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 등장한 수리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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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NYTimes.com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는 독특한 카페가 하나 있다. 과거 호텔로 쓰이던 건물을 지역사회에서 인수해서 커뮤니티 센터로 활용하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의 방을 카페 형식으로 개조해서 오픈한 수리카페(Repair Cafe)가 그것이다. 커피를 마시거나, 간단한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카페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다른 곳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데, 이 카페에서는 한달에 몇 차례 집에 있는 각종 고장난 제품들을 들고와서 서로 고치는 이벤트가 열린다. 은퇴한 기술자들이나 현역으로 다양한 지식을 가진 분들이 자신들의 실력을 뽐내면서, 단순히 음식을 먹고, 차를 마시는 것 이상의 의미있고 재미있는 협업을 하는 것이다.

이 카페를 처음 만들게 된 동기는 지나치게 늘어나는 전자제품 쓰레기를 줄이려고 3년 전에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 수리카페재단(Repair Cafe Foundation)을 만들고 네덜란드 정부에서 52만 5천 달러의 자금을 지원받고, 사람들의 기부를 받아서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네덜란드 전역에서 30개의 그룹이 시작했는데, 이제는 노르웨이와 영국, 독일, 프랑스, 벨기에 등에도 공감을 하는 그룹들이 수리카페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수리를 하는 제품은 간단한 옷가지부터, 오래된 커피메이커, 고장난 조명기구 등은 물론 전기청소기나 세탁기와 같은 대형 제품들도 있다.

그냥 수리하는 것과는 달리 사람들이 같이 모여서 서로 배우고, 직접 해본다는 측면에서 수리카페의 분위기는 과거 누군가에게 일을 맡기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완전히 다른 종류의 경험을 선사하고, 이웃들 사이의 결속도 다지며, 은퇴한 사람들에게는 멋진 소일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함부로 제품을 버리거나 낭비를 하는 것을 방지하는 심리적인 효과도 주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더욱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사람들이 모여서 환경을 위해 무엇인가를 같이 하고, 고장났던 것이 고쳐져서 동작하게 되는 것 자체에서 얻는 기쁨을 얻을 뿐만 아니라, 자원봉사 기술자들은 자신들의 실력이 아직 녹슬지 않았음을 많은 사람들에게 뽐내면서 인기인으로 부각되기도 한다. 또한 더 이상 낯설고 무서운 이웃들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도울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이웃사촌의 지위도 회복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카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지역사회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으로도 기능하고 있다.

카페란 무엇일까? 그리고 공간과 사람들의 연결은 우리의 삶에 있어 어떤 의미인가? 지구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물건들의 가치도 생각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무엇인가를 같이 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가 수리카페와 같은 새로운 활동을 만들어내고 있다.

참고자료
Repair Cafe 홈페이지

글 : 정지훈
출처 : http://health20.kr/2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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