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목표는 결정적 순간의 경쟁

netflix_logo[요약]
넷플릭스는 앞으로 TV 채널의 시대가 가고 인터넷 TV의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음. 이에 넷플릭스는, 요금제, 카테고리, 프로세스 등의 단순함을 통해 소비자가 언제든 ‘결정적 순간’에 넷플릭스를 선택할 수 있는 신뢰 있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해오고 있음. 이는 많은 비용과 시간 투입의 의사 결정이 필요한 어려운 일.

넷플릭스가 ‘넷플릭스의 장기적 전망(Netflix Long Term View)’이라는 11쪽짜리 문서를 공개했습니다. 전혀 새로운 전략을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밝혀왔던, 그리고 추진하고 있는 사업의 전략과 전망에 관해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잘 요약해 놓은 곳에 가시면 빠르게 훑어 보실 수 있습니다만, 여기에선 몇 가지 관심 내용에 대해서만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실시간 TV 채널의 시대는 가고, 인터넷 TV 앱의 시대가 온다.

“실시간 방송이 아직도 대세지만, 시청 시간을 지켜야 하고, TV에서만 봐야 하고, 리모트는 복잡하고, DVR이나 VOD는 비용과 복잡도를 증가시킬 뿐인 TV 채널은 이제 바뀔 때가 되었다. 그 자리를 WatchESPN, HBO Go, BBC iPlayer 같은 인터넷 TV 앱들이 대체하는 시대가 될 것. 넷플릭스 같은 신생 플레이어는 물론 기존 TV 네트워크나 유료 방송 사업자들도 다 이쪽으로 넘어오게 될 것으로 예상.”

실시간 채널의 컨텐트는 아직 막강합니다. 실제로 뉴미디어 TV 사업을 추진하면서, 실시간 방송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는 법이 없죠. 결국, 프라임 타임 경쟁을 위해 실시간 방송을 어떻게 끌어들이느냐의 문제로 귀결되곤 합니다. 하지만 프라임 타임의 강도는 약해지고 있습니다. 바쁜 세상에 여가의 시간을 프라임 타임에 묶어두기 어렵습니다. TV에서의 타임 쉬프트(time-shift) 니즈는 소비의 개인화를 뜻하며, 개인화는 즉 스크린의 개인화를 뜻합니다. 플레이스 쉬프트(place-shift)의 니즈와도 맞물려 있는 것이죠.

넷플릭스는 채널이냐 앱이냐의 용어를 들고 나왔지만, 사실 이들 용어는 다른 불필요한 오해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다르게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우선 형이상학적 ‘채널’ 개념이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형태가 지금은 ‘앱’의 형식을 빌고 있을 뿐입니다. 다만, 채널의 변화 방향이 ‘라이브+TV플랫폼’에서 ‘온디멘드+멀티플랫폼’이 되는 것이죠. ‘앱’이라는 용어가, 게임도 되고, 페이스북도 되는 전혀 다른 앱 세상을 상상하게 하는 마법이 있습니다만, 여기에서 초점은 ‘비디오’ 서비스입니다. 그것이 ‘앱’이라는 형태로 다양한 멀티 플랫폼에 서비스된다는 것이 핵심이죠. 하지만 그것도 여전히 또 다른 형태의 채널일 뿐입니다. 브랜드 마케팅이 중요하고, 채널 고정이 아닌 채널 진입에 더 큰 힘을 쏟게 되겠죠.

그럼 넷플릭스가 생각하는 인터넷 TV 앱의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요.

넷플릭스 본사 (사진 출처: 위키커먼스)
넷플릭스 본사 (사진 출처: 위키커먼스)

단순함을 통한 결정적 순간의 획득.

“넷플릭스는 광고 없는 무제한 유료 TV 모델에만 집중. 영화와 TV 쇼에만 집중. 가입과 탈퇴는 초간단.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훌륭한 컨텐트를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바로 ‘단순함’입니다. ‘단순함’의 가치는 소비자의 것입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해주면 됩니다. “복잡하면 안 돼, 싸야 해, 볼 만한 컨텐트가 많아야 해.” 하지만 사업적으로, 또 기술적으로는 그것을 해내기가 정말 어려운 일이죠. 넷플릭스가 잘하고 있는 것들을, 다른 회사들은 잘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대부분은 돈이 많이 들죠. 그리고 ‘단순함’을 흩트리는 잡음이 많습니다. 윗선에서 ‘뉴스’도 해야 하는 거 아냐 하면 그것도 고민하고, UCC 얘기 나오면 그것도 고민하게 되죠. 무엇을 버리고 무엇에 집중할 것인지를 확실히 해주는 것이 비전의 핵심일 텐데 말이죠.

이 단순함을 통해 넷플릭스가 원하는 것은 당연히 소비의 증대일 것입니다. 넷플릭스가 표현하는 지향점은 이렇습니다.

우리의 북극성은 우리 가입자들의 ‘결정적 순간’을 보다 많이 획득하는 것.
Our North Star is to win more of our members’ “moments of truth”.

‘결정적 순간’이란, 소비자들이 뭔가 미디어를 소비할 준비가 된 여유 시간을 말합니다. 그 시간에 게임을 할 수도 있고, 웹 서핑을 할 수도 있고, TV를 볼 수도 있고, 책을 읽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순간에 한 번이라도 더 넷플릭스를 선택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겁니다. 소비자가 넷플릭스를 선택하는 것은, 바로 ‘단순함’을 바탕으로 한 신뢰의 경험이 좌지우지할 것입니다. 넷플릭스를 틀면 즐거운 경험이 보장된다는 믿음이죠. 하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습니다.

이 ‘결정적 순간’을 잡기 위해 넷플릭스는 연간 $450M(약 5,000억 원)의 마케팅 비용과 $350M(약 3,900억 원)의 서비스 개선 비용, 그리고 $2B(약 2조 2천억 원)의 컨텐트 소싱/제작 비용을 쓰고 있습니다. 가입자 3,300만 명의 넷플릭스가 컨텐트 소싱에 투자하는 비용만 비교해 보더라도, 가입자 2,700만 명의 SK텔레콤이 작년에 LTE 확장때문에 많이 늘어났다는 망 투자 비용인 2조 8천억 원에 육박합니다. SK텔레콤 회사 하나를 꾸리는 것과 같은 사업을 하는 셈입니다.

넷플릭스가 만약 한국에 들어온다면, 이런 덩치와 경쟁할 수 있는 한국 회사들은 아마 없을 겁니다. 물론 컨텐트의 지역적 한계가 있고, 시장이 작아 수익이 상대적으로 작게 여겨질 것이고, 넷플릭스가 말하는 수익 안정권인 20~30% 점유율까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들어온다면? 아마 그 ‘결정적 순간’ 경쟁에서 해볼 만한 서비스는 푹(Pooq) 정도 말고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글 : 게몽
출처 : http://bit.ly/14geu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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