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쏘는 맛’ 댓글 섞은 SNS 칵테일

Source: https://www.flickr.com/photos/45909111@N00/478259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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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익광고제 대상수상작이라며 TV에서 스마트폰으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묵념편이 방영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빠져서 정작 바로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사건에 소홀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TV도 역시 그런 매체라는 점이다. 신문도 그렇고 책도 그렇다. 매체에 빠져들면 세계를 읽을 수 있지만 주변을 돌보기 어렵다는 말이다. 밥상 앞에서 책을 읽지 말라고 하시던 어머니, 지하철에서 신문이나 잡지를 읽으며 혀를 차는 모습, 거실에 온가족이 모여있지만 서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달리고 뛰고 넘어지는 연예인이 등장하는 TV를 보며 깔깔거리는 모습 모두가 미디어 중독에 빠진 우리를 대변하고 있다. PC와 게임,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모바일 시대에 대한 개탄이 낯설지 않다는 뜻이다.

새로운 미디어와 콘텐츠가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은 과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80년대만 해도 만화와 TV가 중독이란 이유로 천시받았고 PC와 인터넷을 거쳐 이제는 게임과 스마트폰 과몰입을 걱정하는 걸 보면 인간이란 동물이 ‘남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최근 한 월간지에서 “세계 주요국 중 병역의 의무가 있는 나라는 한국, 대만, 이스라엘이며 이 중 여자를 빼주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제 자식들은 지금까지 투표권이 없다. 국민의 4대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니 투표권이 없다고 얘기했다”, “독재가 왜 잘못된 건가? 플라톤도 독재를 주장했다. 이름이 좋아 철인정치지, 제대로 배운 철학자가 혼자 지배하는 것, 바로 1인 독재다. 독재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도 하나의 도그마다”라는 발언을 쏟아낸 함익병 원장이 화제다.

이 발언은 월간지의 인터뷰에서 비롯되었지만 아마도 이 논란을 접한 사람들 대부분은 블로그나 인터넷 매체일테고 이 인터넷 매체 글이 유통되는 과정에는 모바일 메신저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자리하고 있었다. 물론 이 ‘함익병’이란 인물을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해준 것은 일반인을 내세운 관찰 다큐 예능 프로그램을 방영한 TV였다. 이 TV 방송 프로그램은 다시 인터넷 포털 등에 전개되는 다양한 홍보 수단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을 보지 않은 사람들도 이 인물에 대한 모종의 이미지가 있었던 셈이다.

자, 누가 잘못한 것일까. 이런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를 혼자 품고 있지 않고 당당하게 이야기한 개인의 잘못일까, 아니면 ‘중요하지 않은’ 개인의 소견을 공적 의제처럼 포장하여 전달한 월간지의 잘못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 의견을 담은 인터뷰 글에 흥분하는 소셜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잘못일까?

눈치 챘겠지만 누구의 잘못인지 따지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이런 ‘중요하지 않은 일의 공론화’는 앞으로도 우리의 진을 빼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막아지지 않는다. 애초에 사람이란 동물은 외부의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남의 의견과 남이 나를 평가하는 의견, 그리고 내가 가진 의견과 다른 남의 의견에 대해 민감한 것이 당연하다. 다만, 예전에는 사적인 대화의 차원과 공적인 논의의 차원이 전혀 다른 층위에 있었지만 IT 기술의 발달로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이 겹쳐지면서 이런 ‘사건이 아닌 사건’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공적 차원에서 판단이 되었다면 일개 병원 의사의 이해하기 어려운 궤변을 공적인 매체에 싣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실었다 하더라도 매체들 사이에서 의제화 되기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작적 매체의 이미지 형성을 통한 ‘유명인’이 되었고 ‘저명인’이었기 때문에 나머지가 가능해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SNS의 발달과 IT의 고도화에 따라 사생활이 침범당하고 개인정보 유출을 걱정하고 있지만 정작 지금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대상은 ‘공익’이다.

예전에는 사익과 공익의 충돌에서 공권력이 사익을 침범했다면 지금의 고도의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공익이 침범당하고 유린당하고 있다. 심지어 공익을 구해낼 명분도 사라지고 있으며 매체 운영사들조차 공익을 희생해서라도 사익을 추구하고 있다.

최근 스타트업 창업 아이템들도 공익이 우선되기보다 개인화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모바일 SNS 시대가 만든 공공과 사생활의 칵테일의 맛은 확실히 자극적이다.

 

글 : 그만
출처 : http://goo.gl/rdVY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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