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엔지니어의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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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ttp://www.flickr.com/photos/62980166@N03/6263551146
예전 회사의 설계실장님 가운데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이렇게 묻는 분이 있었다.

자네들 좋은 엔지니어의 덕목이 뭔지 아나?

대개의 신입사원들이 질문에 대해 나름의 답을 달았는데. 거의 모든 대답이 설계실장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실 설계실장님의 질문은 정답을 기대하는 질문이라기보다 본인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화두? 비슷했다. 신입사원이 정답을 맞추지 못하고 의기소침할 때 설계실장님은 이렇게 말했다.

좋은 엔지니어는 기술적으로도 뛰어나야 하지만, 우선 고자질을 잘해야 해.

최근에 종용된 골든타임이라는 드라마에서, 좋은 인턴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란, 대사가 참 많이 나왔다. 제일 잘해야 하는 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니 참 아이러니한데. 배우기는 했지만 아직 몸에 익지 않은 기술을 가지고 환자를 어떻게 해보겠다고 하다가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온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잘하는 일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인턴은 사고를 치기 마련이다. 이때, 요구되는 인턴의 덕목이 사고 친 내역을 선배들에게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이다. 사고야 이미 벌어진 일인데, 혼날까봐 사고를 선배들에게 보고하지 않고 더 큰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설계실장님의 좋은 엔지니어의 덕목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무척 오래 들은 이야기지만 워낙에 충격적인? 말씀이어서 지금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아주 오래된 일화여서 어떤 취지로 이런 말씀을 하셨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꿈보다 해몽일 수도 있지만, 지금 내 경험에서 설계실장님이 왜 이런 말씀을 했는지 생각해 보면, 그 답은 골든타임에서 나오는 좋은 인턴의 덕목과 그 맥이 닿는다.

엔지니어는 자연법칙을 토대로 무언가를 만든다. 그렇기에 거짓말을 할 수 없다. 1+1=2라는 것을 사용해 무언가를 만들면 그건 1+1=2가 되는 것이다. 이게 10이 되거나 100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자연법칙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도 그게 잘 맞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엔지니어로서 정공법으로 해법으로 찾기보다, 정치나 포장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문제에 빠질 때마다, 가장 요구되는 엔지니어의 덕목은 사실을 관리자들에게 잘 전달해서, 설계실장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잘 고자질?해서 조직적인 해결책을 찾아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자기 고백이나 고자질이 사실 엔지니어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기 때문에 어떻게든지 자구책을 찾거나 다른 꼼수를 찾다가 더 문제를 부풀릴 때가 있다. 물론 앞에서 말했듯이 설계실장님이 어떤 의도로 고자질을 엔지니어의 최고 덕목으로 삼았는지 잊었지만, 그리고 표현에 동의하기 조금 부담스럽지만, 엔지니어는 자신의 문제 앞에서 항상 정직해야 한다고 믿는다.

글 : 신승환
출처 :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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