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써먹을 수 있는’ 외국어가 진짜 실력, 학습 서비스의 혁신이 시작되다

모두가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보통 새해가 시작되면 올해 안에 기필코 외국어를 마스터하겠노라고 결심한다. 하지만 작심삼일로 끝나기 일쑤이다. 그리고 자책한다. ‘난 역시 의지박약인가봐’

정녕 의지력이 부족해서 외국어를 마스터하지 못하는 걸까? 솔직히 말해서 해당 언어를 쓰고 있는 외국에서 오래 살다 오지 못해서 마스터하지 못한 게 아닐까? 그래서 한 번쯤은 외국어를 배우러 유학을 다녀오지 않잖나.

외국어를 배울 수 있는 수많은 학원, 다양한 교재, 인기 인터넷강의를 뒤로 하고 외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로, 100점짜리 외국어 공부를 해도 실제로 외국인을 만나면 머리 속이 빠르게 하얘진다는 점. 둘째로, 안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머리 속이 저절로 하얘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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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문수 스마투스 대표, 김선우 차이나다 대표

필자는 ‘누드교과서’ 시리즈를 펴냈던 김문수 스마투스 대표(서울대학교 응용화학부 졸업, 前 이투스 창업자 /이하 김문수)와 중국 전문 미디어 ‘두두차이나’를 운영하고 있는 김선우 차이나다 대표(상하이 푸단대학교 경영학부 졸업 /이하 김선우) 대표를 인터뷰하기 위해 구로디지털단지를 찾았다. 어찌 보면 10년 넘게 ‘교육’이란 한 우물을 파는 사람과 10년 넘게 ‘중국’이란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이 만나 ‘비네이티브 영어’에 이은 중국어 학습 플랫폼 ‘비네이티브 중국어’가 탄생한 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다 싶다. 그들의 합작품이 효과적인 중국어 학습에 갈증을 느끼던 사람들을 어떤 흡입력으로 끌어당기고 있는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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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네이티브 중국어’에 관해 묻기 전에 먼저 ‘비네이티브(BE NATIVE)’라는 서비스의 탄생 에피소드가 궁금하다

■ 테크크런치 도쿄 행사에서 했던 최악의 영어 프리젠테이션

김문수 : 작년 말 도쿄에서 열린 테크크런치 행사에 참석하여 영어 프리젠테이션을 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몸살감기가 심해서 무대에 서는 순간 그만 머리 속이 하얘졌다. 최악의 PT를 했다. 그 계기로 말하지 못하는 외국어 공부는 필요가 없다는 걸 절감하였다. 그런데 영어 말하기 공부를 하려고 보니 마땅히 적합한 서비스가 없었다. 영어 공부 같은 경우 대개 미국드라마나 TED 연설을 보는데 실제로 학습을 하려고 하면 대화가 빠를 뿐만 아니라 단어나 어투가 특정 상황(예를 들면 연설용)이라서 일상생활에서 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렇게 같은 학습자 입장에서 같이 외국어를 배우는 하나의 도구로써 비네이티브 서비스는 탄생하였다. 그래서 김선우 대표에게도 이런 서비스의 필요성을 계속 이야기하였다. “비네이티브에 새로운 영역을 확장해보자”고 했다.

 

김문수 대표가 말한 ‘비네이티브 중국어’ 서비스의 필요성에 공감한건가? 

■ 내가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중국어 어떻게 공부해야 돼요?”  

김선우 : 중국 푸단대학교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중국 관련 사업을 하면서 내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은 질문은 “중국어 어떻게 공부해야 돼요? 어떻게 해야 잘해요?”라는 거였다. 그런데 난 그 질문에 어떻게 답변을 해야 할지 몰랐다. 왜냐하면 중국 문화에 젖어있으면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는 게 중국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저 “학원 다니고 책 열심히 보세요”라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중국 친구들을 사귀거나 중국에 가서 공부하라고 추천했다. 그런데 그 수많은 사람들이 내게 같은 질문을 던져주었는데도 불구하고 난 중국어 공부의 기회를 직접 제공할 생각은 못했었다. 김문수 대표의 제안을 듣고 나서 영어 뿐만이 아니라 중국어도 원어민들과 대화하듯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자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었다.

서비스가 그런 것 같다. 내 입장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 만드는 것이 아닌 유저 입장에서 써볼만한 가치가 있다면 성공한다고 본다. 직접 써보면서 불편한 점을 개선하는 것, 유저 입장에서 서비스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 해도 비즈니스적인 협력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하지 않나?
 
■ 사업과 사업간의 만남이 아니라서 가능했다고 봐

김선우 : 김문수 대표는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 학습자들에게 제공해야 되는 서비스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고민은 내가 전부터 끊임없이 고민하던 것과 맞닿아 있었기에 실행에 옮길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만약 처음부터 ‘사업을 어떻게 해서 얼마만큼의 수익을 낼 것이냐’라고 접근했다면 이렇게 둘이서 앉아 인터뷰 하는 날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내게 김문수 대표는 친형 같은 사람이다. 창업에 대한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을 때 진심으로 다가와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보통 스타트업에 대한 시행착오를 겪을 때마다 옆에서 격려해주고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그것보다, 그 사람이 좀 더 잘되게끔 하기 위해 서로의 관계가 틀어질 것을 각오하더라도 뼈아픈 조언을 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찌 보면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자칫 본인이 말 한마디로 인해 난처해질 수도 있는 건데, 김문수 대표는 내게 따끔한 충고와 조언을 해주었다. 거기에 진정성이 느껴졌다.

■ 인간적인 믿음 + 사업적인 믿음 

김문수 : 인간적인 믿음만 있다고 다 사업을 같이 하지는 않는다. 김선우 대표의 경우 인간적인 믿음 뿐만 아니라 사업적인 믿음도 가는 사람이었다. 현재보다는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그 무게 중심이 좋았다. 또한 중국어를 배우고 있는 입장에서 기본적으로 중국에 대해 알려주는 내 스승이기도 하고.

 

10월 ‘비네이티브 영어’ 이어 런칭한 ‘비네이티브 중국어’에 대해 소개해달라 

중국어 공부를 강요하지도, 가르치지도 않는다. 머리가 아닌 몸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중국어 학습자가 국내에 100만명, 전세계 4천만명이 있다. 영어 커리큘럼은 다양하지만 중국어는 그렇지 못한 상태이다. 10년 전 교재와 학습법이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 원인은 10년동안 중국을 경험했던 사람들이 새로운 대안을 만드려고 하는 실험적인 시도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더군다나 영어의 경우 학교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아무리 못해도 기초 실력은 있지만 중국어의 경우 한자를 보고 읽는 것 자체가 어렵게 느껴지는 실정이다. 비네이티브 중국어는 무엇을 외우라고 강요하거나 학습하라고 가르치지도 않는다. 그냥 동영상을 보여주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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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중심 학습 시스템, ‘마치 내가 지금 중국 옷가게에서 상점 직원을 만난 것처럼’

기존 서비스가 한국인 강사들의 온라인강의 방식으로 제공되었다면, 비네이티브 중국어는 중국 현지에서 촬영한 원어민과의 특정 상황 속 인터뷰 동영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중국어 현지 동영상이 끝나면 네이티브 강사가 그 내용을 다시 하나 하나 짚어주면서 한번 더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영상 아래 부분에서는 인터뷰에서 나온 어휘를 추출하여 부분 재생과 해석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중국에서 실질적으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중국어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유저들은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었다”는 반응이던데.. 

■ 학습자도 모르고 있던 내면의 숨은 니즈를 끄집어내다 

현재 영어권에서는 중국어 공부에 대한 니즈가, 중국에서는 영어 공부에 대한 니즈가 엄청난 상태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한자와 성조를 배우는 와중에 중국어 공부가 어렵다는 선입견을 갖고서 포기한다. 비네이티브 중국어 서비스를 런칭하고 나서 유저들은 두 가지를 놀라워하더라.
첫 번째로는 이렇게 원어민 동영상 콘텐츠를 만드려면 기획 단계에서 편집, 런칭 과정까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데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궁금해한다. 중국어를 이러한 방식으로 공부하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두 번째로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중국어가 어렵다고 지레 겁부터 먹고 학습을 시작하는데, 비네이티브 중국어를 사용하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학습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내가 디바이스를 통해 중국 현지에서 중국인을 마주하고 대화하는 듯이 학습할 수 있다.

 

기존 학습 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별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실제 원어민 영상과 이를 어휘별로 쪼갠 영상 반복 재생 기능 

실제 원어민을 촬영한 영상이라는 점에서 콘텐츠 자체에 차별성이 있다. 영상 뿐만 아니라 해당 숙어가 들어간 5~10초 정도의 짧은 영상을 따로 제공한다. ‘아 실제 이렇게 쓰이는 구나’라는 느낌을 주는 것. 그것이 비네이티브 중국어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은 주로 누구에게 받는가? 

■ 중국 유학생과 중문과 학생들에게 받는 피드백을 중요하게 생각 

중국 유학생과 중문과 학생들한테 받는 피드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미 기존의 다양한 학습 서비스를 접해보았고 중국어를 배우려는 의지가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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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계획 및 목표 

■ 모바일 버전 출시 

김문수 : 비네티이브 영어/중국어 서비스가 온라인 버전만 있는 상태인데 내년 1월 출시를 목표로 모바일 버전을 준비 중에 있다. 가장 큰 원칙이자 목표는, ‘공부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끔 만들자’는 것이고 이는 곧 끝없는 싸움이다.

■ 글로벌 진출

김선우 : 모바일과 글로벌. 이 두가지 키워드가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갖고서 글로벌 진출을 하여 아시아인들의 입장에서 외국어를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는 서비스로 발전시킬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아직 보여줄 것이 많이 있기 때문에 협력사인 스마투스와 계속 이러한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끝으로 하고픈 말 

■ 이 세상에서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로 살고 싶어 

김문수 : 밥을 사 먹고 물건을 사고..우린 대부분 소비자로서 살아간다. 나도 소비자이지만 한 번쯤은 이 세상의 공급자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게 꼭 사업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내가 만든 걸 보여주는 게 즐겁다.

■ 언어의 진입장벽을 낮추고파 

김선우 : 어떠한 현상을 만들고 싶다. 국가의 경계를 뛰어넘어 우리가 알고 있는 걸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넓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그 공감대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두두차이나’라면 중국의 언어 장벽을 낮추는 것이 ‘비네이티브 중국어’이다.

안경은 기자 elva@venturesqu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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