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을 따라하자] 똑똑한 사람뽑아 바보로 만들지 말자

@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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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점에 갔다가 이상한 책을 발견했다. “당신은 구글에서 일하기에 충분히 똑똑한가?(Are you smart enough to work at Google?)”

구글 관련 책일까 싶어 펼쳐봤는데 구글 입사를 위한 인터뷰 책이었다. 꼭 구글이 아니더라도 테크 기업 인터뷰 책인 것 같아서 금방 덮었다. 하지만 생각해봤다. 구글 입사를 위한 인터뷰 가이드북도 있어야 하나?

물론 ‘인터뷰 가이드북’은 쓸모 없는 것이었다. 그들은 예측된 질문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하고 싶어하는 회사 1위‘ ‘직원들의 천국’ 구글에 입사하려면 인터뷰북이 필요할 정도로 절차도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기업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인재를 선발하는 과정이다. 인재 한명이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 구글은 자신들이 필요한 인재를 수차례 인터뷰와 검증끝에 선발하고 한번 입사한 사람들은 왠만하면 나가지 않도록 한다.

회사를 구글처럼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구글처럼 직원을 뽑고 유지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오직 구글만이 할 수 있는 일이자 구글을 구글처럼 만드는 힘이 바로 ‘채용과 복지’에 관련된 것이다.
이는 구글러들이 대부분 동의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구글러들에게 “구글의 힘이 무엇인가? 구글이 글로벌 기업이 된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채용이다. 잘뽑는다”라고 대답한다.

이렇게 “채용이다”라고 대답을 하면 비결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사람을 잘 뽑아서 글로벌 넘버원 기업이 됐다는 얘기는 어떻게 들으면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다. 창업자부터 말단 엔지니어까지 같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구글에서 일한다”는 규범으로 뭉쳐 있고 이를 실천하고 있으며 그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뽑는데 회사가 안될 수가 없다.

2012년 가을, 구글플렉스에서 구글 인사 담당자들과 그들은 어떻게 인재를 뽑는가에 대해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다. 특히 황성현 상무가 본사에서 인사를 담당하고 있는데 구글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다.

HR이 아닌 사람운영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의 기업은 ‘인사팀’ 또는 ‘인사과’가 있다. 어떤 기업은 HR(Human Relations)팀이라고도 부른다. 물론 미국, 유럽도 마찬가지다. 회사의 HR 업무는 매우 전문적이고 핵심 부서 중 하나다.

구글은 인사 업무를 ‘사람운영(People Operations)’ 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줄여서 ‘팝스(POPS)’라고 한다. 라즐로 보크(Laszlo Bock) 부사장이 책임을 맡고 있다.

한국에서는 인사팀장이 모든 일을 한다. 인사 분야는 사실 할 일이 많다. 채용, 교욱, 성과평가, 보상, 경력관리, 퇴직 등의 다양한 일을 한다. 한국은 HR부서가 이 모든 것을 다 처리하고 있어서 항상 바쁘다. 하지만 구글 인사 담당자는 한가지만 한다. 사람을 뽑는 일이다. 경영진에 대한 전략적 의사 결정을 조언하는 역할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한다.

구글은 CEO인 레리 페이지가 직원 선발 과정에 관여하고 직접 선발한다. 팝스는 CEO가 사람을 뽑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선발된 인원이 1년에 6000명 정도 된다. CEO가 이 사람들을 다 선발한다고? 대답은 예스다. 회사의 창업자이자 CEO가 직원을 직접 선발한다. 구글 CEO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채용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채용 방식은 그물망 식이다. 그물을 뿌려서 훑는 것이다. 그물망이 학교 이름과 토익 성적이다. 전공도 상관없다.
직원들은 삼성이나 현대차, LG그룹에 입사하게 되면 정확히 어떤 일을 하게될지 모르고 입사하게 된다. 3~6개월 정도 연수를 받고 회사에서 가라는데로 가서 배치된다. 물론 희망부서와 업무를 받지만 결정적이지는 않다.

황성현 상무는 이를 야구팀과 비유했다. “한국 기업의 인재 선발 과정을 야구팀으로 비유하자면 일단 `치고 달리고 받기 잘하는 사람’을 뽑은 후 야구를 6개월 정도 가르치고 그 중 투수, 포수, 야수를 시키는 것이다. 선수들은 어떤 포지션에서 뛸지 모르고 입단한다. 구글은 일단 메이저리그 시장에서 선발한다. 투수, 포수, 야수 등을 몇명 뽑을 것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투수면 방어율, 타자면 타격 등도 알아야 한다. 이 선수의 경력, 부상경험 등을 다 인지한 후에 ‘단 한명’을 뽑는다. 물고기는 1만 마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구글은 맞춤형 채용을 한다. 한 포지션당 한명을 뽑는다. 한국은 1만명을 뽑으면 서류 심사로 거르고 필기로 거르고 인터뷰 하고 끝낸다. 구글은 투수가 필요하면 투수 포지션을 아는 사람이 채용한다. 10년동안 채용 노하우가 생겨서 예전에는 10단계로 뽑았는데 이제는 4단계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구글의 채용 사이트에 가면 직책과 업무가 굉장히 구체적으로 기술 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원자들은 특정 포지션에 지원하면 된다.

황 상무는 구글에서 전자상거래 관련 인재 채용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황 상무도 자신이 직접 채용하는 것은 아니다. CEO가 인재를 채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업무다.

황 상무는 채용 관련 인터뷰를 하면 A4 용지에 모든 것을 다 적어야 한다고. 황 상무가 예비 구글러에게 한 질문, 대답, 느낀점 등을 2~3페이지에 요약해서 에세이를 쓴다.
이렇게 인터뷰를 하면 인터뷰어 내용이 책으로 나오며 답변 내용과 레퍼런스 체크를 한 이후 글로벌 부문별 채용위원회로 보내진다. 채용위원회를 통과하면 운영위원회(OC : Operative Committee)에서 마지막으로 검증한다. 이 것도 오케이 되면 레리 페이지가 보고 최종 승인한다. 이 과정을 거쳐야 구글러가 되는 것이다.

황 상무는 “내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얼마나 인터뷰를 열심히 했는지 결과가 라인을 타고 위로 올라간다. 가끔 신입사원에 대한 인터뷰인지 나에 대한 평가인지 햇갈릴때도 있다. 회사에서 인터뷰 열심히 해서 인재를 뽑아오라고 말하지 않는다. 내가 어떻게 일했는지 알 수 있는 구조다. 더구나 레리 페이지가 매주 한번씩 앉아서 인사 파일을 본다. 밑에 이사들이 열심이 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구글 직원의 책상 @Slate
구글 직원의 책상 @Slate

나는 구글의 가장 큰 성공비결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

인재 선발. 구글은 현직 구글러보다 더 똑똑한 사람을 뽑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해당 분야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고 최고로 만들어 준다. 똑똑한 사람을 채용해서 바보로 만들지 말자는 컨센서스가 있다. 이러니 이 회사는 무슨 일을 하든 잘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구글은 검색 및 소프트웨어 회사고 가장 큰 자산은 사람 아닌가.

황 상무는 “구글이 가장 성공한 가장 중요한 비결은 채용에 있다. 구글과 비교해보면 한국 기업들은 채용을 대강하는 것이다. 사람을 가르치는 것이 정말 힘들다. 구글은 채용에 90%의 노력을 들인다. 채용이 잘못되면 모든 것이 무어진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채용된 사람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입사 후에 별도로 교육은 하지 않는다. 보상도 펑펑해준다. 그래서 불만이 없다. 경력 관리도 된다. 회사가 성장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구글다움(Gooliness)

그렇다면 구글은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뽑는 것일까? 구글은 명확한 4가지 채용 기준이 있다.

첫째는 지적 능력(GCA : General Cognitive Ability)이다.
일단 해당 분야를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엔지니어는 채용 인터뷰를 볼때 코딩을 칠판에 쓰거나 직접 코딩을 하기도 한다. 구글 엔지니어들이 자발적으로 문제를 내고 그 문제들의 응답률을 추적해서 점수가 비정상적으로 나오면 새 문제를 낸다. 문제풀 사이트도 있다.

둘째는 RRKE라고 하는 지식 경험(Role related knowledge experience)이다.
지식에만 그치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어떤 경험을 했는가가 중요하게 반영된다.

세번째는 ‘리더십(Leadership)’이다.
메니저가 아닌 일반 엔지니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일을 영향력을 가지고 행사하는가를 본다. 이렇게 리더십이 중요한 채용 기준이고 이를 바탕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구글은 굉장히 수평적 조직을 유지하고 있다.
구글 직원들은 소규모 조직과 수평적인 관계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동료들에게 열정적으로 헌신해야 하며 문제가 있을 때 팔을 걷어 해결해야 한다.

네 번째는 가장 중요한 ‘구글다움(Googliness)’이다.
구글다움의 가장 큰 특징은 계층에 상관없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계층적 사고를 하지 않고 상하 구별 없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줄 알아야 하며 문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전 인류의 행복을 위해 헌신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 구글은 이 부분을 강조한다. 더 좋은 세상 만들기. 사회 단체의 구호가 아니다. 구글의 규범(Norm)이자 핵심 정신이기도 하다.

그리고 구글에는 ‘구글다움’을 유지하는 10가지 핵심 가치가 있다. 한국의 많은 기업처럼 ‘창의’ ‘상상력’ ‘열정’ ‘프로의식’ 등 다소 추상적인 단어가 아니다. 엔지니어 중심 기업 답게 핵심 가치도 재미있에서 새겨들을만 하다.

  1. 최고의 인재와 일하고 싶다.
  2.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고 직원을 최고로 만들어 줘야 한다. 똑똑한 사람을 채용해서 바보로 만들지 말자.
  3. 공정하게 대하자.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도록 하자.
  4. 다양성이 중요하다. 60억 인구를 상대하려면 우리부터 다양해야 한다.
  5. 의사결정은 정량적으로 통계에 기반해 한다.
  6. 기술적 혁신이 가장 중요하다.
  7. 구글에서 일하는 것은 재미있어야 한다.
  8.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당신이 회사다. 불만있으면 직접 고쳐라.
  9. 성공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낮은 자세로 임하고 겸손하라.
  10. 옳은 것을 하라. 악마가 되지 말자(Don’t be evil)

어떻게 작동하나

창업자가 회사를 만들고 회사가 잘되서 지속적으로 확장, 1000명을 고용한 수준까지 이르면 한계에 부딛히게 된다. 창업자가 회사의 규범을 지배하는 수준은 직원 1000명까지로 본다. 1000명을 넘어서게 되면 창업자의 손을 떠난 회사가 된다. 창업자가 마음대로 회사를 좌지우지할 수 없게 된다. 이때 회사의 ‘규범’이 필요하다. 규정집도 필요하고 사내 규율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 것도 직원이 1만명 수준까지다. 1만명이 넘어서면 ‘문화’가 필요하다. 이때부터는 회사의 문화가 회사를 만들어 간다. 구글은 직원이 3만명이다. 지금은 구글문화가 구글을 이끌어 가는 수준이 됐다.

회사가 잘 되는 문화를 만들고 이 것이 매출과 이익 증가로 이어지며 다시 직원 복지로 되돌려받는 ‘선순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일단 직원들이 오너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회사와 나를 동일시하는 단계인데 이는 한국의 모든 기업이 가지는 공통적인 고민이다.

구글도 오너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Think and act like an owner)을 강조한다.
그래서 구글은 아예 전직원을 입사와 동시에 주인을 만든다. 구글의 직원들은 직책에 상관없이 입사와 동시에 회사 주식을 받는다. 그래서 회사에 나쁜 행동을 했을때 피해를 자기가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구글의 핵심 가치 8번에 “당신이 회사다. 불만이 있으면 직접 고처라”는 것이 있다. 이를 위해 구글은 자신이 생각하는 회사의 문제를 고칠 수 있는 버그 오거나이저(Fit-it Day)가 있다.

구글은 실패를 독려한다. 혁신도 좋지만 이에 대한 책임도 지게 하는데 시도했다가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고칠 수 있으면 용인하는 문화가 있다.

아이베타 브리지스 구글 교육지원 수석 프로그램 매니저는 “우리는 실패를 지원한다. 구글의 유명한 20% 룰도 실패를 용인하기 위해 만든 툴이다. 프리젠테이션 하는 법이나 갈등관리, 시간 관리 등을 매니저가 되지 않고도 경험을 할 수 있다. 대신 성공하면 즉각 보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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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재권
출처 : http://jackay21c.blogspot.kr/2013/0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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