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니치란 무엇인가?

Source: http://www.flickr.com/photos/26320652@N02/6352123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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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니치(Mass Niche)는 다음과 같은 의미이다.

  • 많은 공급자가 서로 다른 상품을 공급함으로써 생기는 상품, 서비스의 높은 다양성
  • 그러한 시장, 생태계, 사업모델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시장의 모습은 대량생산체제를 바탕으로 한 대중시장(Mass market)이다. 소수의 대량생산자, 즉 대기업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대량 생산자들은 20세기 초에는 소수의 상품만을 공급하였다. 대량생산의 완성자인 포드자동차는 10년이상 한가지 모델만, 그것도 검정색 한가지로만 만들었었다.

하지만 점차 상품의 다양성은 늘어났다. 고객들이 기본적인 니즈 충족을 넘어서 다양한 경험과 자신만의 개성 표현을 원하였기 때문이다. 20세기 후반으로 오면서 대기업의 상품 가지수가 빠르게 늘게 되었다. 소위 product proliferation 현상이다. 하지만 하나의 카테고리에 수십, 수백 가지의 다양성이지 수천, 수만 종류를 공급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대량생산 모델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고 대량생산자가 더 많은 다양성을 제공하려는 시도는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Mass Customization(대량맞춤)이다. 대량맞춤은 고객이 주문하는 사양에 따라 제품을 다양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보통은 색깔, 사이즈, 성능 등 선택 항목들을 주고 고객이 고르게 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0가지 색깔, 10가지 크기, 10가지 성능 중에서 선택을 하게 된다면,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조합의 수는 10x10x10=1000가지다. 선택할 수 있는 항목과 범위가 늘어날수록 엄청나게 다양한 조합이 가능해지고, 소비자는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대량맞춤 이론은 이미 80년대부터 나왔지만, 이상과 달리 현실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90년대 델 컴퓨터가 인터넷을 이용한 대량맞춤 모델을 들고나와 성공을 거두어서 한동안 성공사례로 보였으나, 최근에는 델도 대량맞춤 모델을 거의 포기하였다.

대량맞춤이 제대로 실현이 안 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인간의 본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디자인하고 싶어하고 그렇게 할 능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가정에 문제가 있었다. 생산자 입장에선 “원하는 것을 알려주면 그대로 만들어 주는” 시스템이 불필요한 재고를 줄이고 까다로운 고객의 취향을 미리 예측할 필요가 없는 천국 같은 비전이었지만, 역설적으로 공급자 중심 사고였던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어렴풋이 느끼는 정도고, 최종 선택은 누군가가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최고의 전문가인 공급자가 오히려 그것을 물어보는 어색한 모델인 것이다.

또한 이렇게 주문된 다양한 상품을 제 때에 만들어서 공급할 수 있느냐라는 운영상의 문제가 있다. 도요타 자동차의 린 생산 등의 혁신으로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대량생산의 틀 위에 있다. 수천 수만가지의 다양성을 요구하기 시작하면 그 복잡성으로 인하여 대량생산의 애초에 탄생한 이유인 생산성을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최근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로봇이나 3D 프린터의 활용에 기대를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런 것들도 전체 프로세스의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효과는 두고 봐야 할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어차피 대량맞춤에서 제공하는 다양성은 ‘사전에 입력된 선택’에 불과하다는 한계이다. 대량맞춤은 차의 색깔을 검정색, 흰색, 빨간색 중에서 선택할 수는 있게 하지만, 거기에 없는 색으로 해줄 수는 없다. 회사에 속한 디자이너들의 창조력의 한계도 있다. 회사에 있는 한명의 디자이너가 100가지 디자인을 했을 때, 100가지 서로 다른 상품이 있는 것은 맞지만 그것들이 과연 얼마나 다르냐는 문제가 있다. 한 사람이 많은 디자인을 해도 일정한 패턴을 보이는 경우가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대량맞춤의 발전이 크게 일어나더라도, 매스니치와는 서로 다른 영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매스니치와 기존 생태계의 차이]

대량 생산 대량 맞춤 매스 니치
공급자 소수 소수 다수
공급자당 상품 다양성 적음 많음 적음
강점 생산성, 품질 (이론상) 다양성 다양성, 개성
약점 다양성 현실적용 어려움 생산성

매스니치는 전통적인 전통적인 니치 시장과도 다르다. 기존의 니치는 대중과는 거리가 먼, 최고급품 시장이 많다. 소수의 공급자가 소수의 애호가나 부유층만을 상대로 하는 작은 시장이었다. 그래서 속성상 시장의 아주 작은 일부분을 의미하였다. 하지만 매스니치는 많은 사람을 상대로 한다. 큰 시장이 될 수 있는 모델이다.

끝으로 매스니치는 고전적인 완전경쟁 시장과도 구분된다. 경제학 교과서에는 완전경쟁 시장의 예로 농산품을 많이 든다. 쌀을 만든 농부들이 도매상에 판매하면, 도매상은 창고 하나에 그 쌀을 그득히 모은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농사를 지은 것이지만, 동질적인 상품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경쟁이 유일한 경쟁 방식이 될 수 밖에 없다. 반면 매스니치는 경제학적으로는 독점적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상품이 차별화되어 있기 때문에 가격경쟁 일변도로 흐르지 않는 것이다. 물론 농산품이 매스니치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많다.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이기도 한다.

글 : 장효곤
출처: 
http://goo.gl/ci20v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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