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들의 위기, 경영의 문제? 위기관리의 문제?

기업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기의 유형들을 스트래티지샐러드에서는 총 87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121개 유형으로 또 분류한다. (출처: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매뉴얼 체크리스트 2013)

이 유형들 중 한국 기업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위기 유형들의 특성들을 분석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 3가지 특징을 보인다.

1. (기업이) 의도적으로 발생 시키는 위기
2. Guilty성 위기
3. 구조적인 위기

많은 학자들과 실무 전문가들이 위기관리를 사전 위기관리와 사후 위기관리로 구분하곤 한다. 하지만, 위기관리라는 개념하에 사전적 위기관리를 집어 넣는 것이 실제로 옳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평소 위기 유형들을 분석해 자사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기를 미연에 발견하고, 완화시키고, 억제 방지하고, 대비하는 모든 활동들. 즉, 발생 가능한 위기 유형 또는 요소들에 대한 사전적 관리는 위기관리 이전에 곧 경영(management)의 영역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위기관리는 평소 경영 활동에 의해 감지, 억제, 완화, 방지되던 위기가 실제로 발생해 가시적 영향을 미치게 된 상황을 관리하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보면 위기 발생 이전에는 경영의 영역이고, 위기가 실제 발생한 시점 이후가 바로 위기관리의 주요 영역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위기관리 실무자들의 입장에서도 위기 발생 이전에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방지, 극복 활동들은 경영의 영역으로 구분되는 것을 원한다. 위에서 제시했던 한국기업들의 주요 위기 유형들의 특성을 보자.

1. (기업이) 의도적으로 발생시키는 위기

예를 들어 시장 내에서의 지배적 위치를 이용해 불공정한 사업 관행을 전개해 이득을 취하는 기업의 경우를 보자. 이런 사업 구조는 경영진의 관리 대상이고 책임이다. 이를 위기관리 관점에서 실무자들이 경고해 불공정성을 해소해 버릴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오너와 최고경영진들의 결단에 의한 개선이 없이는 해당 이슈는 곧 위기로 발화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관리 실무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미봉이나 모면, 발화 지연 전략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위기관리 전략이 성공했다 치더라도 해당 위기는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진정한 의미의 위기관리는 불가능하다는 의미가 된다. 여기에서 책임은 위기관리의 영역이 아니라 최고경영진의 경영 영역에 한정되어야 한다.

2. Guilty성 위기

예를 들어 생산시설 내 안전 조치나, 교육 그리고 사고 대응 장비들의 미비에 의한 안전사고 발생 경우를 들어 보자. 분명히 법적 규정에 따른 모든 제반 준비 체계를 갖추지 않았던 것이 주요 원인이다. 분명한 기업의 Guilty성 위기다.

이에 대한 관리도 경영의 영역이다. 최고경영진의 안전에 대한 철학과 그 구현 의지가 핵심이었다. 위기관리 실무자가 진단작업을 통해 생산시설에서의 안전 체계 미비를 지적한다 해도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존재하지 않는 한 즉각적인 개선은 힘들었던 것이다.

안전사고는 반복되고 이에 대한 사후 위기관리도 똑같이 반복된다. 미봉, 무마, 모면 등이 최선이다. 끝까지 최고경영진의 강력한 경영 노력이 없다면 위기관리의 성공은 불가능한 것이다.

3. 구조적인 위기

가장 흔한 예가 기업 경영진이나 오너에 의한 문제다. 한국적 지배구조상에서 기업 경영진 및 오너의 management override에 대해 기업 내 어느 누가 사전 감지, 억제, 완화, 방지가 가능할 수 있겠나?

이 또한 경영 그 자체의 영역이고 책임인 부분이다. 위기관리 실무자, 즉 예를 들어 감사팀 등이 오너의 management override를 감지했다 해도 이를 근본적으로 사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실무진들에게는 없어 보인다.

이상 같이 한국적 위기 특성들에서 위기관리 활동으로 실행 가능한 전략은 모면, 무마, 미봉, 발화지연 등이 전부일 수 밖에 없다, 물론 그럼에도 반복적인 동일 또는 유사 위기의 발발은 당연하게 된다.

한국 기업이나 조직들의 위기는 위기관리의 부실이나 실패가 문제 핵심이 아니라, 경영의 부실과 철학 부재, 낮은 품질을 핵심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매번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옵션 속에서 고민한다. 또, 근본적 위기관리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선을 그어 실행에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된다.

사진 출처: Flickr http://www.flickr.com/photos/53370644@N06/4975888229/sizes/m/in/photolist-8zGJdn-bWf8Ud-bWf9d1-bWf965-85hsb8-bWf8Zj-bWf8Cw-bWf8MU-bWf8JC-bWf8Fd-dD7g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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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이 그대로인데, 위기관리가 더 나아질 순 없다.

근본적으로 위기 발생의 책임은 최고경영자에게 있다. 그러나 최고경영자는 현실에서 웬만해서는 위기발생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대신 위기관리가 잘못되었다고 책임자들을 비판한다. 최고경영진들이 위기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한 한국 기업이나 조직에서 위기란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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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용민
출처 : http://goo.gl/oSUX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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