을 방문하면, 우리나라에서 한 매장에 작게는 1명 많게는 3~4명이 넘는 안내직원을, 한 층을 통틀어서 한 두명 정도 볼 수 있다. 구매자로서, 눈짓이나 조금의 관심이라도 보이면 여지 없이 달려와서 이것 저것 질문을 던지거나 치수를 물어보는 대한민국의 쇼핑 환경이 참 좋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그런데 생산성의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서 떨어진다. 선진국에서 한 명이 하는 일을, 대한민국에서는 몇 명의 직원이 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 자동화나 DIY문화가 발달한 이유는,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즉 사람이라는 자원이 상당히 귀하다는 뜻이다. 나름 발전이 많이 된 우리나라는 생산성이 많이 떨어지지만 근무시간은 OECD 가입국 중에서 순위권이라도 한다. 이것을 요약하자면, 인적 자원이 흔하기 때문에, 인적 자원을 물 쓰듯이 한다는 뜻이다.

사업을 하든 일상의 삶을 살든, 풍족하다는 것은 좋다. 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풍족함은 발전의 원동력을 제공하지 않는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 한다. 마차가 최고의 해결책이었다면, 자동차는 발명되지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선진국에서 인적자원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고 사업을 하려는 이유도, 인적자원이 비싸고 풍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제대로 된 기계가 없어서 싼 인건비로 물건을 만들던 시대도 있었다. 물론 그 당시와 비해서 축전된 자본이 엄청나다. 기업에게 다행일 수도 있는데, 자본이 축저된 것에 비해서 인적자본의 귀한 시기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어디서 시작하면, 인적자본이 귀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 그 원인이 정치적인 원인이든 인구의 변동에 기인한 원인이든지, 인적자본이 귀한지 알고, 그 귀한 인적자본을 참 알뜰하게 쓰는 사회가 되는 게 발전의 방향이 아닐까?

10년 전에 인도에 출장을 갔다. 호텔에서 출장지로 출근하는 길에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어른 팔길이만한 구덩이를 메꾸는 공사현장에 인부 5~6명이 붙어서 일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하디 흔한 굴삭기 같은 게 없어서, 사람으로 때우는 듯 싶었다. 문득 이 글을 쓰면서 그 광경이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에게 삽질이란, 일종의 미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오래 전에 관습화되어 습관이 된 것처럼, 굴삭기가 있어도 삽질하는 게 하나의 문화나 습관이 된 상태 말이다.

글: 신승환
출처: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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