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 스타트업과 자기다움, 자스민체 컨퍼런스

지난 11일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국제회의장에서 유니타스브랜드(http://www.unitasbrand.com)의 주최로 ‘자스민-체 컨퍼런스‘가 개최되었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 스타트업들은 어떤 관점으로 자신들의 브랜드를 바라보고 있는지, 지속가능경영을 넘어 100년 이상의 브랜드 파워를 가져가기 위해 각자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Ⅰ. 브랜드의 영혼, Concept

1. 브랜드는 정의를 따라 흐른다 : 김봉진 대표 (우아한 형제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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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의 시작은 정의를 내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내가 내린 배달음식의 정의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행복한 시간’이었고, 여기서 우리 브랜드가 시작되었다.”

UI디자이너 출신인 김봉진 대표는 배달의 민족의 브랜드를 구축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꼽았다. 배달음식 서비스의 정의를 내린 뒤 20대 대학생이라는 타겟을 설정, 그리고 해당 타겟층이 친근감을 느끼는 키치(Kitsch, 유머러스하고 보기 괴상한 것, 저속한 것과 같은 사물을 뜻하는 미적 가치)와 패러디 요소를 결합하여 브랜드 이미지를 창출하였다.

이러한 브랜드 이미지는 우아한 형제들의 사무실 곳곳에 녹아들어 구성원들의 크리에이티브를 자극한다. ‘구성원들의 생활양식 자체가 브랜드가 되고, 내가 사용하고 보는 공간이 모두 우리의 아이덴티티가 된다’는 김봉진 대표의 브랜드 철학이 만들어낸 모습이다.

“‘좋은 브랜드는 자기다운 브랜드’ 라고 생각한다. 배달의 민족도 ‘배달의 민족스럽다’라는 이야기를 항상 듣고 싶은 바램이 있다.”

사무실 곳곳에서 우아한 형제들이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느낄 수 있다.
사무실 곳곳에서 우아한 형제들이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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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형제들은 글꼴 ‘한나체’를 공개한 뒤 다양한 아이템에 이를 적용하며 타 기업들과의 디자인 콜라보레이션(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배달의 민족 브랜드 마케팅 이야기’ 발표자료

2. Social Entrepreneur들의 허브 : 박동천 대표(임팩트 스퀘어 ,허브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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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활동으로 기업이 성장하고 혁신하되, 동시에 사회도 발전하는 모델을 추구해야 하고 이를 독려하고 여기에 투자하는 Impact Investing이 이뤄져야 한다.”

박동천 대표는 기업 비즈니스의 사회적 혁신을 돕고자 컨설팅 서비스를 주업무로 하는 임펙트 스퀘어를 창업하였고, 최근 소셜 벤처 창업자들의 아지트인 허브 서울(HUB Seoul)을 오픈했다. 허브 서울은 글로벌 네트워크인 더 허브(http://www.the-hub.net)의 공식 한국 지점이며, 더 허브는 2005년 영국 런던에서 설립되어 현재는 샌프란시스코, LA, 시애틀, 암스테르담, 밀라노, 마드리드, 헬싱키, 상파울로, 멜버른, 싱가폴 등 30여개 세계 각 도시에 자리잡은 대표적인 협업&사회혁신 공간이다.

박동천 대표가 말하는 ‘임팩트’란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일컫는데, 이러한 임팩트를 비즈니스로 구현해내는 주체가 바로 그가 생각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간의 갈등(Conflict)을 제대로 극복하고 있는가’라는 문제점에 대해 박 대표가 제시하는 사회적 기업의 컨셉은 “Impact Investing + Impact Business = Impact Economy”이다. 비즈니스의 본질에 사회적 가치를 넣어서, 하나의 비즈니스 엔진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Social Entrepreneur들의 허브’ 발표자료

Ⅱ. 창업자의 자기다움, Humanbranding

1.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도록 : 안연정 대표(문화로놀이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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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 어떻게 보여지는가’라는 표현의 한 방법으로서의 소비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그러한 소비들을 위해 계속 돈을 벌어야만 하게 되고, 결국 여기서 오는 스트레스와 소외감이 남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이러한 일반적인 소비문화에 대한 내 자신의 무능력을 느끼면서 이러한 소비를 생산이라는 다른 측면으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게 되었고, 이것이 결국 나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알게 되었다.”

문화로놀이짱은 너무 많이 버려지고 대부분이 매립·소각되는 목재들을 저장할 수 있는 공공 창고와 스스로가 일상의 창조자가 되는 지역의 공동 작업장인 공공 공방을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이다. 폐목재를 활용하여 실생활에 다시 사용가능한 물건들로 재탄생시키는 문화로놀이짱의 프로젝트에는 안연정 대표 자신의 문제의식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돈 없이 잘 살 궁리’,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먹고 살 수 있는 방법 찾기’라는 화두를 사회적 기업 활동을 통해 풀어나가는 대표적인 휴먼브랜딩의 사례이다. 창업가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업을 만들어 내고, 이 기업의 활동이 사회에 그 메시지를 던지고, 결국 인식 전환과 문화에 영향을 끼치며 브랜드화 되는 과정은 창업가가 가지고 있는 이데올로기와 비전이 결국 기업의 브랜드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2. Fun CEO, Fun Company : 신창연 대표(여행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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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행복한’ 여행을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들의 여행을 돕는 우리 직원들이 먼저 행복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고, 회사의 수익보다 직원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일에 중점을 두고 회사를 경영해 왔다.”

여행박사는 교육비, 의료비, 어학학원비, 학자금 지원 및 장기근속 포상은 물론 마라톤 기록 포상에서 자율출근제까지 직원들에게 다양한 복지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파격적인 복지혜택에도 불구하고 업계 3위의 경영성과를 자랑하는 비결은 바로 광고집행비를 없애고, 고객만족을 실현하는 행복한 여행경험을 제공함으로서 모객률을 높이는 것에 있다. 독특한 경영방식과 조직관리 탓인지 입소문이 많이 펴져 여러 매체에서 먼저 찾아온다는 것이 신창연 대표의 설명이다.

직원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FUN경영과 함께 신 대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또 다른 가치는 윤리경영이다. ‘망해도 폼나게 망한다’는 여행박사만의 독특한 경영 철학에는 몇몇 기업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부당해고나 공적자금 투입과 같이 사회에 여러 악영향을 끼치는 모습을 보며 신 대표가 느꼈다는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죽어도 나만은 망하지 않겠다’라고 하면 모든 것이 지저분해진다. 세금을 탈루하게 되고, 직원들 월급을 미루게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게 된다. 곧 망해도 깨끗하게 망하겠다는 생각, 바로 또 다시 일어서면 된다는 생각으로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경영철학이다.”

Fun경영과 윤리경영을 실행에 옮기는 여행박사 발표자료

Ⅲ. 100년 브랜딩의 초석, Entrepreneurship

1. 세상을 바꾸는 메시지 : 한동헌(마이크임팩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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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변에 줄 수 있는 긍적적 임팩트를 찾기 시작했고, 거기서 20대의 아픔에 대한 고민이 출발하게 되었다. 20대의 아픔은 20대만이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아픔들이 많지만 내가 가장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같은 청춘들의 아픔이었고, 그 때부터 토크 콘서트와 같은 여러 행사들을 진행하게 되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일하던 한동헌 대표는 스물 여덟이 되던 해 회사를 나와 마이크임팩트를 창업했다. 사회를 더 나은 모습으로 바꿀 수 있는 메시지를 상징하는 ‘마이크’와 이런 메시지들이 줄 수 있는 영향력인 ‘임펙트’가 합쳐져 탄생한 마이크임팩트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각종 강연과 멘토링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다.

첫 행사 진행 당시 천 만원이라는 대관료를 사재를 털어 지불한 일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는 그는 때때로 주변에서 “재미있고 의미있는 일이다, 그런데 돈은 좀 돼니?” 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가장 난감한 순간이었다고 이야기한다. 마치 즐겁게 잘 지내지만 공부는 못 하는 학생이, 결국 학생의 본분은 공부이기에 어떻게 해도 스스로를 정당화할 수가 없는 상황과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는 한 대표는 그 때 ‘기업가로서 가져야 하는 돈에 관한 자세’에 대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돈 버는 건 죄악이 아니다. 이윤을 남기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껴서는 안 된다.
돈과 의미 중에 중요한 건 돈이다. 직원들의 월급이 밀리면 처음에 모두가 가졌던 의미마져 퇴색된다.
그러나 돈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 사회가 신뢰하고 소통하여 협력하는 사회적 역량이 가득한 세상을 한 대표는 ‘사회적 자본이 가득한 세상’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많은 사회적 기업들이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은 물론 경영자로서의 비즈니스적 마인드를 가지고 활동하기를 거듭 강조하였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정말 너무나 어렵다. 그러나 이 일이 그만큼 어렵고 힘든 일이기 때문에 그만큼 조금씩 이뤄나갈 때의 희열이 크다. 쉬운 길보다 어려운 길을 따라 걷게 되면 더욱 더 즐겁고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을 하면서 성공하지 말고, 모두가 행복해지셨으면 좋겠다.

2. 기업(企業)을 넘어 기업(起業) 그리고 기업(基業)으로 : 김정태 이사(MYS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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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에서 국제학을 공부하고, 런던 헐트국제경영대학원에서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공부한 김정태 이사는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라는 그의 저서처럼 앙트러프러너십을 가진 인재들을 멘토링하고, 그들을 통해 사회혁신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20살 후반에 안도현의 연어라는 책을 보면서 가슴을 치는 문구를 발견했다. ‘배경이 되는 삶’이 바로 그것이다. 밤하늘의 별을 더 아름답게 하는 검은 밤하늘이 있고, 장미를 더 아름답게 돋보이게 할 수 있는 황무지가 있다. 예전의 나는 스펙을 좆으며 별이 되고 싶었고, 장미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배경이 되는 삶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고, 별과 장미가 더 빛나고 아름다워질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휴먼 캐피탈리스트인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다.”

모두가 부러워 할 만한 직장인 국제기구에서의 업무를 접고 본인이 더 보람을 느끼는 일을 찾아나선 김정태 이사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루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먼저 몸을 움직여서 그 일이 일어날 물리적인 공간부터 찾아다녀 보자. 기회와 만나게 될 것이고 본인의 스토리를 만나게 될 것이다.”

‘기업(企業), 기업(起業)을 넘어 기업(基業)으로’ 발표자료 

브랜드는 결국 일관된 흐름이다. 창업가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회사의 비전은 무엇인지, 내부 구성원들에게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공유할 것인지, 서비스 이용자와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 이 모든 과정에서 브랜드의 컨셉이 만들어지고, 확고한 브랜드 메시지가 전달되고, 그 브랜드는 사람들의 머릿 속에 각인된다. 여러분이 스타트업 브랜드를 구축하고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다면, 하지만 그 방향성 자체가 흐릿하다면 지금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는지부터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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