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정책 7] 중간회수시장 활성화 방안

‘벤처정책’ 연재 기사는 벤처정책포럼의 최종 결과물인 벤처 정책 연구 보고서를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pdf [PT자료]중간회수시장 활성화 방안.pdf

 

■ 생계형 창업은 늘고, 청년 창업은 감소하고

지난 글 표를 통해 보았듯이 벤처기업이 미치는 경제적인 영향과 성과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 비해 뛰어나다. 따라서 고성과(High Performance)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게 정부의 중요한 정책적 과제라 할 수 있다.

선진국에 비해 높은 생계형 창업 비중 / 출처 : 2011 GEM(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ing) 보고서
선진국에 비해 높은 생계형 창업 비중 / 출처 : 2011 GEM(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ing) 보고서

현재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은 몰라서 활용을 못하고 있을 만큼 그 제도나 기반이 잘 갖추어져 있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선진국에 비해 높은 생계형 창업 비중과 청년 창업의 감소를 보이고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말하지만 막상 주변 사람들이 창업하겠다고 하면 말리는 풍토이다.

이번 글에서는 왜 이런 문화가 자리잡았는지를 미국의 경우와 비교하여 알아보고, 벤처기업의 최대 애로사항으로 지적되어 온 자금조달에 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 미국 벤처생태계의 3대 비밀

1. 벤처캐피탈 투자와 대등한 규모의 엔젤 투자 규모, 50:50의 비밀

벤처캐피탈은 투자 구조상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에 투자하기 힘들다. 스타트업 영역을 담당하고 있는 건 엔젤캐피탈이다. 미국의 경우 2009년 기준 178억불의 벤처캐피탈 투자와 맞먹는 규모(176억불)의 엔젤캐피탈 투자가 마차의 두 바퀴 축을 이루고 있다. 엔젤 투자로 인해 창업 초기의 자금조달이 (융자나 담보대출 방식이 아닌)투자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패의 부담을 줄이고 있다. 창업투자의 활성화가 창업의 재도전 기회 또한 제공하는 셈이다.

성장단계별 자금고갈 현황
성장단계별 자금고갈 현황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엔젤 투자 자금도, 수요도 있으나 정작 활성화가 되지 못하고 있다. 즉, 엔젤투자자는 있지만 엔젤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바로 스타트업 투자자금의 회수를 위한 중간회수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중간회수시장이 없으니 수익을 내려면 이론적으로 스타트업이 주식시장에 상장(IPO)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상장되기까지는 평균 12년이라는 오랜 기간이 걸린다. 엔젤투자자는 투자자이지 자선사업가가 아니다. 결국 엔젤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하니 창업가 입장에서는 아이디어·기술 사업화에 성공하더라도 그 다음에 창업 필수 코스인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넘지 못해 사업에 실패하게 되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하여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에 갇히는 것이다.

2. 주식시장 상장(IPO)을 통한 투자자금회수(10%)보다 훨씬 큰 중간회수시장(90%)

이러한 투자자금 회수기간의 문제로 인해 미국에서는 최종 회수시장인 IPO보다 M&A를 통한 중간회수방법을 선호하고 실제로도 중간회수시장의 규모가 최종 회수시장의 규모보다 9배나 크다. 투자금 회수가 조기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투자의 매력도가 높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 투자금 중간회수시장이 없으니 엔젤투자가 일어나지 못하고, 이는 창업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결국 소자본 생계형 창업으로만 몰리고 경쟁이 과열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3. 벤처기업, 벤처투자(벤처캐피털, 엔젤캐피털), 대기업 간의 투자 선순환 구조

중간회수시장

기업의 성장단계별 필요자본과 가용자본의 격차가 가장 심한 구간이 발행하게 되는데, 그 시점이 대체로 중간회수시장을 필요로 하는 시기이다. 미국은 개방형 혁신거래가 가능한 중간회수시장을 통해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였다. 엔젤투자를 통한 기술창업 → 기술개발완료 → 대기업과 M&A(대기업의 시장지배력+벤처기업의 기술력) → 상호간 윈윈(win-win) 구조, 투자자는 투자금 회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미국 대기업의 대부분은 내부 R&D보다 M&A에 더 많이 투자한다. 따라서 엔젤투자자들은 창업초기 기업에 투자하여 단기간에 보다 효과적으로 투자회수를 하게 된다.

이처럼 대기업과 벤처기업간 혁신적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중간회수시장이 발달하기 어렵다. 그리고 중간회수시장의 발달 없이는 엔젤투자가 일어나기 어렵다. 따라서 투자가 일어나기 어려우면 창업하겠다며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주변 사람을 자연스럽게 말리게 되는 것이다.

 

■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가장 첫 번째 단계, ‘중간회수시장’을 만들어야

1. 개방형 혁신거래소의 설립

국내에서는 증권협회 산하의 프리보드 시장은 벤처기업 등 비상장 혁신형 기업들의 자금조달 활성화와 유동성 확보를 위해 2000년 3월 제 3시장으로 개설되었다. 그러나 정규시장 진입경로인 예비시장(Pre-KOSDAQ)으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채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증권거래소 산하의 코넥스(KONEX; 장외주식거래시장) 신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세계적으로 성공한 예는 희박하다. 따라서 투자로부터 회수하기까지의 기간이 3~4년 이내가 되는 중간회수시장의 조성이 필요하다. 벤처 1.0 정책의 성과가 코스닥이었다면, 벤처 2.0 정책의 핵심은 혁신거래가 이루어지는 중간회수시장의 개설이다. 즉, M&A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시장을 가진 대기업과 기술을 가진 중소벤처기업과의 M&A와 거래를 중간에서 관리, 감독하는 개방형 혁신거래소의 설립이 M&A 시장 활성화 방안 중에 하나가 될 수 있다.

2. 엔젤투자의 길을 더 넓게 열어줘야

그동안 벤처 활성화 대책은 주로 해당 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중심으로 하였다. 현재 우리나라의 엔젤투자 촉진을 위한 세제 지원은 미국, 영국 등 엔젤투자가 활발한 선진국과 비교하여도 상당히 낮은 상황이다. 소득공제율 확대, 이연과세를 통한 재투자 유도 등 엔젤투자자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시장 자율의 엔젤활성화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 대기업 집단이 엔젤투자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엔젤투자를 선도하도록 유도하는 등 투자볼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간회수시장 조성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의지를 묻고 싶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벤처기업을 인수하려고 하지 않고 기술·아이디어만을 베껴서 내부 인력으로 개발해내려고 하고, 창업가 입장에서는 기업을 M&A하려고 하지 않고 평생 ‘내 것’으로 가져가려고 하는 인식이 계속되는 한, 17세 벤처신화 주인공 탄생 이야기는 그저 먼 나라 이야기로만 맴돌 것이다.

안경은 brightup@gmail.com

 

다음 주에는 ‘벤처 세계화 전략에 관하여’를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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