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의 가상 스토어, 지속 가능한 모델일까

Harvard Method, 혹은 Case Method (사례 접근법) 라는 말이 있다.

대부분의 경영대학원 수업에서 실행되고 있는 방식인데, 학생들에게 수업 전 미리 실제 경영사례에 대한 자료 및 신문기사 등을 배포하고, 학생들이 해당 사례 및 연관자료에 대하여 미리 분석하여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는 1908년 개교한 이래 현재까지 케이스 방식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어 Harvard Method 라고도 일컬어진다.

사례 접근법식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강의

교수들은 수업시간의 토론용 케이스나 주어진 사례에 대한 학생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는 숙제용 케이스들은 주로 Harvard Business Review에서 추출하고, 강의내용의 보다 원활한 이해를 위해 인용하는 케이스들은 주로 신문 및 잡지 기사에서 추출하곤 한다. 15년 전 쯤만 해도 아시아 기업들에 대한 케이스는 Toyota, Sony 등 일본 기업들이 독식했겠지만, 요즘은 나의 MBA 생활이 한 학기도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에 대한 케이스를 꽤 접하고 있다. 또한 삼성그룹에서 해외 top MBA를 졸업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매력적인 조건으로 Global Strategy Group의 리크루팅을 진행함과 더불어, 특히 올해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세계적인 인기로 MBA 스쿨 내에서 한국의 인지도가 부쩍 상승하면서, 한국 관련 케이스에 대해 외국 친구들이 흥미를 가지는 모습들도 종종 보인다.

내가 접한 한국 기업의 케이스들은 마케팅 수업에서의 삼성전자 사례, 경영전략 수업에서의 충주 캐비아 양식장 사례, 회계 수업에서의 셀트리온 사례 등이 있었는데, 이들 사례보다 나의 흥미를 끈 것은 다름 아닌 홈플러스 가상스토어 사례 였다. 경영전략 수업에서 변화에 대처하는 기업의 전략에 관련된 내용과 글로벌 컨설팅 펌에서 초빙강의를 온 retail 부문 파트너가 경영혁신의 우수사례로서 입이 닳도록 칭찬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의 가상 스토어 케이스 영상

그런데 가상스토어 프로젝트를 통해 홈플러스가 World Retail Awards를 수상하고, 광고를 기획한 제일기획이 칸 국제광고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고, 이 가상스토어 개념을 영국의 테스코에 역수출 하는 등 많은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되지만, 나는 사실 가상스토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향후 지속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상당한 의문을 가지고 있다.첫째, 시각적 공해정신 없는 간판들로 어지러운 강남역 거리보다는, 잘 정돈되고 일관성있는 파리 거리를 선호하며 인사동의 한글 스타벅스 간판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지하철 역사에 현란하게 붙어있는 가상스토어가 획기적인 마케팅 혁신이라기 보다는 그저 시각적 공해로 다가온다.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직 정신없는 상태의 아침 출근길과 하루종일 모니터 앞에서 지친 눈을 이끌고 귀가하는 퇴근길에 밝은 형광등으로 환하게 비춰지는 현란한 상품의 이미지들은 출퇴근길의 편리한 쇼핑으로 불편함을 덜어준다기 보다는 눈감지 않고서는 피할 수 없는 시각적 공해로 다가왔기 때문이다.둘째, 떨어지는 모양새가상스토어의 주 타겟 고객은 바쁜 업무로 쇼핑할 시간이 없는 젊은 회사원들이다. 위의 가상스토어 케이스 영상에서도 정장을 차려입은 젊은 회사원들이 지하철 벽에 핸드폰을 대고 만족스럽게 쇼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모양새(간지)를 중시 여기는 요즘 젊은이들이 특히 정장을 빼입고 수많은 낯선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어떤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사고 있는지 공개적으로 쇼핑할 이유는 별로 없을 것 같다.사용자 삽입 이미지

셋째, 충분히 매력적인 대체 쇼핑수단가족들에게 있어 특히 젊은 세대의 경우, 오프라인 쇼핑공간(대형마트, 백화점 등)은 단순히 쇼핑으로서의 수단을 넘어서 장도 보면서 함께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오락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또한 온라인 마트 역시, 점심시간 등 여유 시간에 웹사이트를 통해서 혹은, 이동 중에 스마트 폰을 통해서 얼마든지 원하는 물건을 편리하고 신속하게 구매할 수 있다. 굳이 지하철 벽에 서서 QR코드를 스캔할 필요가 있을까.획기적인 마케팅 아이디어로서 가상 스토어는 충분히 칭찬할 만 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전략으로서의 가상 스토어는 좀 의심스럽다.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울 것 같다.글 : MBA Blogger
출처 : http://mbablogger.net/?p=5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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