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디포시 교수 – 내가 가진 전부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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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디 포시 교수의 ‘마지막 강의’는 정말 많은 분들이 보셔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죠. 저도 우연히 동영상으로 그를 알게 되었고, 죽음의 공포마저도 넘어서는 꿈과 낙관, 그리고 올바름과 성실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값진 시간을 경험할 수가 있었죠. 저는 너무나도 감동을 얻어 저술가의 도움을 받아 펴낸 책 ‘마지막 강의’도 서점에서 구입해 읽었습니다.

랜디 포시는 카네기멜런대에서 computer science, 그 중에서도 가상현실 분야를 연구하던 교수였습니다. 세명의 아이와 사랑하는 아내 재이(Jai)와 함께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던 그는 자신이 췌장암에 걸렸다는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접하게 됩니다. 그들 가족은 살아남기 위해서 여러가지 실험적 치료요법들까지 동원해가며 노력했지만 결국은 암이 전이되는 것을 막지 못해 6개월 이내에 사망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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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661662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는 무엇을 선택했을까요.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여가고, 어떻게 함께 하는 가족과 남은 시간을 마무리해야 하는지… 아마 많은 사람들은 이 절명의 순간을 받아들이는데 정말 쉽지 않은 고통의 시간을 보낼 거라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2007년 미국과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이 한 사람, 랜디 포시의 이야기로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죠.

저는 이 이야기를 접하며 눈물이 났습니다. 동영상에서 비춰진 그의 쾌활함과 달리 마음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시종일관 애쓰던 그의 모습이었습니다. 동영상에서는 보지 못했던 그 순간 너머의 그의 마음이 너무나도 가슴에 와 닿아서 제 마음이 힘이 들었답니다. 우리는 왜 죽음을 앞두고서야 인생의 소중함을,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걸까요. 랜디 교수는 시종일관 쾌활하게 이야기하지만 책에 따르면 강의 시작하기 전, 사람들의 시선을 마주하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혹시나 지인과 눈이 마주치면, 아내와 눈이 마주치면 참았던 눈물이 쏟아질테니까요.

마지막 강의의 마지막 부분 중, 이 부분을 한번 눈여겨 보세요. 10분 8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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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디 교수가 아내 재이를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며칠 전 이 강의로 인해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생일축하를 떠올려 400여명의 사람들과 함께 재이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입니다. 생일 축하 노래 후 서로는 포옹과 키스를 하고, 랜디 교수는 아내의 등을 두드립니다. 그들은 죽음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 앞에 무너지지 않고 서로를 끝까지 일으켜 세우는데 전력을 다했죠.

그러나 저 순간, 아내 재이가 한 말이 있었습니다. 사랑해요 였을까요. 아닙니다. 미안해요 였을까요. 아닙니다. 그녀는 이 말 밖에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발 죽지 말아요…” Please Don’t Die…

그들은 그저 힘껏 끌어안을 수 밖에 없었고, 일순간 랜디 교수도 마음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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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행히도 랜디의 강의 하이라이트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그는 참을 수 있었습니다. 이 강의의 궁극의 목적은 여기 청중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죠. 그가 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에 남겨질 아이들을 위한 것이었답니다. 랜디 인생의 가장 큰 기적이며 축복인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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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떠나기 전, 아빠가 아이들에게 꼭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 그것이 마지막 강의의 내용이었죠. 내가 이루고 싶은 꿈과 욕심이 아직도 남아있음에 원통하고 절망스러운 기분보다 자신의 삶의 전부인 아내와 아이들과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슬픔이, 자신이 떠나고 난 뒤에 남겨질 이들의 미래가 너무나도 그립고 또 그리운 마음이 그를 사로잡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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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abcnews.com/GMA/popup?id=4589802&contentIndex=1&page=5&start=false

그런 마음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저를 눈물 짓게 만드네요. 저도 아이 아빠라서 그럴까요. 찬우가 태어난 순간을 저는 잊을 수가 없답니다. 만지면 부서질 것 같은 연약한 피부와 쌔근쌔근하는 숨소리.. 엄마와 아빠는 사랑으로 찬우에게 입맞춤하지 않을 수가 없었죠. 아빠를, 엄마를 알아보는건지 언제나 찬우는 찡얼찡얼 거리다가도 품에 안기면 곤히 잠들고는 했습니다. 아이가 품안에서 잠드는 순간은 아빠 엄마가 되기 전에는 진짜 알 수 없었던 행복이었습니다.

그러던 녀석이 이제는 제법 컸습니다. 참 순식간입니다. 3.7kg의 쪼그마낳고 꼬물꼬물 거리던 녀석이 이제 어느새 열심히 뛰어다니고 말도 알아듣고, 아빠에게 애정 표현도 열심히 하는 리틀소년으로 자라났으니까요. 찬우는 아빠 엄마가 잘려고 눈을 감을라치면 언제나 꼭 끌어안은 채 입안 가득 침을 담아 뽀뽀를 해 준답니다. 자는 척 하고 있더라도 찬우의 할딱할딱 숨소리에 매번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지요.

아버지가 생각났습니다. 아버지는 40대 중반에 폐암으로 돌아가셨어요. 제가 불과 10여년 정도만 더 살면 아버지의 나이가 되겠죠. 찬우와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던 것처럼, 아마도 저 역시 그 때를 금방 맞이하겠죠. 찬우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즈음이 되어 있겠죠. 아마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함께 할 수도 있겠네요. 아버지가 돌아가실 무렵 저의 옆 자리를 지켜주던 지금의 제 아내가 있었듯이 말이죠…

제가 만약 암으로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면, 저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찬우에게, 그리고 제 아내에게 무엇을 남겨주어야 할까요. 시간은 딱 10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좋은 성적의, 좋은 학점의 똑똑한 아이로 자라나도록 재정적/정신적 지원을 해 주는 것이 좋을까요. 아빠가 누리지 못했던 것을 누리도록 많은 경험을 하게 해 줄까요. 제가 함께 할 수 없는 생일파티, 여행, 휴가… 그러니 이것들을 챙겨서 함께 하는 시간들을 더 만들어 보는것은 또 어떨까요.

어떤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밤 잠은 오는데 자기 싫어 찡얼거리는 찬우를 가슴에 안고 공원을 나갔더랬습니다. 찬우가 잠들때까지, 그리고 잠들고 나서도 한참을 공원을 천천히 걸었습니다.토닥, 토닥, 찬우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저는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을 했더랬습니다.

“찬우야… 아빠는 찬우가 꿈이 많은 아이였으면 좋겠어요. 찬우가 네 기질 그대로 자라났으면 좋겠어요. 찬우가 사람들을 사랑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찬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행복해 했으면 좋겠어요. 찬우가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

그리고 내가 마음 속에 그리고 있는 많은 생각들, 그리고 꿈과 의지들을 미루어 두거나 포기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느낌이 다시금 들었답니다. 찬우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 그리고 저에게 주어진 인생에 더 감사하기 위해서 말이죠. 나에게 주어진 시간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비록 금방 이런 각오와 다짐들을 잊어버릴지라 하더라도 오늘의 생각들이 언젠가 저의 미래를 인도해 줄 작은 파동(ripple)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랜디 포시 교수는 올해 7월 25일, 오후 4시경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들 가운데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떠나는 순간까지 그는 시종일관 농담을 던지는 여유를 보이며 미소를 지었다고 합니다. 어린 아이적 꿈을 끝까지 추구하자, 제발 포기하지 말아라, 힘껏 살아라, 정직해라, 그리고 감사하라… 너무나도 흔한 이야기지만 죽음을 맞으면서도 아이들에게 끝까지 얘기해 주고 싶었던 이야기라는 점… 다시금 가슴에 새겨 넣어 다녀야겠다는 생각. 입니다.

글: 송인혁
출처: http://everythingisbetweenus.com/wp/?p=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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