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글래스에 대하여

지난 구글 I/O 이후 구글 글래스에 대한 이야기가 한동안 잠잠합니다. 구글은 지난 11월 GDK를 발표하였으며 아마도 올해 구글 I/O 에서 상용화 버전이 발표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구글 글래스의 잠재력, 대중화 가능성,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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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양 손’의 진화론적 의미

인류와 유인원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이족 보행’ 입니다. 인류가 손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도구를 사용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경쟁 종들보다 앞서나가 오늘에 이르렀다는 얘기는 고등학교 과학 시간부터 많이 들어온 이야기 입니다.

이는 글래스가 가지는 잠재력에 대한 좋은 비유라고 생각됩니다. 자유롭게 정보 접근이 가능하고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면서 양 손이 자유로울 때 우리가 새롭게 할 수 있는 일들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 주변 맛집이 검색 가능하고 의사는 환자의 차트를 열람하면서 수술을 할 수 있습니다. 악보를 손으로 넘기지 않고 피아노 연주를 할 수 있으며, 사전을 꺼내 찾지 않고 단어를 검색하고 문장을 번역할 수 있습니다. 양 손의 자유로움이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어떤 자유로움을 준다고 생각됩니다.

관련하여, 글래스의 Explorer Story중 하나를 공유합니다.

스마트폰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

현재의 글래스는 전반적으로 스마트폰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하지만, 중,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스마트폰으로 수행하는 작업 대부분이 글래스에서도 수행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순화해 보면 아래와 같죠.

  • 통신 : 현재 글래스에 통신 모듈만 탑재하면 된다.
  • 문자 메시징 : 음성이 텍스트로 정확히 변환되어 메시징이 되는 것이 궁극적 목표일 것이며 기술 발전에 따라 음성 인식은 더욱 정교해 질 것이다. (참고로 언어 특성상 문자메시징이 어려운 중국은 음성 녹음 메시징을 더 많이 쓴다) 사실, 임시적으로는 소형 쿼티 키보다 하나 번들로 넣으면 문제 없을 것이다. 구글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방향성과는 다르겠지만.
  • 검색 : 이미 거의 문제 없어보인다.
  • 게임 : 자체 컴퓨팅 파워가 약하더라도 클라우드 적극 활용을 통해 현재 모바일에서 구동되는 게임 수준은 충분히 구동 가능할 것이다. 인터페이스는 다양한 3rd Party 제품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 가능해 보인다.
  • 생산성 : 스케줄링, 메모 등 그 외 활동들은 이미 거의 문제 없어보인다.

글래스가 스마트폰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보편적인 제품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며 이는 특정 니즈를 가진 고객을 타겟으로 하거나 스마트폰의 보조장치 머무를 수 밖에 없는 다른 대부분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들과의 근본적인 차이점이 될 것입니다.

대중의 수용 가능성?

아이폰은 아주 쿨한 기계였습니다. 구글 제품인 글래스에 그정도의 쿨함을 기대하기는 무리이겠습니다만 최소한 Geek들이 쓰는 이상한 제품으로 받아들여지면 안될 것 입니다. 관련하여 유명 IT 블로거인 Robert Scoble이 글래스를 착용하고 길을 가던 3인의 여고생과 인터뷰 한 내용이 녹음된 파일을 첨부합니다.

대중의 수용 여부는 결국 구글 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최소한 평생 안경을 썼고, 드래곤볼과 X-Men에 익숙한 저에게는 그다지 이상해 보이지는 않고, 위 인터뷰에 나오는 여고생들도 같은 생각인 것 같네요.

새롭게 주목받을 영역들

만약 글래스가 대박이 나게 되면 새롭개 조성된 생태계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영역이 생겨 날 것 입니다. 유망하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 영역은 아래와 같습니다.

  • 자연어 처리 : 음성 인식, 자동 번역 등의 자연어 처리 역량은 글래스의 핵심입니다. 반면, 다양한 언어에 대한 상용화 가능한 제품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구글과 뉘앙스를 포함하여 손에 꼽는 수준입니다. 따라서, 만약 글래스가 대중화되면 이를 따라잡고자 하는 삼성, LG 등 기존 하드웨어 업체들은 몇 안되는 자연어처리 업체들에 더욱 크게 의존하게 될 것 입니다.
  • 로컬 커머스 : 스마트폰시대 도래와 함께 큰 주목을 받았으나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로컬 커머스 업체들이 부활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스마트폰에서 가능한 모든 로컬 커머스 아이디어들이 글래스에서는 훨씬 더 쉽고, 빠르고, 적재적소에 이용 가능하게 될 것 입니다. 사람들이 ‘맛집 스카우터’를 하나씩 달고 다니는 시대가 되는 것이죠.
  • 증강현실 : 마찬가지로 증강현실 업체들도 봄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보여주기식 증강현실이 아닌 유저의 UI/UX를 개선해주는 방향으로 글래스를 깊게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업체들은 기회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관련하여, 지난 11월 GDK Sneak Peek 에서 나온 사용 예시를 첨부합니다. 4분 30초에서 5분 사이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 게임 & Entertainment: 새로운 플랫폼이 나오면 그에 적합한 놀거리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글래스는 게임은 물론 전반적인 컨텐츠 소비를 더 개인적으로 만들어 주며 이에 적합한 다양한 컨텐츠가 새롭게 등장 할 것 입니다.
  • 전문 지식 제공 업체 : ‘양손으로 자유롭게 작업을 하면서 뭔가를 계속 찾아야하는’ 활동이 참 많습니다. 특허, 법률, 번역, 의료, 건설, 배낭여행 등. 이런 작업에 사용될 수 있는 적합한 UI와 방대한 DB를 갖추고 있는 서비스가 있다면 성공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반면, 스마트폰과는 달리 하드웨어 업체들은 크게 수혜를 입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들어가는 물건이 많지 않고 컴포넌트의 기술 난이도도 놓지 않기 때문입니다. CPU 등 일부 업체만이 제한적인 수혜를 입지 않을까 싶네요.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제품

올해 상반기에 상용화 버전이 나온다는 소문인데요, 아마도 구글의 스타일상 좀 부족하고 모자라도 일단 출시해놓고 반응을 살피지 않을까 싶으며 이 경우 구글 TV의 사례처럼 욕을 계속 먹으면서 글래스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긴 합니다. 당분간은 프라이버시 이슈, 보안 이슈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기도 할 것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래스는 최근 범람하는 다양한 웨어러블 디바이스 중 가장 근원적인 혁신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IT 관련 종사자라면 가장 주목해야 할 움직임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이폰이 나온지도 이제 7년이 지났는데, 새로운 것이 하나 나올때도 되었으니까요.

글 : 위현종
출처 : http://goo.gl/unTT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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