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고란 인셉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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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걸음마를 뗀 아가의 엄마는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잡았다. 아기 엄마는 간신히 택시를 잡고 양손에 들고 있던 아기 짐과 장바구니를 내려 놓고 한숨을 돌렸다. 한바탕 비가 내릴 것 같았던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금방 지나갈 것 같았던 비는 아파트에 거의 도착했어도 그치지 않았다. 택시 기사가 목적지로 말한 아파트 근처에 도착하자 다왔다고 말했다. 택시 기사의 말에 아기 엄마는 짐과 아기가 있어서 그러니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택시 기사는 귀찮다는듯 이렇게 말했다.

“이 아파트는 차 돌리기가 복잡해서 안 들어가요.”

택시 기사의 불친절한 답변을 듣자 아기 엄마는 기분이 나빠졌다. 많이 그치기는 했지만 여전히 비가 내렸다. 그 빗속을 아가를 안고 양손에 짐을 들고 걸어 간다는 게 얼마나 힘들지 택시 기사는 모르는 것 같았다. 아기 엄마는 택시 기사의 불친절함에 화를 내버릴지, 손님으로서 당연한 권리를 주장할지 등 여러 생각이 났다. 아기를 안고 있어서 택시 기사와 싸운다는 게 개운하지 않았다. 그때 운전석에 붙어 있는 남자 아이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택시 기사는 나이가 상당히 들어보였다. 운전석에 붙어 있는 남자 아이 사진이 손자일 거라는 생각이 들자, 아기 엄마는 이렇게 물었다.

“기사님, 거기 걸려 있는 아이 사진이 손자인가요?”

“맞는데 그건 왜 물어요?”

“외손자가요? 아니면 친손자가요?”

“외손자죠. 첫째 딸아이의”

“외손자분이 잘 생겼네요.

“…”

“혹시 따님이 이렇게 비가 오는날에 양손에 하나 가뜩 짐을 들고 외손자와 함께 택시를 탔는데요. 택시 기사님이 차 돌리기가 불편하다고 아파트 안으로 못 들어가겠다고 하면, 따님은 그냥 택시에서 내려야 할까요?”

“…”

룸미러에 비친 택시 기사는 당황한 모습이었다. 결국 아기 엄마는 화를 내지 않고도 원하는대로 아파트 안에서 내릴 수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원하는 것을 얻고 싶어한다. 사람이 다양한 이유로 행동을 하듯이, 다른 사람을 움직여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도 다양하다. 예를 들자면 내게 있는 권위를 사용해 누군가에게 압박을 가해서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이 있다. 아니면 각종 물리력을 동원해서 다른 사람을 움직이는 방법도 있다. 원하는 것을 얻는 것만 생각한다면,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지 얻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악의 힘을 사용해서 사람을 움직여 원하는 것을 얻으면 개운하지 않다. 결국 나의 승리는 다른 누군가의 희생이나 실패를 토대로 하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Source : http://www.flickr.com/photos/24978952@N08/5306759787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면서 상대방의 일방적인 희생을 발판으로 삼지 않으려면, 자발성이 매우 중요하다. 인셉션에서는 꿈을 해킹해서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것을 하도록 만든다. 물론 마인드 해킹도 상대방의 마음을 조작한다는 점에서 악의 포스가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강제성을 제외한다면 인셉션이란 내가 얻는 것을 얻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상대가 자발성에 기초해서 내가 원하는 것을 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인셉션처럼 상대의 꿈을 해킹할 수 없지만, 원하는대로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 택시에서 내릴 수 있었던 아가 엄마처럼 상대의 자발성에 기초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이 있다. 바로 공감이다.

상대에게서 내 상태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 냄으로써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이런 공감을 상대에게서 얻어 내려면 우선 내 상황을 상대가 쉽게 인식할 수 있는 사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아기 엄마가 남자 아이 사진을 통해서 택시 기사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사례를 제시한 것처럼 말이다. 이런 사례를 쉽게 찾아내려면 우선 공감에 기초한 네고를 하겠다는 마인드가 깔려 있어야 한다. 그래야지 부지런히 내 자신의 사례를 상대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자료를 모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감을 토대로 무언가를 성공적으로 얻으려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마인드 콘트롤이다. 아가 엄마에게 다양한 네고 수단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을 선택할 수 있었던 요인은, 택시 기사의 도발에 폭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만약 분노 게이지가 상승해서 택시 기사와 싸우고 어쩌어찌하여 택시에서 그냥 내렸다면,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결과를 얻었을 것이다. 이런 악수를 선택하지 않고 택시 기사의 마음을 움직여서 집으로 쉽게 돌아갈 수 있었던 원인은, 다양한 반응 속에서 긍정의 반응을 선택할 수 있던 평정심이다.

인간은 네고의 동물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1+1이 2가 되는 세상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2가 될 때도 있지만 0이 될 때도 어쩔 때 -100, 심지어 1,000이 될 때도 있기 때문이다. 1+1에서 긍정의 결과를 증폭하고 싶다면, 긍정의 네고가 참 중요하다. 자, 긍정의 네고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면, 상대에게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노력을 해보자.

글 : 신승환
출처 :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604

About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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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환은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 관리, 프로세스 컨설팅 등의 업무를 십 년간 수행했으며, 현재는 차량용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다. 읽은 것과 생각한 것을 블로그(http://talk-with-hani.com)와 트위터(http://twitter.com/talkwithhani)에 꾸준히 남기려고 노력한다. 지은 책으로는 '시지프스를 다시 생각하다',‘겸손한 개발자가 만든 거만한 소프트웨어’와 ‘도와주세요! 팀장이 됐어요’가 있으며, 다수의 IT서적을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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