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뒤집다 3]나를 연애하게 하라, 시라노 연애 대작전

로켓펀치의 히든카드, 신비주의로 무장한 미모의 오피스 레이디 신림동 캐리가 매주 진행하는 스타트업 인터뷰입니다. 유머가 가미된 통통 튀는 이야기들로 스타트업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는 물론 웃음까지 함께 전해 드립니다.

10일 전에 신림동 캐리는 출근길에 지하철역에서 굴러 다리를 다쳤습니다. 멍이 좀 많이 들기는 했지만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죠. 근데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멍이 옅어져도 나아지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정형외과 가봤더니 인대와 근육이 찢어졌다는 겁니다.

의사: 어떻게 걸어 다녔지? 안 아팠어요?
신림동 캐리: 그냥 다녔는데요.

그래서 멀리 나갈 수 없는 신림동 캐리는 로켓펀치 옆 사무실 ‘시라노 연애 대작전‘에 문을 두드렸습니다.

9320081130_09bc7459d7_o

신림동 캐리가 솔로라서 그럴까요. 왠지 문 사이에서 빛이 나는 기분입니다. 어디서 막 쌍투스도 들립니다.

나를 연애하게 하라 사랑하게 하라
뜨겁게 활활 타오르게 하라
난 너무 지쳤어
너무 힘들어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은 ‘나를 연애하게 하라’고 외쳤습니다.

요즘 세상은 청춘들에 연애하라 외칩니다. 솔로에게 이상하다는 듯이 ‘왜 연애 안 해?’라고 묻죠. 평생 연애를 안 해본 사람은 ‘모태솔로’라는 이름표를 붙인 연구 대상이 됩니다. 이 정도면 ‘연애 권하는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9317289187_9357884d9a_o

‘시라노 연애 대작전’을 운영하는 ‘핸섬 컴퍼니’는 대놓고 너 연애 좀 하라고 부추기는 회사입니다. 대체 어떻게 남의 연애를 돕겠다는 건지, 무슨 생각으로 남 좋은 일을 하는 건지 한 번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9317289139_ebd7989abd_o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현수 대표, 이은경 실장, 이진욱 전략기획 팀장

신림동 캐리: 이웃사촌인데 처음 뵙는다.
김현수: 반갑다.
신림동 캐리: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어쩌다 이런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는가?

9320081010_d9c949fcfb_o

김현수: 원래 프로토 타입이 있었다. ‘시라노 계약 연애’라고 남녀가 계약을 하고 일단 만나보라는 거였다. 근데 ‘계약’이라는 단어가 무서운지 사람들이 별로 안 좋아하더라.
신림동 캐리: 원래 계약과 보증은 무서운 거다.
김현수: 남녀가 연애를 하는 데 있어 신경 쓸 건 많은데 정작 자기가 원하는 건 모르는 것 같아서 아예 까놓고 요구해보자 그런 거였다. 근데 대중적으로 가기 힘들어서 올해 2월에 컨셉을 바꿨다. ‘너와 내가 원하는 연애를 같이 해보자.’라는 거다.

신림동 캐리: 수익 모델은 어떻게 되나?
김현수: 가입은 무료고 연락처를 주고 받는 건 과금이 있다.
신림동 캐리: 친구가 게임 회사 다니는데 해킹으로 아이템을 털린 유저가 1층 로비에서 사냥총을 들고 위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근데 연애는 게임 아이템보다 더 중요한 거 아닌가. 혹시 막 책임지라는 사람 없었나?
이은경: 의외로 아직 없다.
신림동 캐리: 정말 의외다.
김현수: 서로 마음이 맞았을 때 연락처를 교환하는 것에만 과금하니까 그런 일이 없는 것 같다.

신림동 캐리: 사이트 개발은 어떻게 하셨는가?
김현수: 서버는 interface는 PHP, core는 C를 이용해서 개발하고 앱은 100% Native다.

신림동 캐리: ‘시라노 연애 조작단’에서 이름을 따오신 것 같은데 그럼 연애에 서투르거나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컨설팅을 해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
김현수: 처음에 그 생각도 했는데 견적을 뽑아보니 돈이 너무 많이 나오더라. 뒷조사도 해야 하고 미행도 해야 하고 엑스트라 배우도 써야 하고 상황에 따라 도구를 이용해 이벤트도 해야 하니까 그걸 한 달 정도 한다고 치면 수천만 원 나오겠더라. 그 정도 금액이면 이용할 사람은 많지 않겠지.

신림동 캐리: 다들 초기 멤버이신가?
김현수, 이진욱, 이은경: 그렇다.
신림동 캐리: 다행이다.
김현수: 뭐가?
신림동 캐리: 갑자기 얼굴이 어두워지면서 말을 아끼시면 인터뷰하기 힘드니까.
이은경: 셋이서 서비스를 기획하는 단계부터 같이 시작했다. 나는 여대를 나왔는데 원래부터 주변에 소개팅해주는 게 취미였다. 농담 삼아 나중에 이걸로 사업할 거라 그랬는데 진짜 그렇게 됐다.
이진욱: 나는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아서 살펴보다 지인을 통해서 소개 받았다.

신림동 캐리: 인터뷰하기 전에 어떤 서비스인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가입해보려고 했는데 요구하는 게 많아서 포기했다.
김현수: 우리는 가입이 좀 까다롭다. 가입 프로필과 위시리스트가 많고, 그걸 제대로 작성하지 않은 사용자에겐 지속적인 수정 요청을 보낸다. 제대로 된 응답이 없으면 가입 승인이 떨어지지 않는다. 사람에 따라 가입승인에 최장 한 달이 넘게 걸린다.
신림동 캐리: 소위 말하는 ‘스펙’은 어떻게 증명하나?
김현수: 초기에는 대학에 직접 전화해 졸업 증명을 했었다. 근데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도저히 인력으로 가능하지 않아 포기했다.
신림동 캐리: 가내수공업 분위기인데, 서비스는 셋이서 각자 파트를 분담하나?
김현수: 아무래도 스타트업이니 자기 맡은 역할은 있지만 이것 저것 다 손대게 된다.
신림동 캐리: 페이스북은 누가 관리하나?
김현수: 여기 잘생긴 이진욱 팀장이 한다.

9317289023_c565292232_o

핸섬컴퍼니에서 핸섬을 맡고 있는 이진욱 전략기획

신림동 캐리: 감성이 넘쳐흘러서 여자가 하는 줄 알았다.
김현수: 내가 강조하는 게 그거다. 언제나 소녀 감성으로 하라고. 그게 중요하다.

신림동 캐리: 소셜 데이팅 서비스를 운영하며 느끼는 애환, 또는 보람이 있는가?
이진욱: 서로 연락처를 교환한 커플이 있었다. 처음에는 한 번 만나보고 본인 스타일이 아니었는지 잘 안됐다. 근데 두 분이 간간이 연락하다 나중에 같이 미션을 실행하면서 정이 들어서 결국 사귀시게 됐다. 곧 결혼하신다고 들었다.
신림동 캐리: 와, 그 커플이 결혼하면 시라노 연애 대작전은 뭐라도 해줄건가?
김현수: 당연해 해드려야지.

신림동 캐리: 다들 연애는 하고 있나?
이진욱: 난 있다.
김현수: 난 결혼했다.
이은경: 나도 결혼했다.
신림동 캐리: 중이 제 머리 못 깎으면 안 되니까. 여태까지 얼마나 성사됐나?
김현수: 31,000 커플이 연결됐다.
신림동 캐리: 생각보다 많다.
김현수: 연인은 된 건 아니고 서로 호감을 나누고 연락처 교환한 숫자다.
신림동 캐리: 연락처 교환하고 그 뒤의 일은 자기들끼리 하는 건가?
김현수: 거기서부터는 서로가 알아서.

네, 연애는 셀프입니다.

신림동 캐리: 로켓펀치가 나 빼고 다들 커플이다. 그래서 동료들이 농담 삼아 시라노 연애 대작전에 가입하라고 한다.
김현수: 솔로셨나? 가입하시라.
신림동 캐리: 올해 초에 헤어지고 충격 받아서 미국에 두 달 다녀왔다.
이은경: 와.
신림동 캐리: 하지만 자아를 찾진 못했다.

그리고 신림동 캐리의 연애 넋두리가 20분이나 시작되었습니다.

신림동 캐리: 대표님은 왕년에 좀 잘 나가셨나?
김현수: 못 나갔다. 그러니까 이런 거 하는 거다.
신림동 캐리: 그럼 연애 케이스 많이 접해보며 뭔가 달라지셨겠다.
김현수: 솔직히 총각 시절에는 상대방이 뭘 바라는지 잘 몰랐던 것 같다. 이런 걸 좋아하겠지 짐작만 할 뿐이지. 그래서 상대방이 바라는 걸 캐치해줄 수 있도록 서비스를 해보자 싶었다. 어쩌면 내가 못했던 걸 남들에게 도움 주려는 목적으로 만든 것이기도 하다. 밀당도 재밌지만 까놓고 하는 것도 재밌잖아.

신림동 캐리: 근데 나이가 들면 되게 그런 거 귀찮지 않나?
이은경: 의외로 그런 거에 목말라 하신다.
김현수: 사람을 잘 알아가는 방법 중에서 ‘무엇인가를 같이 해보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라노 연애 대작전은 4주간의 연애 희망 목록을 작성하고 그 미션을 같이 수행해나가는 방식을 한다.
신림동 캐리: 미션을 서로 주고 받는 것인데 황당한 미션 있었나?
김현수: 황당한 미션 거는 사람 의외로 없는 편이다.
신림동 캐리: 아, 의외다. 그럼 어떤 미션이 많나?
이은경: 매우 소소하다. 영화 같이 보기, 치맥하기?
신림동 캐리: 치맥!
김현수: 같이 맛집 다니기? 그런 소소한 거다. 근데 그 소소한 걸 못하는 사람이 많지.
이은경: 신림동 캐리는 어떤 데이트 좋아하나?
신림동 캐리: 나는 부산에 가는 거 좋아한다. 용궁사 그런 데 좋다. 바다를 보면서 남자친구에게 ‘넌 미래에 뭐가 되고 싶니.’하고 막 이렇게 좁게 살지 말고 저 넓은 세상을 바라보라고 강요했다. 그랬더니 다들 나와 헤어지고 유학 가더라. 바다 괜히 보여줬다.

9317289043_2db247920f_o

유부녀라고는 믿기지 않는 미모의 이은경 실장

신림동 캐리: 자, 사장님이 화장실 가셨으니 물어보겠다. ‘핸섬컴퍼니’ 어떤가?
이진욱: 인원수가 적으니 다양한 일을 배울 수 있어서 그게 나에게는 장점인 것 같다. 여러 방면의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개인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 회사가 하나 하나 단계를 밟아가며 커가는 성취감이 상당하다.
이은경: 작은 회사라 내가 낸 아이디어가 사업에 반영되고 그것에 대한 피드백이 오는 게 감격스러워서 가끔 찡할 때가 있다.
이진욱: 나도 그렇다. 처음엔 나도 처음엔 생각나는 거 다 아이디어를 냈었는데 그게 반영되고 결과물이 나오는 걸 보면서 오히려 책임감을 가지게 됐다.

9320081010_d9c949fcfb_o

사장님이 없는데도 이렇게 회사 욕을 아끼다니 핸섬컴퍼니 대표님은 좋겠습니다. 아니면 되게 무서우신가 봅니다.

신림동 캐리: 곧 새로운 서비스 오픈한다고?
김현수: ‘연애는 타이밍’이라는 서비스다. 그동안의 소셜 데이팅 서비스는 남녀 만남을 무제한으로 제공해왔다. 근데 우리는 누군가 연결되면 그 커플에게는 더는 데이트 신청을 할 수 없는 거다. 한마디로 이 사람이 다른 사람과 잘 되기 전에 빨리 대시하란 거지.
신림동 캐리: 만남의 신뢰나 진정성 면에서는 좋을 것 같지만, 일부 유저들은 좀 아쉬워하지 않을까?
김현수: 그래서 더 재미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도 타이밍이니까.

폴 틸리히는 ‘사랑의 첫 번째 의무는 상대방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연애하면서 내가 뭘 원하는지 상대방이 뭘 원하는지에 대해 소홀했던 것 같지 않나요? 우리가 바라는 진짜 연애를 해보고 싶다면 시라노 연애 대작전에 문을 두드려보세요.

글 : 신림동 캐리(로켓펀치)
출처 : http://goo.gl/uz2RxM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