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을 따라하자] 구글은 왜 공짜로 점심을 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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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캠퍼스에 가면 가장 좋은 것 중 하나가 공짜로 밥(아침, 점심, 저녁 다 가능하다)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혼자 가면 안준다. 못들어 간다. 혼자 돌아다니다 보안요원에게 걸려 조용히 “나가주세요”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구글러들과 같이 가면 먹을 수 있다. 전세계 음식이 다 있고 점심시간인데도 그렇게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 “훌륭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맛있나? 음..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먹을 것이 많지만 먹을 것이 없는’ 부패처럼 솔직히 배 채울만하게 먹을만한 것은 없어보인다. 역시 회사밥(우리식으로 표현하면 회사 짬밥)이었서 그런가? 그렇지는 않다. 너무 건강식이라서 그런 것 같다. 지나친 건강식은 맛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구글 찰리카페에서 먹은 음식이 대부분 그런 느낌이었다.
구글의 소위 ‘프리 런치’는 이처럼 수많은 애피소드가 있다. 구글은 회사에서 저녁도 준다. 직원들이 대략 5~6시 정도에 퇴근하는데 퇴근하는 직원들이 음식을 집에 싸가서 정작 늦게까지 일하는 직원들은 “먹을게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어쨌든 구글러들은 공짜로 회사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그도 그럴것이 약 30가지의 다른 시리얼이 제공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요리사를 지속적으로 충원해서 쵸코렛 무스에서 버섯을 얹은 두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식사가 제공된다. 구글 로고가 박힌 오늘의 스페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역시 동양이나 서양이나 먹는 것은 중요하고 많은 얘기꺼리를 남긴다는 것을 깨닿게 된다. 그렇다. 먹는 얘기는 가장 쉽고 재미있게 하고 즉각적인 공감을 얻는다. 구글 직원들이 “우리는 회사에서 공짜로 밥먹는다”고 하는데 다른 회사 직원들의 반응은 어떻겠는가.
“우리도 밥 먹을 수 있어 하지만 돈을 조금은 내” “우리는 밥 먹으러 멀리까지 나가야해” “도시락 싸가는 재미도 있지..”

도시락도 좋고 회사 근처에서 먹는 피자도 좋고 파스타도 좋지만 역시 ‘공짜 회사밥’이 편하고 좋은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인가. 구글의 영향을 받은, 구글 직원들이 대거 이직한, 실리콘벨리 회사들이 프리밀(Free Meal)을 주기 시작(What Silicon Valley companies regularly serve free meals to their employees?)했다. 아침점심저녁 다 주는 회사는 구글과 페이스북이다. 그리고 야후가 최근에 마리사 메이어가 CEO로 선임된 이후 ‘프리 밀’로 바꿔서 야후 직원들이 환호작약했다. (프리밀 이후 ‘이직 동료’만 봐야했던 야후 직원들의 만족도는 크게 올라갔다는 후문이다)
구글처럼 아침점심저녁까지는 아침 과점심을 주는 회사는 적지 않다. 징가, 트위터, 넥플릭스, 링크드인, 스카이프 등이 프리밀 제도를 도입했다. 산호세에 있는 삼성전자 지사는 조금의 돈을 받는다(하지만 맛있는 한식이 나온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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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구글은 밥만 공짜가 아니다. 세탁소도 있어서 직원들이 세탁물을 동네가 아닌 회사에서 맡길 수가 있다. 미장원도 있고 의사도 있다. 체력단련실, 볼링장, 수영장(파도치는 훈련 가능한 수영장이다)은 기본이다.
출퇴근 버스도 기본이다. 캘리포니아 101 고속도로의 교통난은 전 미국에서도 유명하다. 와이파이가 가능한 버스에서 편하게 출퇴근할 수 있다.
‘역시 구글은 사내 복지가 최고다’라고 할만하다. 하지만 구글이 이렇게 공짜점심으로 대표되는 수많은 ‘공짜’를 실시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복지제도(Welfare)라기보다는 구글을 만든 ‘문화적 인프라’로 해석하고 싶다. 공짜점심을 주는 것이 비용대비 효과가 크고 생산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구글이 직원 한명당 밥값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1년에 7530달러라는 분석이 있다)

구글 직원의 대부분은 ‘엔지니어’다. 우리식으로는 ‘이공계’란 말이다. 검색엔진, 지메일, 안드로이드 등 주요 서비스와 제품들이 모두 기술이 중심이 되는 것들이다. 거기다 창업자 두명이 모두 ‘뼛속까지’ 엔지니어 출신이고 주요 임원들도 거의 대부분이 엔지니어 배경을 가지고 있다.
구글의 유명한 ‘20% 타임’도 실은 엔지니어들에게만 혜택이 있다. 물론 이 부분(20% 타임이 엔지니어들에게만 혜택이 있다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비엔지니어들(인사팀, 관리팀)도 ‘물리적으로는’ 20% 타임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 타임은 근본적으로 엔지니어들이 사용하라고 만든 제도는 확실하다.
한마디로 이공계 출신이 만든 이공계 회사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이 회사는 ‘엔지니어 먼저(Engineer First)’ 문화가 있다.

사실 프리 밀은 밤낮없이 코딩하고 일하는 엔지니어들이 ‘밥 굶을 걱정하지 말고 일하라’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구글이 위치한 마운틴뷰 주변엔 솔직히 마땅한 음식점도 없다. 점심을 먹으려면 차타고 최소한 5~10분 나가야 한다. 남자들이 절대적으로 많은 구글 직원들이 도시락을 제대로 싸올리도 없다. 밥 사먹기 위해 나가고 들어오고 하는 시간이 모두 낭비인 셈이다. 회사에서 밥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것은 직원들이 큰 걱정 하나를 더는 것이다.
엔지니어들이 회사 식당에서 함께 하면서 서로 생각의 격차를 줄이고 조직 문화를 공유하며 밥 먹다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어쩌면 ‘공짜 점심’이 줄 수 있는 최고의 가치일 수 있다. 물론 구글 최고위 임원들도 회사 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한다.

회사에서 맛없지만 몸에는 좋은 음식이 나오고 제 때 먹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건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회사 입장에서는 병가로 인한 손실을 막을 수 있다. (한국의 이공계가 끼니를 굶거나 야식, 라면 등으로 위장병과 각종 잔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자). 그리고 구글은 ‘병가’가 따로 없다. 아프면 회사에 얘기해서 안나오면 된다. 의사가 회사에 상주하고 있어서 언제든 치료받을 수 있고 독감 주사도 무료로 맞을 수 있다. 역시 ‘남자끼리 있어서 어프면 더 서러운 이공계의 아픔’을 아는 창업자가 만든 문화다.
이정도 되면 직원들의 회사 만족도가 높아지는데 이는 이직률을 낮춘다.
실제로 자발적 이직은 4% 이고 실리콘벨리의 평균 이직률은 22%다. 하지만 구글의 이직률은 실리콘벨리는 이직률이 상당한 편인데 구글의 이직률은 자발적 이직률에도 못미치는 2~4%에 불과하다.
낮은 이직률은 회사 비용을 크게 낮추는 일이기도 하다. 이직시 인수인계 등을 보이지 않는 손실을 계산해보자.

구글 식당. 찰리의 카페 (동영상)

구글은 이 같은 ‘공짜’ 문화에 대해 “우리가 이렇게 하는데 큰 돈이 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공짜를 주면 그들은 엄청난 것을 만들어 낸다(The important thing to note is that we don’t need a lot of money to do . If you give people freedom, they will amaze us)”고 말한다.
구글의 ‘공짜 점심’은 사실 공짜가 아니다. 그만큼 직원들은 창의적 서비스와 제품으로 밥값을 대신하고 있다.

구글이 공짜로 밥을 주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직원들에게 ‘프리 런치’를 주자는 얘기는 아니다. 막연하게 따라하다가 큰 코 다친다. 구글이 핵심 인재인 ‘엔지니어’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의 삶을 중심에 놓고 회사를 운영할 생각을 했기 때문에 ‘공짜 점심’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다.
직원들이 무엇을 원하는가? 직원들은 과연 “회사가 우리의 의견을 진지하게 듣고있다”고 생각할까?
회사의 핵심 역량이 ‘마케팅’에 있고 직원들 상당수가 ‘판매원’이라면 공짜점심보다는 의무휴가를 더 챙겨주는 것이 이득일지 모른다. 이 같은 회사의 ‘프리런치’는 의무휴가가 될 수 있다.
의무휴가 이후 고달픈 심신을 달래고 더 가열차게 판매 전선에 나설 수 있다.
기자들도 솔직히 프리 런치는 필요없다. 회사에 잘 안들어가기 때문에 회사에서 공짜점심 준다고 해도 전혀 고마워하지 않고 생산성도 높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기자들의 ‘프리런치’는 통신비가 될 수 있다. “국제전화까지 상관없으니 맘껏 통화하시오”라고 하면 오히려 사적 전화를 줄이고 24시간 취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우리 회사에는 어떤 공짜 점심이 있을까?

글 : 손재권
출처 : http://bit.ly/U5EUh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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