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그 존재의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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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이윤을 위해서 존재한다?

기업의 존재 목적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흔히 경영학 원론 수업의 첫째 시간에 교수님들이 학생들에게 던지는 단골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해서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경영학 수업에서 교수님들이 ‘이윤 창출’이라고 가르치고, 기업의 목표는 ‘주주가치 극대화’라고 가르치면 별로 토다는 학생들이 없었다. 이윤창출과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말은 서로 다른 표현일 뿐 결국은 이익을 많이 남겨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같은 말이다.

그런데 이런 기업의 존재 목적에 대한 정의에 대해서 의문을 품은 많은 사람들이 태클을 걸어온 것이 지난 20년 간의 경영학의 발전 과정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기업의 목적이 반드시 이윤 창출에만 있지 않고, 다른 다양한 기능과 목적의식을 가진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기업가들이 지난 20-30 년간 계속 등장했다. 더욱더 놀라운 점은 기존에 단순히 이익극대화에만 목을 매어 오던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새로운 목적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기업들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혁신과 디자인의 아이콘 애플이나, 고객들이 신발 한 켤레를 살 때마다 신발 한켤레를 아르헨티나의 극빈층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는 탐스 신발(Tom’s Shoes), 지역 내의 농부들과 상공인들에게 이윤을 나눠주는 홀푸드마켓(Whole Food Market) 같은 기업들이 아마도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하지만 이윤창출과 주주가치 극대화 이외의 기업 존재 이유를 말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여전히 다른 한쪽 편에서는 ‘기업의 정수(essence)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이상주의자들의 외침’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결국 기업의 가치와 기업의 퍼포먼스는 돈(cash flow)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기업의 존재 목적은 이윤 창출’이라는 생각에 대해서 ‘돈만 밝히는 너무 속물적인 생각’이라고 생각하던 시기가 있었다. 내가 학부 학생 시절에 경영학 수업에서 들었던 한 수업에서 어떤 교수님은 그 수업의 첫 시간에 ‘좋은 기업이란 어떤 기업입니까?’ 라는 질문을 던지셨다. 많은 학생들이 ‘국가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는 기업’,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기업’, ‘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 ‘혁신적인 기업’ 등등의 답을 던졌지만 그 교수님은 그런 답들에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사실 그 교수님이 원했던 답은 ‘주가가 높거나, 주가 상승률이 높은 기업’ 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 교수님은 만약에 같은 질문을 미국의 MBA수업에서 던졌다면 이 답이 아주 빨리 대답이 나왔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기업이란 결국 퍼포먼스로 말하는 것이고, 그 기업의 퍼포먼스는 시장(market)에 반영되게 되어 있으며, 기업의 시장에서의 퍼포먼스는 주가라는 것은 당연한 논리이다. 하지만, 당시 교수님의 이러한 견해에 대해서 어린 나는 선뜻 동의할 수 없었다. 왠지 너무 속물적인 논리라는 생각도 들었고, 기업의 성과와 그것이 반영된 주가 사이에는 일반적인 투자자들이 알 수 없는 다른 많은 요소들이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식시장을 아주 장기적인 시각으로 보면, 좋은 기업의 주가 상승률이 높은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한 기업이 혁신적인 기업이든, 디자인이 뛰어난 기업이든,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이든, 공통적으로 갖는 목적 중에 하나는 “기업은 영속하는 것(going concern)” 이며, 기업이 계속적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이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정한 규모의 자본을 축적해 놓고, 그 자본을 모두 소진할 때까지만 존재하는 주체(entity)는 기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즉, 이런 주체들은 일반적으로 “프로젝트”라고 부르지 기업(company, corporation)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실제로 대학에서 경영학을 배우게 되면 이러한 영속 기업(going concern)은 시험에 단골로 나오는 중요한 개념이다.

이윤의 목적

기업의 존재 목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대답이 ‘이윤추구’라고 한다면, 도대체 이러한 이윤을 추구해서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해서 창업자(entrepreneur)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기업에 대한 비판은 잘 하지만, 막상 자신의 일이 되기 전까지는 상대방의 고민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렇게 자신을 창업자의 입장에 놓아두게 되면 현실적으로 세상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제부터 우리 스스로가 치킨집을 창업했다고 한번 가정해 보자.

치킨집이 잘 될 경우에 수백 개로 점포를 늘려서 큰 돈을 벌 수도 있고, 샐러리맨이 상상도 할 수 없는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서 밤 늦게까지 회사에서 일하지 않아도 되고, 당신은 이제 당신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사장이 되었다. 신나지 않는가?

(잠깐! 여기서 내가 치킨집이라는 아이템을 선택한 이유는 많은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퇴근길 동료들과 호프치킨집에 들러서 맥주를 한잔 하면서 ‘치킨집이나 차릴까?’라는 이야기를 입버릇처럼 하기 때문이다. 즉, 가장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창업 아이템이 바로 치킨집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우리나라에는 치킨 프랜차이즈 점포가 무려 3만개나 존재한다. (2013년 현재, KB국민은행 보고서 기준) 게다가 치킨은 피자와 함께 온 국민이 자주 시켜먹는 간식 중에 하나이다. 당신이 소비자로서 이미 익숙한 아이템이다. 따라서 당신이 치킨집을 직접 창업해서 경영해 본다고 가정해 보는 것은 좋은 생각의 연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창업을 위한 자금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해 봐야 한다. 당신이 돈이 많다면 다행이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그 동안 모아두었던 저축을 털거나, 그런 돈도 없는 경우에는 가족에게 돈을 빌려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은행이나 주변의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서 십시일반으로 돈을 마련하기도 한다. 그렇게 남의 돈을 빌려서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돈을 빌려준 사람들은 두 가지 중에 하나의 지위를 원한다. 하나는 채권자(Debt holder)의 지위이고 다른 하나는 주주(Shareholder)의 지위이다.

두 지위의 가장 큰 차이는 채권자라는 것은 그 기업의 소유권(ownership)은 갖지 않고, 단지 꿔준 돈과 이자를 돌려받기를 원하는 반면에 주주는 그 기업이 잘 되었을 경우에 그 기업이 거둔 이익에 대한 분배(share)를 가져갈 수 있다. 그러한 분배는 배당(dividend)의 형태로 이익의 일정 부분에 대해서 자신이 투자한 지분만큼을 가져가기도 하고, 그 치킨회사의 주식을 사겠다는 사람이 만약에 있다면, 주식을 팔아서 자본소득(capital gain)을 거둘 수도 있게 된다. 간단히 말하자면 주주들은 채권자들에 비해서 기업이 잘 되게 되면 더 큰 돈을 돌려받게 되고, 기업이 망하게 되면 돈을 한 푼도 못 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주들은 때로는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 사항에 참여하기도 하고, 중요한 기업의 경영지표에 대해서 보고를 받기도 한다.

당신은 치킨집을 시작하기 위해서 필요한 돈을 절반은 은행에서,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부모님의 돈을 빌리기로 했다. 그렇게 사업을 시작했고, 이제 주주(부모님)와 채권자(은행)가 생겼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자기 돈을 투자한 것에 대한 보상(return)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게 된다. 이 의무와 기대를 저버리게 되는 경우에는 주주와 채권자가 가족인 경우에 많은 핀잔과 잔소리를 듣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일 수 있지만, 그 상대방이 은행이거나 제3의 투자자인 경우에는 극단적인 경우에 법률적인 책임까지 져야 한다. 따라서 당신은 그들이 투자한 돈에 대한 대가를 돌려주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채권자와 주주만 있는 경우는 그나마 낫다.

이제 당신이 종업원을 두 명 고용해서 한명에게는 주방을, 한명에게는 배달을 맡겼다고 가정해 보자. 이들은 당신이 주는 월급으로 공부를 하거나, 한달 생활비를 마련하거나, 심지어 부모님을 모시기도 하고, 자식들을 양육하기도 한다. 만약에 당신이 월급을 주지 못한다면 당신의 종업원들과 그들의 가족들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

한편, 당신은 당장 치킨집을 시작하기에는 좀 두려웠다. 치킨에 대해서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 닭을 얼마에 사야 하는지, 누구에게 사와야 하는지, 또 어떻게 튀겨야 하는지도 전혀 모르기에 가맹점주를 모집하는 한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찾아간 치킨 프랜차이즈 본부에서는 당신에게 매달 싼 가격에 닭을 공급해 줄 테니, 잘 팔아달라고 당부했다. 당신이 장사가 잘 되어야만 프랜차이즈 본부도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 역시 프랜차이즈 본부에게 좋은 닭과 맛있는 소스를 제공해 줄 것은 물론, 요즘 잘 나가는 아이돌 스타를 고용해서 TV 광고도 많이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야만 손님들이 프랜차이즈에 대한 호감을 더 많이 갖고, 매장으로도 더 많이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치킨 프랜차이즈 본부가 당신의 부탁을 잘 들어줄지는 모르겠다. 이미 당신은 그 프랜차이즈에 속해있고, 인테리어 공사까지 다 끝마쳐서 다시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기에는 또 한번의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에 길 건너에 피자가게가 하나 생겼다. 요즘 유행하는 신선한 유기농 재료를 사용한 화덕피자 가게란다. 당신은 마음이 더 심란해진다. 가뜩이나 요즘 매체에서 웰빙 열풍 때문에 칼로리가 높은 치킨을 먹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유기농 웰빙 피자라니… 혹시라도 망하는 것은 아닐지, 부모님께 손을 벌려서 어렵게 마련한 치킨집인데.. 부모님께는 뭐라고 해야 하나, 은행 대출 담당자에게는 뭐라고 해야 하나, 프랜차이즈 업체 담당자에게는 뭐라고 해야하나…

처음에는 따분한 직장생활에서 벗어나서 내 마음대로 생활하기 위한 치킨집을 생각했는데, 점점 머리속이 복잡해 진다. 나를 믿고 투자한 부모님(주주), 나에게 이자를 기대하고 있는 은행(채권자), 나의 장사가 잘 되지 않으면 당장 다음달 등록비를 낼 수 없는 알바생들(종업원), 서로 협력해서 장사를 잘 되도록 해야 하는 계약관계에 있지만, 상대방이 계약을 충실히 이행할지에 대해서 확신이 가지 않는 프랜차이즈 본부 (협력업체). 이렇게 한 기업의 퍼포먼스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기업의 퍼포먼스에 따라서 그들의 생활 및 이익도 크게 영향을 받는 사람들을 우리는 이해관계자(Stakeholder)라고 한다. 과거에는 주주(Shareholder) 만이 이해관계자라고 생각했던 시기도 있지만, 실제로 기업의 퍼포먼스에 더 영향을 크게 받는 사람들은 어쩌면 종업원이나 협력업체와 같은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비자의 관점이나 종업원의 관점에서 기업의 이윤창출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것이 현실에서 우리들 대부분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즉, 기업이 이윤을 남기면 마치 나를 비롯한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만들고, 부당하게 높은 이익을 챙겼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사장님이 너무 많은 이윤을 챙겨가면 종업원들에게 너무 조금 나눠주는건 아니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창업자 혹은 기업의 경영자(CEO)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전혀 입장이 달라진다. 즉, 창업자나 경영자(CEO)의 뒤에는 그를 믿고 따르는 종업원, 주주, 채권자, 협력업체 등등 챙겨야 할 사람들이 너무 너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윤창출이라는 것은 단순히 ‘돈을 번다’라는 것 이상의 책임감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아이디어의 전파 도구로서의 기업

이윤 창출이라는 기업의 목표를 잠시 접어두고, 기업을 바라보는 좀 더 철학적인 이야기를 해 보자.

나는 개인적으로 기업의 가장 큰 의미이자 존재 목적은 바로 ‘인간의 아이디어를 세상에 가장 효과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전파할 수 있는 도구’에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내가 치킨을 먹을 때마다 아쉬웠던 점이 늘 있었는데, 그것을 해소해 줄 수 있는 획기적인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각났다고 가정하자.

그것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치킨이다. 새로운 기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이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 실현시켜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세상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도록 전파시켜 주기도 한다. 그 방식이 창업자에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동기부여(모티베이션)를 제공하기도 하고, 대량생산이라는 방식으로 그 치킨을 싼 값에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하기도 하며, 마케팅이나 세일즈라는 방식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그 아이디어를 알릴 수 있도록 해 주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영국과 네델란드에서 시작된 기업(corporation) 혹은 회사(company)라는 것이 이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는 이러한 ‘아이디어’가 세상에 효과적으로 퍼질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었다는 것이다. 종교, 사상, 철학, 혹은 정복자의 제국이 널리 퍼질 수는 있었겠지만, 이러한 개개인들의 아이디어가 세상 어디에나 ‘자본’이라는 추진 장치를 달고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는 것은 모두 기업의 출현 덕분이다. 즉, 예전에는 어떤 사람이 그런 획기적인 치킨을 생각해 냈다고 해도, 자신의 동네에서 혼자 그 생각을 실험해보면서 가족들과 그 치킨을 먹는 것이 평생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업이라는 이름아래서 이러한 생각을 펼치게 되면, 자본의 날개를 달고 전세계로 뻗어나갈 수도 있다.

이러한 기업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핸리 포드(Henry Ford)가 자동차를 만들어서 전 세계에 새로운 ‘탈 것’의 상용화에 기여한 것이나, 토마스 왓슨(Thomas J. Watson)이 IBM을 만들어서 전 세계의 ‘정보처리기술’에 기여한 것, 혹은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애플을 통해서 전 세계에 미치도록 훌륭한(insanely great) 컴퓨팅 경험을 제공한 것이 바로 이러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것은 모두 그 기업을 창업한 사람들이 애초에 그 기업을 창업을 한 ‘바로 그 이유’였으며, 기업이라는 형태를 택한 덕분에 전 세계 사람들의 삶 어디에나 빠른 시간에 굉장히 효과적으로 침투할 수 있었다. 그것은 꼭 제조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이라도 상관이 없다. 어쨌든 애초에 그 무언가를 생각해서 비즈니스를 처음 생각했던 사람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사람들에게 일정한 형태로 제공하고, 사람들이 ‘고객’이라는 이름으로 그 기업에 돈을 지불하면서 모든 것이 시작되게 된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

창업자가 일을 시작하고, 그 아이디어를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이름으로 상업화하게 되면, 그 다음엔 그 비즈니스 모델을 효과적, 그리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기업의 목적이 전환된다. 그래야만 애초에 그 기업이 탄생한 존재 목적을 이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즈음이 되면 창업주도 몸이 하나뿐이라는 이유로, 자기가 의도했던 일들을 자기가 없는 순간과 자기가 갈 수 없는 장소에서도 수행해 줄 사람들이 필요하기도 하다.

창업자는 자신의 역할을 대체할 사람으로서 두 종류를 찾게 되는데, 하나는 경영자이고 다른 하나는 직원들이다. 자연스럽게 창업자는 소유주의 지위만을 유지하며 경영일선에서는 물러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 창업을 한 사람이 더 이상은 그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창업할 때에 필요했던 지식과 기술과 기업이 점점 성장하고 안정화 된 후에 그 기업을 경영하기 위해서 필요한 지식 및 기술과 상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컨대 창업자로서의 기업 경영자(entrepreneur)와 이미 어느 정도 성장한 기업의 기업 경영자 (manager)들의 역량이 다르다는 것이다. 즉, 사회가 복잡화되거나, 환경이 빨리 변하거나, 기업이 초기보다 급격하게 성장하거나 안정화 될 수록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현상이 더 극명하게 일어난다.

우리는 기업의 소유주(owner)들을 주주(shareholder)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너라는 말은 그 기업을 소유한 사람이라는 뜻이고, 주주는 그 회사의 주권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실상 같은 의미라고 보면 된다.

소유주(주주)들은 자신들의 부가 증대되기를 바라고, 경영자들은 자신들의 성과가 주주들로부터 잘 평가받기를 원하게 된다. 문제는 소유주와 경영자의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소유주가 기업을 오랫동안 소유하는 경우에는 소유주와 경영자간의 이해관계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지만, 소유주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소유권을 사고 팔 수 있는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빈번하게 주주와 경영자의 이해관계가 상충한다. 경영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Principle/Agency Problem 즉, 주주/경영자 이해관계의 상이성이라고 표현한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오너 패밀리는 이건희 회장 일가이다. 그리고 경영진은 삼성전자에 입사하여 최고 경영자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다. (2014년 현재는 최지성 사장) 이 둘의 이해관계는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삼성전자의 CEO는 삼성전자가 훌륭한 성과를 거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너들에게 약간 손해가 되더라도 본인 스스로의 부와 명성에 더 도움이 되는 일이 있다면 무리해서라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오너들은 이사회(Board of Directors)라는 기구를 통해서 이러한 주주/경영자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려고 하는 것이다.

경영자와 종업원

소유주와 경영자간의 이해관계도 다르지만, 경영자와 종업원 간에도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경우가 많다. 직원들은 그 기업이 자기 자신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월급을 받은 만큼만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만약 경영자가 직원들에게 기대하는 수준 이하로 월급을 지급하거나, 더 많은 일과 희생을 요구하게 되면 직원들은 돈을 더 주면서 더 적은 일을 시키거나, 돈을 더 주지는 않아도 더 재미있는 일을 할 기회를 주는 다른 고용주들과 자신의 고용주를 비교하기에 이른다.

여기에서 기본적으로 기업의 경영자와 직원의 이해관계의 차이가 발생한다. 경영자는 소유주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만큼 기업의 절대적인 퍼포먼스의 모든 촛점이 맞춰진다. 즉, 기업이 번창하는 만큼 절대적인 ‘부(wealth)’를 소유주에게 전달해 줄 수 있고, 자기 자신의 부와 명예도 증가한다. 반면에 직원들은 자신을 고용한 고용주의 ‘기대(expectation)’ 에 대해서 그 기대를 얼마나 충족시키느냐에 따라서 ‘부’가 창출된다. 그 부의 형태는 기본적으로 월급과 보너스이다.

예컨대 기업의 소유주와 경영자는 기업을 만든지 1년이 되었거나 2년이 되었거나, 혹은 100년이 되었거나 상관이 없이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록 더 좋다. 하지만 종업원들은 입사 1년차들에게 기대되는 바가 정해져 있고, 입사 10년차가 해줘야 하는 기대수준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다. 종업원은 그러한 기대수준에 따라서 자신의 연봉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그가 절대적으로 그 기대수준을 뛰어넘어서 더 훌륭한 퍼포먼스를 나타낼 것에 대한 기대수준마저도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아무리 뛰어난 신입사원이라고 하더라도 신입사원의 초봉은 대부분 정해져 있다. 훌륭한 스펙을 쌓으며 눈부신 대학생활을 보냈다고 해도, 입사할 때의 초봉을 달리 받기는 어렵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에 기대하는 기대수준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입사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매출 10% 초과달성’하는 것에 따라서 연봉 이외에 보너스를 기본급의 5% 더 준다고 하는 것도 결국은 기대수준을 정해 놓는 것이다.

기업의 소유주 및 경영진도 ‘기대수준’에 따라서 자신의 성과를 평가 받는 순간이 종종 온다. 그것은 바로 기업공개(IPO, 주식시장 상장)가 이뤄져서 수많은 다른 주주들이 그 기업의 소유권을 나눠 갖는 경우이거나 혹은 기업을 매각(M&A)하는 경우이다. 상장 기업의 경우에는 경영자도 ‘시장의 기대(market expectation)’라는 것에 반응할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는 왜 기업을 위해서 일을 하는가?

이 즈음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기업의 존재 목적이 ‘이윤창출’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만은 아니듯이, 직원들이 일을 하는 것 또한 단순히 그들이 받는 월급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경우에60-70년대에 고도성장을 거듭하던 시기에는 기업의 성장과 자기 자신의 성장을 동일시하던 회사원들이 많았다. 왜냐하면 기업의 성장과 자기 자신의 월급의 상승과는 상관관계가 무척이나 높았기 때문이다. 혹은 우리 회사가 잘 되고 덩치가 커지는 것이 곧, 내가 승진을 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또는, 급여의 상승이나 사회적 지위의 상승 중에 하나가 아니라면 적어도 지금 받고 있는 월급이 끊기지 않고 계속 나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회사와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을 뿐 아니라, 특정 회사에서 일하는 목적을 물어보는 서베이에서 “급여의 수준”이 일하는 목적의 상위에 랭크되지 않을 때도 많다. 지금 현재 한국의 경영학과에 있는 20대 초반의 학생들을 붙잡고 물어보면 그들은 보다 고귀한 의미를 찾아서 직장을 선택한다고 대답한다. 보스턴에 있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arvard Bsuiness School)의 학생들을 붙잡고 물어봐도 같은 대답이다.

혹자는 이들 중의 일부를 “호모 임팩타쿠스(Homo Impactacus)” 라는 신조어로 부르며, 사회에 큰 임팩트(영향)을 남기기 위해서 사는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미래 커리어의 투자를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급여를 받을지라도 일주일에 100시간이 넘는 일을 하며, 가족과 얼굴 볼 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고통의 시간이 꿈의 실현으로 보답 받을 것을 믿기 때문이다. 반대의 극단에는 자신은 일하는 시간이나 미래의 커리어 따위는 상관 없으니, 돈만 많이 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분명한 것은 과거에 비해서 앞으로의 회사원들은 한두가지 이유만으로 조직 내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규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보다 의미 있고, 보다 재미있고, 보다 짭짤한 일을 찾아서 우리의 회사원들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나가며…

지금까지 우리는 기업의 목적은 무엇이며,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책임과 의무는 무엇이며, 이윤은 왜 창출되어야 하는 것이며, 창업가들의 목적의식, 그리고 그것과는 항상 일치하지 않는 기업 경영자와 종업원들에 대해서 살펴 보았다. 지금까지 열거한 기업과 이윤, 소유주와 경영자, 경영자와 종업원은 기업을 이루고 있는 척추와도 같은 개념들인데, 이러한 요소들이 항상 동일한 기대와 목적의식을 갖지 않는다는 것은 경영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직장을 다니는 사람으로서 한번쯤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하지만 경영학과의 공부에서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르쳐 주는 곳은 많지 않으며,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도 이런 문제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 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더욱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각자의 목적에 대해서 한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일하고 있는 (혹은 일하게 될) 기업이 존재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우리 회사는 그 목적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는가? 우리 회사의 주주들은, 사장님은, 그리고 종업원들은 그 목적에 따라서 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가?

글 : MBA blogger
출처 : http://goo.gl/O8gik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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