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엔터테인먼트 생태계

사용자 삽입 이미지지난 글에 이어 영상 시장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 봅니다. 지난 글의 라이브 방송과 온디멘드에 대한 고민을 좀 더 확장하여, 컨텐트 네트워크와 미디어, 그리고 시청자의 스크린의 영역에서, 현재의 비디오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대한 생태계를 그려봤습니다. 사실 고민이라기보다는 다 아는 얘기 정리하기 2탄 정도입니다. 아주 구체적이진 않지만, 현재 트렌드의 큰 흐름을 간단히 조망해 보려는 목적입니다.

우선, 앞서 말씀드린 대로,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눠서 생태계를 그려봤습니다. 첫 번째는 컨텐트를 제작하고 1차 유통을 하는 영역으로 ‘컨텐트 네트워크(content network)’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두 번째는 실제 시청자에게 컨텐트를 전송 또는 전달해 주는 영역으로, 이 부분을 ‘미디어(media)’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청자가 컨텐트를 재생하는 ‘스크린(screen)’의 영역입니다. 그림을 보면서, 다시 영역별로 설명하겠습니다.



현재 비디오 엔터테인먼트 생태계
(마우스 오버하면 뉴미디어 각 분야 선도 기업들의 예를 보실 수 있습니다.)

먼저 범례를 설명해 드리자면, 노란색은 올드미디어, 주황색은 뉴미디어, 하얀색은 과도기적 기술이나 서비스, 굵은 연결선은 현재의 주 컨텐트 유통 경로가 되겠습니다.

컨텐트 네트워크는 컨텐트를 실제로 생산해 내는 스튜디오(studio)와 이를 매체에 배포하는 유통사로 나눌 수 있겠죠. 유통은 TV 쪽으로 유통하는 ‘TV 네트워크(TV network)’와 극장 쪽으로 유통하는 ‘영화 유통[film distributor]‘으로 나눌 수 있겠으나, 자본이라는 게 뭐 이름 써 붙여 놓은 것도 아니고 원래 이익을 좇아가는 게 당연한지라 칼로 딱 자를 수는 없습니다. 거대 자본은 스튜디오부터 미디어까지 수직 계열화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대체로 유통의 경로가 ‘미디어’ 영역에서 크게 세 부분, 방송, 웹, 저장매체로 비교적 명확하게 구분이 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물론 ‘현재’라는 단서가 붙습니다. 일반적으로 비디오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올드미디어라 하면 ‘방송과 저장매체(예를 들면, DVD)’이고, 뉴미디어는 ‘웹’을 통로로 하는 컨텐트의 흐름을 말하지요. 올드미디어인 ‘방송과 저장매체’는 뉴미디어를 지향점으로 하는 방향성을 갖고 있습니다. 둘 다 전용 파이프나 물리적 매체가 아니라 웹이라는 새로운 경로를 모색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올드미디어의 양축은 프로그램 방송과 극장-저장매체 유통 방식의 영화입니다. 그림에서 전자는 ‘레거시 브로드캐스팅(legacy broadcasting)’이라 명명했습니다. 여기에는 지상파[free-to-air], 케이블[CATV], 위성[Sat TV], IPTV가 컨텐트 송신자가 됩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여기에 IPTV를 포함한 것은 프로그램 방송의 전달자로서의 역할만을 고려한 것입니다. 네 사업 영역 모두 프로그램 방송의 전달자로서, 운영하는 파이프의 형태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또한, IPTV를 과도기적 기술로 분류한 것은, 현재의 IPTV가 케이블을 대체하는 가입자 증가세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코드 커터(cord cutter)’의 위협에는 케이블과 다르지 않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향후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것입니다.

올드미디어의 나머지 한 축인 영화의 경로는 우선 극장[cinema]스크린으로의 유통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일단 홈과 퍼스널 미디어의 범주에서 정리를 집중해 보겠습니다. 그럼 저장매체의 경로만 고려합니다. 저장매체의 경로는 DVD 같은 물리적 디스크의 유통과 파일 유통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디스크는 해적판이 아니라면 정상적인 경로의 유통이 될 것이고, 파일 유통이라면 불법 복제와 P2P를 통한 유통이 아직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뉴미디어의 본류는 온디멘드 사업자, 개방된 웹을 통한 OTT(Over-the-top), 그리고 PC, 태블릿, 스마트폰 등 다양한 퍼스널 스크린에 있습니다. 굳이 온디멘드 사업자를 나눈다면, 월정액 기반의 프리미엄 컨텐트 제공자[flat-fee premium], 무료 광고 기반의 비디오 공유 사이트[free video sharing], 그리고 일반적인 건당 과금하는 온디멘드 사업자[on-demand operator]가 있겠습니다. 이렇게 나누는 이유는, 이 세 영역이 각각 레거시 올드미디어를 대체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월정액 기반 프리미엄 컨텐트 사업자는 케이블 네트워크, 비디오 공유 사이트는 지상파, 건당 과금하는 온디멘드 사업자는 디스크 유통망의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플레이어는 월정액과 무료 사업자입니다. 이 사업 영역에서 오리지널 컨텐트의 확보 노력이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레거시 스튜디오와 네트워크를 통하지 않고, 독립적인 컨텐트 제작/수급의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넷플릭스(Netflix), 훌루 플러스(Hulu Plus), 유튜브(YouTube) 등이 있겠습니다.

건당 과금 방식의 온디멘드 사업자는 말하자면 DVD 판매나 대여점의 사업을 대체하는 정도 외에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실제 DVD 대여에서 출발했던 넷플릭스처럼 뭔가 새로운 확장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과도기적인 영역으로 분류했습니다. 아이튠스(iTunes)나 구글 플레이(Google Play), 아마존 인스탄트 비디오(Amazon Instant Video), 그리고 한국으로 보자면 호핀(Hoppin) 정도가 이 영역이겠습니다. 아이튠스는 앱스토어 더불어, 그리고 구글 플레이도 통합적인 컨텐트 마켓으로 단순히 온디멘드 비디오 장사에 머물고 있지 않습니다. 아마존 인스탄트 비디오도 월정액 아마존 프라임으로 다양한 컨텐트를 묶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컨텐트 제어력도 없고 규모도 작은 단순히 비디오 대여점에 머무를 수는 없겠죠.

뉴미디어의 스크린은 ‘퍼스널(personal)’과 ‘유비쿼터스(ubiquitous)’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특징은 컨텐트 전달 방식이 ‘온디멘드’라는 사실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죠. 그동안은 PC를 주 기반으로 하는 웹 브라우저를 통한 스크린이 주였지만, 이제는 아이패드 등 태블릿이 가장 뜨거운 퍼스널 미디어 스크린이 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도 이동성의 간극을 메우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PC도 컴팩트화가 트렌드가 되고 있습니다. 아이패드, 아이폰, 맥북 에어 등 대부분 애플이 주도하고 있는 환경이죠. 아마존의 킨들 파이어(Kindle Fire)나 구글의 넥서스(Nexus) 시리즈도 애플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래된 숙제인 TV 스크린이 있습니다. TV 수상기는 삼성의 ‘스마트TV’가 현재 지존이죠. 삼성이 밀고 있는 마케팅 용어인 스마트TV 대신, 여기에서 관심 영역이 아닌 앱 마켓 거품을 좀 빼고 레거시 방송과 인터넷 비디오를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의미로 ‘하이브리드 TV(hybrid TV)’라고 정의해 보겠습니다. 하이브리드 TV에서는 삼성을 제외하면, OTT 셋탑박스로도 불리는 어댑터 종류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애플 TV(Apple TV), 구글 TV(Google TV), 로쿠(Roku), 박시(Boxee), 다음TV+, 그리고 엑스박스(XBOX) 등 게임 콘솔까지, 다양한 사업자들이 시도하고 있죠. 이 부분은 삼성을 포함하여, 스티브 잡스의 표현대로 여전히 ‘취미’거나 숙제. 어쨌든 뉴미디어 스크린은 퍼스널, 유비쿼터스의 관점에서 스크린의 영역을 극대화하려는 진화 방향성이 있습니다. TV든, 태블릿이든, 스마트폰이든,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이든, 이런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봐야겠죠.

그리고 또 다른 진화 방향성은 물론 올드미디어-to-뉴미디어에 있겠죠. 아까 얘기한 올드미디어의 두 축에서 모두 뉴미디어로의 진화 방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도기적이긴 하나, 방송에 대한 제어권을 가져보려는 노력, 즉 시간과 장소에 대한 방송 제약을 넘으려는 노력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티보(TiVo)와 슬링박스(Slingbox) 같은 타임/플레이스 쉬프터(time/place shifter)가 있습니다. 요즘 특히 우리나라에 두드러진 경향은 바로 방송 사업자 자신이 기존 프로그램 방송 포맷을 개방된 웹으로 실시간 전송하는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푹(Pooq), 티빙(Tving), 에브리온TV(EveryOn TV) 등이 그렇습니다.

이 트렌드 중 관심을 둘 만한 외국 사례로는, 에어리오(Aereo)라는 업체가 있습니다. 이 사업자는 많은 조그만 TV 수신기를 사업장에 가지고 있으면서 가입자마다 안테나 하나씩 할당해 지상파를 수신하여 웹으로 실시간 스트리밍 해주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교묘하게 법망을 피하려는 시도인데, 비슷한 사례로 DVD 스트리밍 업체인 제디바(Zediva)가 있습니다. 방송사가 배제된 방송 스트리밍 사업인데, 당연히 현재 방송사들과 소송을 하고 있죠. 제디바는 소송에 져서 문을 닫았는데, 에어리오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홈 네트워크의 영역에 HTPC(Home Theater PC) 같은 미디어 센터(media center)를 빼놓을 수 없겠죠. 물론 대세도 아니고 과도기적인 형태입니다만, TV 스크린을 확보하는 중요한 솔루션 중의 하나입니다. 물리적 디스크 플레이어를 벗어나, 파일 형태의 미디어와 인터넷 미디어까지 말 그대로 TV를 미디어 센터화하려는 노력입니다. 엑스박스 미디어 센터에서 출발해 오픈 소스 플랫폼이 된 XBMC가 대표적인 플레이어고, 애플의 맥 미니(Mac Mini)가 훌륭한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선택되고 있습니다. 초기엔 홈 네트워크 내에서의 미디어 센터로 출발했지만, 홈 서버 같은 기술과 결합하여 홈 클라우드(Home Cloud)로서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항상 간단히 하려고 맘을 먹고 시작해도 꼭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아집니다. 그냥 그림만 보셔도 됩니다. 제가 용어를 제멋대로 짓는 취미가 있어서 선뜻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으실 겁니다. 그림에 마우스 오버 하시면 해당 영역에서 현재 선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사업자들의 예시가 표시되오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Update: 아이패드 크롬과 사파리 브라우저에선 그림을 터치하면 바뀌기는 하는데 페이지를 리프레시하지 않으면 원래 그림으로 돌아오지 않네요. 참고하세요.]

비디오 마켓을 바라보시는 많은 분의 의견 부탁합니다.

글 : 게몽
출처 : http://bit.ly/UChbSt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