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 커스터마이징 시대와 SNS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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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ttp://www.flickr.com/photos/84172943@N00/8004856128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전원은 꺼졌다. 대중을 향해 일방향적으로 쏟아내던 저널리즘의 시대도 함께 ‘off’ 상태로 진입하고 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시대, 정보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복제돼 전파되는 것만으로 혁신적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일부 성직자와 지식인들만이 읽을 수 있었던 성서를 대중화시켰고 마틴 루터판 종교 개혁의 불씨도 지폈다. 정보의 도달 범위를 혁명적으로 확장함으로써 서구사회의 근대화를 촉진했다. ‘정보 소비의 독점’을 분산화하는데 역사적 공을 세운 셈이다.

시대는 바야흐로 600여년이 흘렀다. 미디어는 정보를 더 많은 대중에게 전달하기 더 빨리 전달하기 위해 종이에서 전신, 전파로, 텍스트에서 음성, 영상으로 몸집을 키워나갔다. 저널리즘 또한 이에 조응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정보 전달 방식을 채택하는 실험들을 이어갔고, 그 결과물로 AP의 역피라미드 포맷이라는 하나의 저널리즘적 유행을 낳기도 했다.

이렇듯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시대는 도달 범위의 확대를 통해 그 과정에서 파생된 여러 권력과 자본을 취득하는 것이 목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매스미디어는 뉴스라는 정보의 생산과 유통, 소비까지 장악하는 하나의 가치사슬 체계를 구축해 대중들의 의식을 통제하거나 동질적 나아가 획일적 가치관을 구축하는데 활용됐다.

저널리즘은 이러한 매스미디어의 이해에 복무해왔으며, 초기의 선의와 공공성 그리고 혁신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상업성과 권력화로 퇴색돼왔다. 종교 개혁을 일으켰던 혁명의 동력은 600여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권력의 동력으로 전환되기에 이르렀다.

지금 인류는 다시금 미디어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만큼,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시기인지는 두고봐야 하겠으나 분명한 사실은 혁명의 수단으로, 새롭게 등장한 소셜미디어가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집트에서, 리비아에서, 시리아에서.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를 위시한 소셜미디어는 종교 개혁 시기 그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며 대중들의 소통, 즉 의사교환, 정보적 상호작용 체계를 뒤흔들고 있다.

대단한 도달 범위를 자랑해왔고 기술적 진보를 성취해냈던 매스 미디어들은 국가간 전파 월경의 문제, 사건 현장에 대한 접근성의 제약 등으로 대중이 기대했던 정보를 생산, 유통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여러 정치적 이해관계로 대중들의 소비 열망마저 외면하고 있다.

소셜미디어는 매스 커뮤니케이션(Mass Communication)이 종언을 고하고 매스 커스터마이징(Mass Customizing) 시대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상징적 목소리다. 뿐만 아니라 정보의 생산, 유통, 소비를 장악함으로써 권력화된 매스미디어에 대한 대안적 미디어 형태이다.

아울러 대중이 주도하는 저널리즘(Crowd Driven Journalism)의 발화를 의미하며, 생산, 유통, 소비 과정에 대중이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새로운 저널리즘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매스 커스터마이징’을 정의한 미디어 평론가 Mark Mulligan은 이를 구성하는 조건으로 3가지를 우선적으로 다룬다. 최적화(Customizing), 생산(Create), 기여(Contribute). 이를 저널리즘의 조건으로 변용하면 최적화는 소비 방식, 생산은 생산 방식, 기여는 유통 방식의 혁신을 반영하고 있다.

매스 커스터마이징은 소셜미디어라는 기술적 조건에 의해 실현 가능해졌으며 이미 실현되고 있는 방식들이기도 하다. 먼저 최적화는 오디언스 즉 뉴스 소비자들의 상황(위치, 연령, 관심사 등) 최적화된 정보를 걸러서 경험할 수 있는 방식을 제공해야 하며, 생산은 누구나가 콘텐트 생산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여는 기존 기자들이 생산한 정보를 변형함으로써 정보의 재창조를 가능케하거나 유통 과정에 오디언스들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확산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장이 매스 커스터마이징 시대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누구나가 정보 생산자로 참여할 수 있고, Follow/Unfollow, 빅데이터 기반의 최적화 알고리즘이 원하는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선택된 정보를 재확산하는 Retweet하거나 유튜브를 통해 패러디 영상을 생산함으로써 생산 과정에 그리고 유통 과정에서 오디언스가 직접 참여하고 있다.

SNS 확산으로 저널리즘은 거대한 변혁기를 맞고 있으며, 새로은 미디어 환경에 걸맞는 진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제 저널리즘은 도달 범위 확산과 이를 통한 독점, 권력화를 지향하던 시기에서 벗어나 대중과 협업(Collaboration)하는, 매스 커스터마이징의 시대에 맞는 문법으로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크리스 앤더슨이 주장한 바와 같이 대중이 가속화하는 저널리즘 혁신(Crowd accelerated Innovation)이 시작된 것을 의미하며, 매스미디어가 단독으로 주도하던 저널리즘이 더이상 설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휘트니 휴스턴의 사망 소식을 알리는 정보는 AP보다 트위터가 더 빨랐고, 페이스북과의 융합으로 야후 뉴스의 트래픽은 크게 뛰어올랐다. 트위터 사용자의 지적으로 신문이 정정 보도를 내는 빈도는 더 잦아지고 있으며, News.me, 플립보드 류의 개인화(Personalized) 뉴스 앱들이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매스 커스터마이징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징후들이며 앞으로 몇 년 뒤면 보편적 흐름으로 자리를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착각하지는 말자. Jeff Jarvis 뉴욕대 교수가 언급한 것처럼 ‘소셜’ 그리고 소셜과 한몸처럼 따라오는 ‘모바일’은 뉴스 콘텐트를 제공하는 경로의 확장이자 표현의 확장일 뿐, 그 자체가 하나의 목표일 수는 없다.

소셜미디어는 기존의 방송, 신문, 라디오가 담아내지 못했던 새로운 콘텐트를 다양한 표현 양식으로 구현시켜주는 좀더 넓고 확장된 그릇일 뿐이다. 저널리즘은 그 그릇을 만드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그릇에 무엇을 담아내 사회적 가치 혁신을 이룰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빨리 정보와 뉴스를 제공하던 이전 단계를 넘어서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현재 직면한 조건에 맞는 정보를, 더 빨리 새로운 경험으로 제공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600년 전 구텐베르크의 고민을 21세기의 미디어 환경에 맞게 재해석하고 확장하는 것이 지금 저널리즘이 안고 있는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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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몽양부활
출처 : http://blog.ohmynews.com/dangun76/478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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