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 사람이 사람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무언가

Source : http://flic.kr/p/7iQr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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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보험 재계약 시즌이 되자 역시나 다양한 보험사에서 전화가 걸려옵니다. 그런데 저는 몇년전 동부화재 다이렉트의 한 상담원 김현진님 때문에 지금까지 계속 동부화재의 계약 조건을 별로 들어보지도 않고 연장을 하고 있습니다. 동부화재의 서비스가 타사보다 특별히 좋아서? 그런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실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합리적 판단도 하지 않고 대책없이 특정 화재회사의 자동차보험을 가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가지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제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서비스를 서비스로 다가간다’라는 관점이라고 할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비스는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실 생활에서 접하는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죠. 서비스업임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전화를 주실 때 서비스를 상품 팔듯이 접근합니다. 그래서 바로 가격이 더 저렴하다로부터 승부합니다. 게다가 이미 많은 분들로부터 일상적인 ‘거절’을 경험하는 환경이다보니 스스로 마음의 방어막을 치고 있음을 느낍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때로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환경에서 이렇지 않은게 사실 더 이상할 정도겠죠. 그래서 매번 거절 말씀을 드리면서도 행여나 상담원께서 상처를 받지 않으실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기도 합니다.

그런데 김현진님은 달랐습니다. 일단 바로 사람의 마음 속으로 파고 들어오는 스타일이었습니다. 마치 친구처럼. 전화상으로만 들리는 쾌활하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는 기계적으로 전화를 받던 저를 멈춰서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 뭐지? 할 정도였죠. 하지만 기존의 보험사를 바꿀 생각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며 전화를 끊으려고 했죠. 가망이 없어 보였다고 판단을 했을 것입니다. 이럴 때 보통은 알겠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었을 테지만 김현진님은 달랐습니다. 목소리에서 실망한 기색을 스스럼없이 드러냈지만 오히려 웃으면서 그러면 여러 좋은 보험회사가 많으니까 잘 알아보시라고 하면서 보험 항목별 옵션마다 장단점이 있다. 송인혁님의 보험 약관을 보건대 이런이런 특성이 있으실 것 같은데 어떤 부분은 유지하시는게 좋지만 어떤 부분은 빼는게 좋을 것 같다. 그런 점 염두하시고 보험가입 하시면 더 저렴하면서 효과적인 보험을 선택하실 수 있을 거라며 밝은 목소리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는 겁니다.

순간 이 사람이 보험을 팔려는구나에서 ‘저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구나’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이 사람에게 호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길래? 하는 궁금증마저 더해졌습니다. 결국 저는 마음을 바꾸고 이 분과 계약을 하기로 했습니다. 약간 조건이 변경되었을 때는 저에게 유리한 것을 먼저 알려주기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또 차를 몰다가 예를 들어 블랙박스를 설치했다던가 하면 바로 자신에게 전화를 주면 해당 부분에 대한 환급이 가능하니 아까운 돈을 아끼실 수 있다는 사실까지 챙겨주는 것이었습니다. 보험을 새로 계약한 다음에도 뭔가 문의해야할 사항이 있을 때 전화를 하면 이 분은 언제나 밝게 맞으며 즐겁게 응대를 해 주셨습니다. 보험사를 바꾸자 기존의 보험사 상담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이전 보험상담원은 가족의 지인이었던 터라 사실 보험을 갈아타기가 껄끄러웠습니다. 보험해지 사실을 안 그 분은 상대가 어떤 조건을 불렀느냐며 자신이 그보다 더 깎아주겠노라고 저를 설득했습니다. 그러나 더 싼 가격에 주겠노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저의 마음은 확실히 굳어졌습니다. 보험회사를 갈아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보험이라는 것은 심리에 관련된 것입니다. 언젠가 사고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심리적 가정에서 출발하니까요. 즉, 합리적 논리의 영역이 아니라 심리적 감정의 영역에 해당하는 분야입니다. 그런데 이전 보험회사의 상담원은 서비스가 아닌 제조마인드로 접근을 하고 있었던 거죠. 즉, 저를 논리적으로 설득하고자 했고 그것은 저에게 아무런 감흥을 일으키지 못했던 것입니다.

보험을 일단 계약하고 나면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상담원과 다시 통화할 일은 없습니다. 때문에 통화하는 순간에 고객과 어떤 형태의 접점이 일어나느냐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김현진님의 이런 접근은 정말 저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해가 바뀌고 보험갱신 시기가 오면 이 분의 전화가 언제 걸려오냐를 기다릴 정도였습니다. 평소에는 떠올리지 못하지만 그 시기가 되면 다른 보험 회사들이 열심히 알려주니까요(?). 하지만 저는 아무리 전화가 걸려와도 이미 동부화재와 계약하기로 했습니다라는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그분의 전화가 걸려오면 반갑게 인사를 하지요.

그런데 이분, 작년부터는 하시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셨다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갑자기 허전함이 몰려왔습니다. 급한건 상대일텐데 제가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하지만 저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좋은 상담원을 소개해 주겠노라고 말씀을 줍니다. 그리고 여전히 밝은 목소리의 또다른 상담원이 곧 저를 안내하였습니다. 이분도 참 좋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은 김현진님이 만들어낸 효과일 것입니다.

그리고나서 두 해가 지났습니다. 해마다 보험사에서 전화가 쏟아질 때면 저는 김현진님에게 문자를 한 통씩 보냅니다. 올해도 변함없이.

“안녕하세요, 송인혁입니다. 또 보험 재가입 시기가 되었네요^^ 이맘때면 어김없이 김현진님 생각이 나더라구요. 늘 밝게 고객의 입장에서 다가가는 모습은 이렇게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가 않나 봅니다. 새로운 자리, 환경에서 또 열심히 의미를 만들어가시겠죠?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그리고 그분으로부터 밝은 답장이 되돌아옵니다. 손으로 쓴 문자임이 느껴지는 문자, 비록 디지털 문자였지만 전혀 차갑지 않은 따뜻한 행복의 감정을 느낍니다.

“어머 감동입니다^^이렇게 잊지않고 메세지까지..너무 행복한데요~~송인혁님두 잘지내고계시죠!!또 한해가 흘러새로운2013년이 되었네요 올해도 송인혁님 화이팅입니다 뜻깊은한해되세요^^”

‘서비스란 사람이 사람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무엇인가’라고 믿습니다. 예전에 제네랄닥터 선생님들이 ‘의료란 인간이 인간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무엇인가’라고 정의하셨던 것을 그대로 차용한 것입니다만, 서비스라는 단어로 치환해도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인간이 인간을 위해 다가가고자 할 때, 고객은 진정 인간적으로 다가온다는 믿음. 김현진님은 이제 동부화재에 안 계시지만 저는 올해도 다른 전화들 속에서 동부화재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목소리 저편의 누군가를 위해 밝은 목소리로 환영하며 ‘안녕하세요!’라고 응대합니다.

글 : 송인혁
출처 : http://everythingisbetweenus.com/wp/?p=1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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