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이 ‘경제 틀’ 바꿔…유통단계 없이 소비자·생산자 바로 소통

Let’s master 혁신경영 (5·끝) 혁신생태계

– 싸이 ‘강남스타일’ 열풍…SNS라는 플랫폼의 산물
– 플랫폼은 크고 개방돼야 ‘가벼운 혁신’ 쏟아져
– ‘혁신의 꽃’ 1인 기업…창업비용 10분의 1로 줄어

‘대장금’ 등의 드라마에 이어 ‘소녀시대’와 같은 아이돌이 일으킨 한류가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류 열풍 그 자체도 대단했다. 세계를 휩쓴 한류 현상에 대해 오히려 우리가 경이적인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제는 그보다 동그라미 하나가 다른 차원의 열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조회수 7억건을 넘어섰다. 이 속도라면 연말까지 10억건을 돌파, 역대 1위 등극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가히 신드롬이라고 할 수 있는 싸이의 세계적 돌풍에 대해 학자들은 다양한 해석을 하고 있다. 스캇 스턴 MIT 교수는 “싸이는 창조성, 예술성 면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리더가 됐다. 한국인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고 평가하면서 “한국 경제의 현주소는 ‘모방경제’에서 ‘혁신기반 경제’로 가는 마지막 단계”라고 평가했다.

애니팡과 드래곤 플라이트, 퀴즈킹 등의 카카오톡 게임도 스마트 게임의 판도를 뒤엎고 있다. 전통적 게임 강자들을 누르고 1인 기업 작품이 순식간에 연매출 500억원에 도전하고 있다. 수백명이 불철주야 일해도 10년은 걸리는 성과를 혼자서 일순간에 만들어 내고 있다. 자고 나면 새로운 스타들이 등장한다. 세상이 뒤집어지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바뀐 것일까.

‘창조경제’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다. 이런 변화의 본질은 단일 기업이 아닌 생태계 기반의 혁신이다. 혁신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과거 사라진 수많은 기업들과 같이 시대에 뒤처지게 될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자. 과거에는 소녀시대와 싸이, 애니팡, 드래곤 플라이트, 퀴즈 킹과 비슷한 음악과 게임이 없었는가.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분명히 존재했다. 애니팡을 만든 선데이 토즈는 2009년부터 사업을 해 왔다. 게임도 혁신적인 신기술은 아니다. 그렇다면 차이는 무엇일까.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의 존재다. 징가가 페이스북을 발판으로 등장하고, 앵그리 버드가 앱스토어를 통해 부상했듯이 카카오톡 게임들의 돌풍은 게임 자체가 아니라 게임 플랫폼에 본질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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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ttp://www.flickr.com/photos/36234195@N04/4481461680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없었다면 한류 열풍과 싸이 광풍이 가능했겠는가. 여기에 트위터 같은 SNS를 통한 홍보와 공유가 없었다면 초고속 전파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한국의 끼가 필요조건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충분조건으로서의 유튜브와 트위터라는 SNS 플랫폼이 있었기에 별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고 전 세계로 한류 열풍을 전파한 것이다.

과거에는 혁신이 성공하더라도 이를 시장에 확산하는 마케팅에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소모, 대부분의 혁신효과가 사라졌다. 이제는 혁신이 SNS라는 플랫폼을 통해 ‘빛의 속도’로 확산된다. 그것도 거의 무료다. 시장을 장악하고 자릿세를 받는 중간 유통이 축소되고 소비자와 생산자가 즉각 소통을 하고, 아예 이를 건너뛰어 소비자와 생산자가 결합하는 프로슈머(prosumer)의 시대에 돌입해 고객과 더불어 창조하고, 시장에서 나중에 평가받는 출판 후 여과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다. 과거의 연구·개발, 생산, 마케팅, 서비스의 기능과 조직이 융합해 혁신의 소용돌이에서 혼돈을 통한 새로운 질서를 창발시키고 있다.

플랫폼 경제의 이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플랫폼은 중복되는 요소를 통합해 효율을 올린다. 연구·개발에서 생산을 거쳐 이제는 유통의 플랫폼이 경제를 바꾸고 있다. G마켓이 용산 상가를 위축시키고 있다. 아마존이 오프라인 서점을 몰아내고 있다. 혁신은 작을수록 활성화되고, 플랫폼은 클수록 강력해진다는 것이 창조경제의 패러독스라고 한 바 있다. 작은 혁신들이 거대한 플랫폼과 결합해 만들어진 현상이 싸이 열풍과 카톡 게임 ‘광풍’이다.

이제 플랫폼의 경쟁력에 눈을 돌려야 한다. 플랫폼은 커야 하므로 반드시 개방돼야 한다. 페이스북보다 4년 먼저 시작한 싸이월드의 한계는 개방성에 있었다. 플랫폼의 성장 과정에서 수익 모델을 강조하면 도토리와 같은 모델이 나와 성장을 저해한다. 카카오톡의 가치는 규모의 임계량에 도달할 때까지 수익 모델에 연연하지 않은 데서 창발된 것이다.

플랫폼 자체는 다양한 형태를 가진다. 온라인상에서도 수많은 형태의 다양한 플랫폼이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도 세계시장 판매망을 구축한 대기업의 영업역량이 플랫폼이다. 이런 플랫폼을 통해 다품종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다. 개방 플랫폼을 통해 혁신이 대량으로 창발되는 창조경제로의 진입이 가능해진다. 나누는 것이 더 많이 갖는 비밀이다.

‘가벼운 혁신’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1985년 필자가 메디슨을 창업했을 때는 간단한 부품 하나도 외부에서 만들어 줄 데가 없어 우리가 직접 만들었다. 우리의 핵심 역량은 디지털 초음파 기술인데 대부분의 돈과 시간을 비핵심 기술을 구현하는데 투입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제 대부분의 가치사슬이 개방돼 있다. 내가 제일 잘하는 부분은 만들면 나머지는 외부에서 구할 수 있다. 생태계 기반의 혁신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혁신은 작은 조직이, 시장은 큰 조직이 비교우위를 각각 갖는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첨단 산업에서 단일 기업 형태의 경쟁은 도태되고 최고 역량을 갖춘 조직들이 개방, 협력하는 복합 생태계로 이동하고 있다. 당연한 결과로 혁신 생태계의 중심으로 등장하는 것이 혁신거래 시장이다. 이노센티브(innocentive.com)와 9시그마(ninesigma.com)는 혁신 거래 시장으로 고속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개적으로 혁신을 대중 해결(social innovation)하는 염가의 쿼키(quirky.com)란 서비스가 등장했다. 특허를 거래하는 시장은 다양하다. 인수·합병(M&A)을 중개하는 시장도 날로 팽창하고 있다. 혁신을 거래한다는 것이 기업 경영의 필수 과정이 된 것이다. 혁신 거래 시장의 육성은 미래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기 때문에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할 것이다.

혁신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창업을 살펴보자. 과거에는 창업을 하려면 연구·개발, 생산, 품질, 유통, 서비스, 관리 등 팔방미인이 돼야 했다. 많은 설비와 인력을 갖추기 위해 상당한 투자도 이뤄져야 창업이 가능했다. 그러나 월 매출 100억원 수준의 드래곤 플라이트는 1인 기업이다.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부분만 잘하면 창업이 가능해지게 됐다. 창업 부담이 과거에 비해 10분의 1 이하로 가벼워진 것이다. 해외 어학 연수 비용이면 웬만한 창업이 가능하다. 혁신 생태계가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 밸리의 혁신역량은 단일 기업의 역량이 아니라 혁신생태계의 역량인 것이다.

글 : 이민화 디지털병원수출조합 이사장·KAI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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