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연예인만이 답이라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몇년전에 한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였다. 세대별로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를 알아본 적이 있었다. 40-50대는 건강, 재테크, 웰빙, 교육문제 등이 단연 지배적인 토픽이지만, 10-20대로 내려오면 ‘연예인’이라는 토픽이 항상 1위-2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40-50대에도 연예인에 대한 관심은 최소 5위 안에 들 정도로 상위에 랭크된다는 점. 세대를 아울러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고, 가장 많이 검색해서 찾아보는 주제가 연예인이라는 이야기다. 연예인의 신변잡기, 연예인의 열애설 이야기, 연예인이 출연한 영화,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 혹은 연예인의 패션에 이르기까지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는 그 주제가 다양하다. 사람들이 이처럼 연예인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을 두고,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삶의 중심에 놓을수록, 기업들은 더 많이 연예인을 기용해서 마케팅을 전개하기 마련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더 많이 연예인에 노출되고, 그 순환은 계속된다.

한국에 오랜만에 돌아와서 다시금 느끼는 외국과의 큰 차이점 중에 하나는 기업들이 마케팅에 연예인을 사용하는 정도이다. 빈도나 그 노출 비중 면에서 확실히 미국과는 다른 것을 느낀다. 심지어 엔터테인먼트 문화가 우리보다 먼저 발달한 일본보다도 더 심하다고 느낄 정도이니, 우리나라 사람들의 연예인에 대한 사랑은, 아니 다른 각도로 이야기하면 우리 기업들의 연예인에 대한 사랑은 세계 제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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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모델 사용의 네거티브

마케팅의 관점에서만 더 좁혀서 생각해 보자.

연예인을 활용한 마케팅에 대해서 반대하는 나의 의견에 대해서는 여러차례 이 블로그에서 밝힌 바가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 포스팅들을 읽어보시길 권한다.

경쟁사가 소녀시대를 광고모델로 쓴다면?
연예인을 잘못 쓸 땐, 광고가 광고가 아니야: 뜬금없는 구하라…
Kellogg MBA 광고전략론 – 나의 P&G 뛰어넘기
2012 슈퍼볼 광고, 트랜드와 BEST PICK 21

물론 연예인을 쓰는게 무조건 잘못 된 것은 아니다.

자신이 마케팅하는 브랜드를 잘 대변할 수 있고, 연예인을 적극 활용해서 ROI를 뽑아 낼 수 있다면 비즈니스 관점에서도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연예인을 활용할 때, 가장 큰 단점은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특히나 한국에서의 연예인들의 몸값이라는 것은 굉장히 부풀려져 있어서 광고주 및 마케팅 담당자 입장에서는 본전을 뽑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결국 비용을 합리화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진다는 등의 측정 불가능한 요소들이나 정성적인 요소들을 많이 가미하게 된다. 심지어는 ‘조직의 사기진작’이나 ‘경쟁사 기죽이기’ 등도 들어간다. 심지어는 건설회사나 건자재 회사들조차도 연예인을 내세운 광고를 주로 하고 있으니, 도대체 연예인이 사는 아파트가 뭐가 그렇게 좋다는 것인지 나로서는 납득이 되지 않긴 하다. 더 슬픈 것은 내가 만난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들 (특히 돈 많이 쓰는 회사에 다니는 분들)에게 ‘왜 그렇게 쓸데없이 광고를 많이 쓰냐? 그것도 연예인 발라서?’ 라고 물어보면,  많은 분들이 이렇게  대답하신다는 점이다.  ’경쟁사가 그렇게 하니까’

또 다른 연예인 사용의 네거티브는 최근의 2PM 닉쿤이나 티아라 왕따설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negative issue에 의해서 기존에 기획했던 광고의 집행이 어려워지고, 쉽게 말해서 한방에 브랜드가 훅 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되면 앞서 언급했던 브랜드 이미지를 좋게 한다는 둥의 이야기들은 오히려 반대의 역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이, 연예인 사용으로 인해서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면, 반대로 그 연예인의 부정적인 사건으로 브랜드가 타격을 입을 수 있음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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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PM 닉쿤의 음주운전 사건으로 인해서 광고에서 닉쿤을 제외하게 된 캐리비안베이, 출처: http://enews24.interest.me/news/01/3285701_1161.html

한국에서는 장기적인 브랜드 구축이 불가능할까?

연예인 사용이 한국에서 특히 심하게 이뤄지는 이유는 한국의 기업들이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연예인을 사용해서 뭔가 뽀대나게 팡! 터뜨리는 형식의 마케팅을 해야만 매출이 움직인다는 증명되지 않은 믿음도 시장에 지배적인 것 같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소위 ‘뜬다’는 연예인을 사용해서는 장기적으로 일관된 브랜드를 구축하기가 어렵다. 연예인에 더 의존하면 의존할 수록, 소비자들은 제품이나 브랜드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연예인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에 TV에서 본 미스터 피자의 ‘택연 피자’라는 광고는 나를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도대체 이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의문점을 갖게 했고, 단기적으로 한철 장사를 해먹겠다는 얄팍한 의도에 우리나라 대표 피자 브랜드라는 곳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이 이정도인가? 라는 자괴감마저 들게 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명동 거리를 걷는데, 박태환 선수의 사진이 여기저기 붙어 있어서 봤다. 한참을 보고 나서야, 그곳은 바로 잠바 쥬스의 매장 앞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 처음엔 몰랐는데, 자세히 째려보니 새로 들어온 잠바쥬스의 매장이었다. 잠바쥬스와 수영선수 박태환이 적절한 궁합이라고는 개인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데, 그것은 둘째로 하고서라도 일단 비주얼 사용이 너무 심해서 브랜딩 자체보다는 박태환에 촛점이 맞춰져 버렸다. 브랜드 론칭때부터 이렇게 celebrity를 전면에 내세우면, 도대체 장기적으로 브랜드를 어떻게 가져가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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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한번 생각해보라. 프랑스나 이태리의 명품 브랜드가 특정 연예인과 자신을 연계(associate)시키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명품 브랜드들일 수록 연예인 사용에 대해서 극히 보수적이다. 브랜드 가치가 생명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쉽게 연예인을 사용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광고비를 가장 많이 쓰는 것은 통신사, 보험사, 금융서비스 등인데, 미국의 통신사, 보험사, 금융사들도 수많은 광고카피를 TV에 걸고 있지만, 의외로 연예인을 내세우지는 않는다. 리테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스타벅스나 맥도날드와 같이 마케팅에 대한 엄청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이 가장 피하는 것이 바로 celebrity marketing이다.
왜일까? 왜 이렇게 마케팅에 대해서 똘똘한 노하우를 많이 보유한 친구들이 연예인 써서 하는 마케팅은 극도로 피할까?

늘 그렇듯이 너무 쉬운 것은 답이 아니다. 물론, 당신의 브랜드를 장기적으로 가져갈 생각이 있다면 말이다.

연예인,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이 쓰나?

아마도 연예인을 쓰고 본다는 식의 기업의 대부분의 사장님, 혹은 마케팅 담당자, 혹은 광고 에이전시들의 생각은 아래와 같은 흐름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제품이 출시된다. (혹은 새로운 시즌이 다가온다.)
신제품을 아무리 뜯어보아도 기존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혹은 경쟁사 제품과 차별화가 크지 않다.
광고를 만들려고 해도 부각할 거리가 별로 없지만 무언가 이슈를 만들어서 소비자 마음속에 각인시키고, 눈에 띄게 해야 한다.
게다가 경쟁사는 연예인을 써서 광고를 한다.
우리도 연예인 밖에는 답이 없다.

위의 단계에서 1단계에서 2단계로 건너가는 부분은 제품의 기획단계에서부터의 오류일 가능성이 크다. 무언가 다른 제품이 아니라면 존재할 이유가 없기에, 제품 기획단계에서는 분명 날이 선 제품의 차별화 포인트가 있었을 것이다. 혹은 제품 기획자와 세일즈/마케팅간의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 제품의 차별화 포인트가 적절하게 조직 내에서 커뮤니케이션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단계-3단계는 마케터가 자기 일을 똑바로 안한 것이다. 아무리 제품의 차별화 포인트가 없다고 하더라도 억지로라도 만들어서 그것이 소비자들에게 의미가 있도록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마케터의 업무이다. 제품에서 출발해서 소비자의 니즈와 매칭을 하던, 아니면 소비자의 니즈에서 출발해서 제품의 숨겨진 효과/효능/디자인을 찾던, 아무튼 그것이 마케터가 존재하는 이유의 거의 전부이다. 이 부분이 안되었다면 그 회사의 마케터는 월급을 받을 이유가 없다. 물론 산업에 따라서 이 부분이 정말 정말 아무리 찾아도 없는 경우는 종종 있다. 그러면 마케터 자리를 없애도 된다. 세일즈와 유통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3단계-4단계는 산업의 구조적인 특성 때문일 수가 있다. 우리나라는 어느 산업에서나 연예인 모델을 기용하는 경향이 있긴 하다. 원래 마케팅 학계의 정설은 패션/뷰티/헬스 등과 같이 연예인과 본인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하게 작용을 함으로써 고객이 모델처럼 되고 싶다라는 열망(aspiration)을 갖는 경우에 연예인의 기용이 극대화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럼에 생각해 볼때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것들이 뷰티 산업화 되는 경향이 있다. 건강조차도 자신의 건강관리적 측면보다는 몸짱이나 S라인, 식스팩 등으로 대변되는 ‘보여지는’ 건강미가 더 부각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워터파크 광고도, 소주 광고도, 쥬스 전문점 광고도,

4단계-5단계에서는 광고 에이전시들의 입김도 많이 작용한다. 특히나 마케팅전략과 광고 전략에 대한 노하우가 빈약한 영세 업체들일수록 광고에이전시에서는 유명 모델을 사용할 것을 권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게다가 경쟁사에서 A급 모델을 사용하고 있으면, 광고 에이전시에서는 그와 비슷한 급은 사용해야 대응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그렇게 하는 편이 광고 에이전시 입장에서도 편하게 갈 수 있고, 연예인 한명 박아 두는 것이 스토리 라인을 풀기도 쉽고, 소비자들의 기억에 남는 recall도 높게 나오기 때문이리라. 단가가 높아질 수록 수수료가 높아지는 광고 에이전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으나, 자기 돈을 쓰는 광고주까지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나가며…

몇가지 광고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사실 연예인을 별로 사용하지 않은 광고의 대표적인 예는 전자제품이나 자동차이다. 생활용품이나 식음료 등에 비해서 제품의 차별화 포인트를 가져가기가 상대적으로 쉽고, 제품의 기능적인 측면의 비주얼화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래의 예들처럼 미국에서도 최근에 애플이나 크라이슬러 등에서 연예인들을 사용한 광고를 시행해서, 일부 사람들의 비판과 우려섞인 목소리를 듣고 있다. 애플의 경우는 스티브 잡스도 죽은 마당에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떨어져서 그런것 아니냐? 라는 우려가, 크라이슬러의 경우에도 이제는 차 보다는 다른 측면(디트로이트라는 도시)에 촛점을 맞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위의 광고들은 Celebrity 보다는 제품의 스토리나 기업의 스토리를 광고 내내 놓치고 있지는 않다. 광고의 중심에 제품이나 브랜드가 있고,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달자로서 celebrity가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 사례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은 닌텐도 광고이다. 일단 광고에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빼앗아갈 수 있는 다른 모든 장치를 배제한 채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과 게임이란 것에만 집중을 하고 있다. 그리고 연예인들도 그들 각자의 캐릭터로 광고의 메세지가 손상될 가능성이 전혀 배제된 채, 그들이 게임을 얼마나 즐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에만 촛점이 맞춰지고 있다.

반면에 근래 본 광고중에서 가장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든 것은 아래의 광고이다. 아래 광고의 경우에는 도저희 왜 이렇게 랜덤스럽게 많은 연예인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인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무조건 쓰면 안되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연예인만이 답이라는 생각으로 연예인만을 중심에 둔 마케팅 캠페인이 나왔다면 뭔가 잘못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글: MBA Blogger
출처: http://mbablogger.net/?p=4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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