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아이디어] 거대 권력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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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페이스북을 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약 200명의 친구들이 올려주는 따끈따끈한 글을 읽다보면 세상이 움직이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미국 소프트웨어(SW) 회사(오라클)에서 일하는 조성문 씨를 빼놓을 수 없다. 그의 블로그 ‘실리콘밸리 이야기’를 읽으면 이방인에 눈에 비친 미국의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그의 글은 자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국내 신문과 방송 등에도 소개된다. 최근에 쓴 칼럼 ‘진정한 행복에 대하여’는 가족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것으로 잔잔한 감동을 낳았다. 1주일동안 그의 블로그를 찾은 방문객만 6만여 명을 기록했다. 또 페이스북 담벼락에 글을 소개한 독자도 1만여 명에 달했다.

인터넷 포털인 다음에서 일하는 임정욱 씨는 다양한 주제와 형식의 글을 선보이고 있다. 그의 블로그 ‘에스티마의 인터넷 이야기’는 음식으로 치면 ‘풍성한 식단(이야기)’을 자랑한다. 임 씨는 신문사 기자와 미국 인터넷회사(라이코스)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그의 블로그는 시간을 다투는 속보와 촌철살인의 비평,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겪는 경험을 풀어내는 에세이로 방문객들을 맞는다.

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출판동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소식을 페이스북에 소개하고 있다. ‘문화 권력’에는 비판하고 신간을 소개하는 그의 칼럼은 언제 읽어도 흥미진진하다. 올해로 30년을 꽉 채운 ‘작가의 필력’을 느낄 수 있다. 도서관에서 가끔씩 읽는 신문의 문화면 기사는 싱겁게 느껴진다.

 

내가 특별히 3명 블로거들의 활동을 소개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풀뿌리 미디어가 어떻게 싹을 틔우고, 그 세력을 확장하는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내가 오랫동안 화두로 삼았던 주제다.

거대권력의종말

최근에 번역된 책 ‘거대 권력의 종말(RHK)’을 꼼꼼하게 읽은 것도 이 때문이다. 책은 정보기술(IT)의 종주국인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력의 지각변동’을 파헤치고 있다.

저자는 유명한 미래학자인 니코 멜레 교수(Nicco Mele/하바드케네디스쿨).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모두가 연결된 세상에서 거대한 권력이 발을 붙일 곳이 없다’는 것이다. 멜레 교수는 “세계가 `급진적 연결(radical connectivity)`로 이어져 있다”며 “오늘날의 기술은 `시간`과 `공간`을 비롯한 모든 장벽을 허물어버렸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거대권력이 무너지는 현장을 차례로 보여준다. 거대 신문과 방송 네트워크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한 것은 일반인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책은 거대한 조직이 무너지는 소리가 미디어 업계의 울타리를 벗어나 정치와 예술(영화), 정부, 대학, 그리고 기업계로 옮겨가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실시간 뉴스 시대를 열고 있는 트위터가 거대 미디어의 여론 독과점을 무력화했다면, 투명한 정보공개를 부르짖는 어나니머스는 정치는 물론 비즈니스 세계까지 뒤흔들고 있다. MIT의 오픈코스웨어와 칸 아카데미는 ‘상아탑’의 울타리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책이 돋보이는 것은 이러한 변화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성찰이다. 저자는 거대한 권력이 사라진 시대에 필연적으로 혼란이 찾아올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또 이들을 대체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권력 또한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로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다.

이들 기술은 사용자들에게 자유를 선사하는 것 같지만 동시에 사용자들을 묶어 놓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 회사에서 일하는 우수한 프로그래머들의 관심이 “사용자들이 광고 글을 읽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는 설명을 들으면 그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유독 제조업의 미래에 대해서만은 낙관론을 펴고 있다는 점이다.

3차원 프린터와 레이저 절삭기 등이 보급되고 이들 기기가 인터넷과 결합하면서 최근 미국에서 가내 수공업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가 앞으로 조립 자동차, 비행기 등의 틈새시장을 일으키고 새로운 에너지를 찾는 등 미래 산업을 개척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낙관했다.

제조업은 전 세계가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이 문제를 논할 때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바로 제조업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내용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제조업에서도 단순히 제품을 생산하는 시설(하드웨어)보다 그것을 운영하는 기술(소프트웨어)이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미국 제조업의 부활도 그 이면에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일찌감치 이러한 변화를 내다본 선구자로 벤처캐피털리스트(VC) 마크 안드레센(Marc Andreessen)을 꼽을 수 있다. 컴퓨터와 문화를 다루는 잡지 와이어드는 창간 20주년을 기념해 가진 인터뷰에서 안드레센이 컴퓨터 역사를 바꾼 아이디어를 5개나 냈다고 평가했다(인터뷰 기사 : The Man Who Makes the Future).

안드레센은 1992년 인터넷 브라우저 모자이크를 개발한 데 이어 브라우저가 컴퓨터 운영체계(OS)로 자리잡고(95년), 구름(클라우드) 컴퓨팅이 큰 인기를 끄는 것(99년)을 예견했다. 또 소셜 네트워크가 부상하고(2004년), 소프트웨어가 모든 세상을 잡아먹을 먹을 것(2009년/Software Is Eating The World)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래에 다가올 기회를 잡기 위해 벤처캐피털리스트(VC)로 변신했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던 동료 벤 호로위츠(Ben Horowitz)가 가세했다. 회사 명칭(안드레센 호로위츠)도 두 창업자들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 동안 그가 종자돈을 투자한 회사를 보면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비즈니스 세상을 재편하는 지 이해할 수 있다.
에어비앤비(Airbnb)는 안드레센이 투자해 성공한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회사는 부동산에서 돈을 번다. 그러나 회사가 작동하는 방식을 보면 페이스북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와 유사하다. “소프트웨어가 집주인과 고객을 연결하고 가격까지 책정해준다”고 안드레센은 설명한다. 안드레센은 그 뒤를 이어 그루폰, 자포스, 팹 등에도 적지 않은 종자돈을 댔다.

업종은 다르지만 그가 이들 회사에 투자한 이유는 같다. ‘비즈니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핵심적인 기술, 즉 소프트웨어(SW)’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아마존화하는사회

니코 멜레 교수가 쓴 책 ‘거대 권력의 종말’은 인터넷이 바꾸는 ‘권력의 이동’을 흥미롭게 풀어낸 ‘역작’이다. 같이 읽을 책으로 일본인 작가 모리 캔이 쓴 ‘구글·아마존화 하는 사회(경영정신)’를 추천하고 싶다. 미국이 주도하는 IT 혁신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동시에 그 부작용을 경고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소수의 성공기업이 부를 독차지하는 불편한 진실’을 깨닫게 된다.

글 : 서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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