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헬스가 자리잡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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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ttp://flic.kr/p/9TpGPf
2002년 필자가 U헬스(u-Health)라는 개념을 제시했던 이유는 미래 의료의 핵심문제를 `관리의료’로 보았기 때문이다. U헬스의 본질은 원격진료가 아니라 원격 관리인 것이다. 고령화에 따르는 만성병(고혈압ㆍ당뇨ㆍ고지혈ㆍ요실금ㆍ천식 등)의 딜레마는 현재 의료제도는 현실적인 국가 재정의 한계가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치료를 포기할 순 없다는 것이다. 이 갈등을 메워주는 대안이 바로 휴대폰 기술을 활용한 만성질병의 관리의료인 U헬스다. 한국의 IT를 바탕으로 전세계 5조 달러의 의료 시장에서 적어도 1조 달러라는 막대한 시장의 기회가 다가온다고 본 것이었다.

U헬스는 기존의 의료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다. 특히 노령화에 따르는 성인병의 관리가 U헬스의 첫 번째 전략적 목표가 될 것이다. 고혈압ㆍ당뇨ㆍ천식ㆍ심혈관등 성인병 관리의 경우에는 첨단의료의 진단과 치료시스템이 아니라 꾸준한 일상관리가 의료행위의 요체인 것이다. 여기에 바로 U헬스의 본질적 가치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U헬스의 본질적인 가치 속성상 일회성으로 끝나는 진단, 치료 등에서는 그 가치가 대폭 감소한다. U헬스는 매시간, 매일 혹은 매주 단위의 지속적인 관리에 적합한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단독관리가 아니라 주치의 제도와 연계된 보완적 관리로서 U헬스의 본질적 가치가 존재한다.

관리의 또 다른 거대한 분야가 웰빙의 관리다. 피부ㆍ모발ㆍ다이어트 등의 미용과 관련된 관리 분야도 꾸준한 관리 또한 U헬스의 중요한 분야다. 따라서 수많은 U헬스의 응용분야 중 첫 번째 전략적 목표로서는 질병(Illness)의 성인병 사후관리와 건강(Wellness)의 미용 다이어트의 관리, 이 두 가지로 집중하고 이중에서도 성인병 관리라는 사회적 가치가 중요한 분야를 최우선 분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분야 중에서도 다시 플래그십(Flagship) 프로젝트를 꼽는다면 자체적으로 지속가능한 수익의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는 당뇨관리가 그 첫 번째 대상이 되고 이를 보완적으로 지원해주는 혈압과 식단, 고지혈 관리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보여 진다.

세계 최초로 U헬스 개념을 제시한 한국에서 아직 U헬스가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근원적 이유는 첫째 보험과 법제도의 문제, 두 번째가 복합생태계 산업이 허브구축 실패라는 두 가지 문제로 정리할 수가 있다. 즉 법제도 개선에 대한 체계적 접근이 부족했고 두 번째로 허브구축을 위한 복합적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U헬스는 센서라는 부품소재의 기술, 측정 단말이라는 장비기술, 통신과 보안이라는 통신의 기술, 인공지능 기술 그리고 사용자 편의성(UX)을 고려한 디자인 역량, 데이터 포맷 및 통신 표준, 비용편익을 고려한 보험수가 체계, 의료전달 체계 등 수많은 연구 과제들이 결집되어 있는 복합생태계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복합생태계 산업에서 지금까지의 U헬스는 상대적으로 단말 기술과 통신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 복합생태계 허브의 존재가 문제의 한 축이다. 허브구축 대신 통신회사 혹은 병원 혹은 개별단말기회사 혹은 소프트웨어사가 특정 회사를 중심으로 이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서 활동한 결과 생태계 구축이 되지 않은 것이다. 이 산업은 기본적으로 단말기, 병원, SI산업, 보험이라는 4대 생태계간의 융복합으로 활성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U헬스는 기술보다도 법과 제도의 문제해결이 더 중요하다. U헬스를 통해서 국가 전체의 편익이 비용의 10배 이상이 된다는 사전 추정 결과들이 제시되고 있다. 당뇨 관리의 예를 들면 2000억의 비용이 투입되면 2조 이상의 편익이 발생한다고 추정된다.

이러한 국가적 편익이 첨예한 이익 집단 간에 이해관계의 문제로 표류하고 있다. 특히 대형병원에 환자들을 빼앗긴 1차, 2차 의료기관의 반발이 극심하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국가 전체의 비용-편익의 일부를 이해관계 집단에 균형 분배함으로서 전체 이익을 선순환시키는데 있다. 즉 국가 전체 편익에서 일차의료기관에 적절한 관리보수를 제공하고 3차 의료기관에는 지식공유의 적절한 보수를 제공하면 될 것이다.

3차 대형의료기관의 경험과 지식이 일차의료기관에 공유되는 지식공유 시스템이 연결고리다. 3차 의료기관은 진료보조 시스템 등을 활용하여 효율적으로 1차 의료기관이 제공한 환자의 U헬스 정보로부터 피드백을 1차 의료기관에 제공한다. 1차 의료기관은 이를 환자관리에 활용한다.

보험제도도 더 능동적인 형태로 개선되어야 한다. 당뇨수치를 10% 떨어뜨리면 30% 가까운 복합합병증 발생 감소가 이루어진다는 많은 연구결과들이 있다. 보험에서 능동적으로 당뇨수치를 떨어뜨렸을 때 환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된다. 환자도 좋고 보험당국도 좋다. 이미 미국에서는 질병관리회사가 이러한 성과위주의 보수체계를 가지고 있다. 보험사들의 능동적인 당뇨관리제도는 참여인 모두에게 윈-윈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제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를 맞아 본격적인 거대 U헬스 시장이 열리고 있다. 한국의료의 세계화에 필수 과목이 바로 U헬스의 성공이라고 보기에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차원의 연구기획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글 : 이민화 한국디지털병원수출사업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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