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과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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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ttp://www.flickr.com/photos/66606673@N00/4403535786
요즘 IT업계에서는 ‘스타트업’이라는 용어가 자주 들린다. 이제 막 창업한 회사를 이르는 말인데 주로 IT 벤처를 칭하고 있다. 하지만 1990년대 ‘벤처’와 비슷한 ‘스타트업’이 다시 각광을 받는 현상이 또다른 IT붐을 가져오게 될지는 아직은 미지수이다.

우리는 1990년대 말에 너무도 강렬하게 IT붐을 경험했다. ‘광기의 투자’라는 책에서나 본 용어가 정확히 들어맞는 현실을 우리는 우리의 눈으로 직접 경험했다. 그리고 그런 광기가 얼마나 빨리 사라져 버리는가도 역시 또렷이 보았다.
이렇게 우리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버린 IT붐의 환상은 그 이후로도 여러 차례 유혹적인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왔지만 광기가 사라진 후의 무서움을 경험해 버린 사람들에게 선뜻 나설 용기를 줄 정도가 되지는 못하였고, 여러번 제2의 인터넷 붐이 오는 것이 아닌가하는 기대만을 주였다가 바로 차가운 현실 속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IT붐 이후에 인터넷은 이제 고속도로나 전기같은 없어서는 안되는 인프라가 되어 우리의 생활 속에 자리를 잡았다. 2.0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용어들이 유행을 하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냈고, 블로그-SNS 등의 새로운 서비스들이 네티즌들의 사랑을 받았다. IT붐 때와 같은 광기는 사라져 버렸지만 작은 열기가 여러 차례 지나갔고, 인터넷은 꾸준하게 성장하여 이제는 없이는 살 수 없는 물과 공기 같은 존재가 되었다. 이런 현상 속에서 몇몇 IT 업체들은 기존의 굴뚝 산업만큼 성장해 우리의 기존 산업과 같은 거대 기업이 되기도 했다. IT업계도 이제 열정보다는 관리가 필요한 기존 산업으로의 편입이 진행되어 버린 것처럼 보이게 된 것이다.

사실 IT업계의 ‘스타트업’과 벤처가 우리에게 소중한 이유는 꿈을 꿀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IT 업계는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닮아있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팬덤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우선 그 산업의 공통점이라고 생각이 된다. IT 업계에서는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가 마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스타처럼 대중과 호흡을 하며 나타나고 사라진다. 대중의 열정을 한 몸에 받으며 혜성처럼 나타났던 기술이나 서비스가 마치 스타처럼 팬덤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을 열광시키다가 어느 순간 그 인기를 갑자기 잃어버리고 사라져 버린다. 신인이 스타가 되었다가 어느순간 사라져 버리는 연예 산업의 모습과 많이 흡사한 것이다.
그리고 ‘스타트업’과 ‘스타’는 모두 대중에게 꿈을 꿀 수 있게 해줌으로써 인기를 얻게 된다. 이미 공고해져버린 이 세상에 새로운 변혁을 가능하게 하는 힘을 주고, 새로운 세상을 꿈꿀수 있도록 해주는 것에서 이 두가지가 닮아있는 것이다. 꿈이 없는 세상은 살아갈 힘을 잃어버리는 세상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는 스타에게 열광하고, 스타를 만들어내고 있다. 같은 이유로 우리의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꿈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자신들이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 ‘스타트업’에 열광하고, ‘스타트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스타트업’이라는 용어도 이미 나온지 꽤 되었다. 이번에도 역시 IT거품이 터져버린 트라우마에 갇혀서 작은 또 하나의 열기로 끝나버리지는 않을까하는 염려도 된다. 하지만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지금은 거대한 돌파구, 꿈이 필요한 때이며 그 열기가 또한 너무나 뜨거워 보인다. K-POP이 한국 대중문화의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는 것처럼, ‘스타트업’이 우리 IT 업계에서 제2의 르네상스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지원과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스타트업’이 IT 선도국가로서의 한국을 다시 한번 만들어주기를 기대해 본다.

글 : 고찬수
출처 : http://blog.kbs.co.kr/showpd/796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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