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윤리와 돈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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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ttp://flic.kr/p/5ah8Yx

손목이 좋지 않아서 얼마 전에 회사 근처에 있는 정형외과를 찾았다. 그 병원은 최근에 개원했다. 병원 문을 닫을 때 쯤 찾아서 그런지 환자가 많지 않았다. 진료실에 들어가서 의자에 앉자, 의사가 앉은 뒷자리에 걸려 있는 OO요법에 대한 인증서가 눈에 들어왔다. 의사에게 증상을 이야기하자 진단이 내려졌다. 사실 손목이 안 좋은 건 오래된 일이라 정확한 진단명을 알고 있었다. 그 병원을 찾은 건, 꾸준한 물리치료를 받으라는 다른 병원에서의 진단 때문이었다.

사실 진단명을 알고 있고 병원을 찾은 건 회사 근처에서 꾸준히 물리치료를 받으려는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의사는 내 이야기를 듣고 손목이 아픈 경우가 손목 때문이 아닌 목척추에서 내려오는 신경이 눌려서 그런 경우가 있다며, OO요법을 받아볼 것을 권했다. 의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목 부위를 여기저기 누르면서 아프냐고 물었다. 의사가 누른 부위는 모두 아프지 않았다. 아프지 않다는 내 대답을 들은 의사는 다소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래도 OO요법을 받으면 좋다고 다시 권유했다. 난 다음에 생각해 보겠다고 짧게 답했다. 그리고 그 병원에서 간단한 물리치료를 받고 나왔다. 물론 다시 그 병원을 찾지는 않았다.

댄 애리얼리의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에서, 악덕? 병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치과용 캐드/캠은 환자의 치아와 잇몸을 3차원 모델로 만들고, 이 모델을 사용해서 환자의 보철물을 만드는 장비다. 그런데 이 장비는 매우 고가다. 어떤 치과의사가 고가의 캐드/캠 장비를 구매하고 나서, 환자의 이에 난 실금들이 예전과 다르게 보였다고 한다. 마치 노다지를 캘 수 있는 금맥처럼 보였던 것이다.

이 사람은 모든 것에 왕관(크라운)을 씌우려 했다. 즉 이에 실금이 난 환자들에게 자신이 산 고가의 캐드/캠 장비를 사용해서, 시술 받을 것을 권유했다. 로스쿨에 다닌 여대생에게 이 시술을 권유했고, 권유를 받은 여대생은 시술을 받았다. 그런데 문제는 시술을 받고 나서 생겼다. 시술 후 치통을 앓았고 급기야 근관 치료까지 받았다. 그런데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결국 복합수술까지 받는 상황이 되었다. 이 여대생은 가만히 두어도 아무런 문제 없는 실금을 치료함으로써, 엄청난 재정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여대생은 로스쿨을 졸업한 뒤 자신이 받은 시술이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경악했다. 그리고 이 치과 의사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결심했으며, 결국 그 치과의사에게 법적으로 그리고 재정적으로 복수하는 데 성공했다.

난, 병원은 꼭 동네에서 오랫동안 개원하고 환자를 본 데를 다니려고 한다. 개인적인 경험이어서 일반화할 수 없지만, 얼마 전에 경험한 정형외과나 댄 애리얼리 책의 사례처럼, 신규로 개업한 병원의 경우엔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에, 의사가 과잉 진료의 유혹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그냥 두나 치료를 하나 별 차이가 없는 경우에, 역사가 있는 병원의 의사들은 그냥 환자가 잘 관리하라는 정도의 진단으로 끝나지만, 신규 병원에선 뭔가를 시도하려고 한다. 이 때문에 쓰지 않을 비용을 쓰고, 겪지 않은 불편을 겪는 경우가 생긴다.

병원의 사례를 쭉 이야기했지만, 이 이야기는 꼭 의사라는 직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직업윤리와 돈벌이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경험하는 사례다. 이런 윤리와 돈벌이의 경계에서, 돈벌이의 유혹에 빠지면 확실히 돈은 많이 벌 수 있다. 윤리를 저버리고 돈 벌이에 매몰되면, 내가 만드는 서비스나 물건에서 소비자는 제외된다. 하지만, 외면 당한 소비자는 어떤 식으로든 윤리가 없는 생산자에게 복수를 한다. 소탐대실하는 셈이다.

* 덧: 라식소비자단체에서 발행하는 라식보증서 때문에, 라식 부작용 사례가 대폭 줄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그동안 많은 의사가 돈벌이와 직업윤리에서, 돈벌이를 택한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고로 직업윤리를 지키게 하는 수단도 필요하다.

글 : 신승환
출처 :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652

About Author

/ root@talk-with-hani.com

신승환은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 관리, 프로세스 컨설팅 등의 업무를 십 년간 수행했으며, 현재는 차량용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다. 읽은 것과 생각한 것을 블로그(http://talk-with-hani.com)와 트위터(http://twitter.com/talkwithhani)에 꾸준히 남기려고 노력한다. 지은 책으로는 '시지프스를 다시 생각하다',‘겸손한 개발자가 만든 거만한 소프트웨어’와 ‘도와주세요! 팀장이 됐어요’가 있으며, 다수의 IT서적을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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