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스타트업 하기 (25)] 스타트업과 MBA (2)

안녕하세요? 에이프릴이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MBA 하러 떠납니다”라고 갑작스럽게 인사드린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개월이 지났고, 졸업까지는 약 10주, 마지막 쿼터만 남겨놓고 있습니다.

“MBA와 스타트업”은 점점 더 흥미로운 주제가 되고 있는 듯 합니다. MBA 프리미엄이 사라졌다는 논의는 물론,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는 한편, 비즈니스 스쿨들은 앞다투어 창업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고 있고, 학교가 제공하는 창업 관련 과목들은 예비 MBA들 사이에서 인기가 하늘을 찌릅니다. 비율상 가장 많은 창업자를 배출하는 스탠포드 MBA의 경우 2013년 졸업생의 18%가 스타트업에 뛰어들었다고 하는데 이는 닷컴 붐이던 90년대 말 12%를 훨씬 웃도는 수치입니다.

저는 채팅캣이라는 스타트업을 키워나가던 지난 여름 오랜 고민끝에 MBA를 결정했습니다. 10개월이 지난 후, 에이프릴이 생각하는 MBA의 ROI는 어떨까요?

 

MBA가 내게 준 것 (1)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과 자신감

지난 글에도 썼지만, 미국에서 기획자, 마케터로 스타트업을 하면서 저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습니다. 종종 외국인이라는 사실(제한적인 네트워크)이 저를 주눅들게 했고, 커뮤니케이션 장벽(영어, 문화)에 부딪치곤 했습니다. 이것은 “사실(fact)”이라기보다는 심리적인 족쇄였는데, 한국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 저의 “강점”인 반면 미국에서는 “핸디캡”이다 보니, 아는 사람도 없고, 내세울 것도 없는 타지에서 무기력하게 느껴진 것이죠. 때문에 종종 스타트업과 미국생활 중 택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를 고민했습니다.

이런 제게 MBA는 문제 해결의 열쇠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10개월이 지난 지금 저는 200% 만족합니다.

가장 큰 수확은 세계 곳곳에서 모인 학생들과 다양한 비즈니스의 주제에 대해 수없이 논쟁하고 학습하면서 이제는 어떤 주제에 대해서도 자신있게 나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된 점입니다. 영어로 글을 쓰는 것, 읽는 것 모두 두 배 이상 빨라졌으니 세상 돌아가는 것을 두 배 빨리 접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소득입니다.

또한, 각종 클럽에서 리더십 포지션을 맡아 활동하면서 다양한 국적, 직위의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고, 더이상 외국인임을 핑계삼지 않고 자신있게 질문하고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VC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이들의 언어로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는 단순 영어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 믿음을 주는 자신감과 태도를 포함합니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지만 MBA는 제게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훈련시킬 수 있는 최상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생각합니다.

 

MBA가 내게 준 것 (2) 브랜드와 네트워크

사업의 성패에 있어 “누구를 아는가?”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은 미국에 연고가 없는 제가 MBA를 결정한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가 수학 중인 Kellogg는 올해 처음으로 부동산 재벌 Sam Zell의 기부를 받아 학생 창업자를 지원하는 Zell Scholars 프로그램을 런칭했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아홉 명 중 한 명으로 선발되었는데, 지난 겨울에는 스타트업 업계의 대부인 스티브 블랭크(Steve Blank)의 실리콘밸리 자택에 초대되는 행운(아래 사진)을 얻었습니다. 학교에는 Zell Scholar를 담당하는 현직 VC 두 분의 교수님이 계시고, 유명 액셀레이터 프로그램의 대표, 성공한 선배 창업자들이 수업을 진행합니다. 이러한 경험은 MBA가 아니었다면 꿈꾸지 못할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MBA로 인한 네트워크 덕에 그동안 외국인인 제게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진 일들이 쉽게 성사되는 경험을 하고 생각지도 못한 기회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는 향후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한 큰 밑천이라고 생각합니다.

Steve_Blank_April_Kim

MBA가 내게 준 것 (3) “다르다”가 강점이 되는 경험

MBA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의사, 변호사 출신은 흔한 편이고, 카톨릭 교회 신부, 전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까지 다양합니다. 그러다보니 각자가 가진 관심이나 지식, 열정이 다른데 이러한 다양성이 MBA의 경험(수업, 활동)을 풍요롭고 가치있게 합니다.

하나의 목표, 동질성을 강조하는 문화에서 자란 제가 “남과 다르다”가 오히려 저의 큰 강점이 되고 존재의 이유가 되는 경험을 수없이 하면서,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다름, 독창성에 초점을 맞춰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여자이고, 외국인이고, 남들과 조금 다른 커리어를 가지고 있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MBA의 또 다른 수확입니다.

 

마무리

MBA 투자의 ROI는 길게  봐야 합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1-2억이 큰 돈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제겐 1억원이 부채로 남았지만, 내가 평생 하고 싶은 일을 더 잘하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했고, 앞으로 10년, 20년 동안 갚아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ROI는 다르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MBA를 “실패의 레서피(The founder’s recipe for failure)”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유니콘의 1/3이 MBA출신이다”라고 치켜세우기도 합니다. 어차피 모든 팀은 특수한 상황을 가지고 있으니 “나의 선택”을 하면 됩니다.

채팅캣 비즈니스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MBA를 선택한 것이 옳은 선택이었는지 아닌지는 지금 모릅니다. 나의 선택이 옳은 선택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제가 앞으로 해야할 몫이죠. 어차피 스타트업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ROI를 따진 결과는 아니니까요.

 

글: 에이프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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