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활발한 기부 문화

항상 트위터페이스북,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 정말 유익한 소식을 전해주시는 임정욱 센터장님. 얼마 전 그의 블로그, ‘에스티마의 인터넷 이야기‘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On The Road – 보통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하는 뉴스

이 글에서 마일즈라는 9살 아이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는 20달러짜리 지폐를 주차장에서 주웠으나, 식당에서 군인을 보자 자기가 갖는 대신 편지와 함께 그에게 지폐를 주었다고 한다. 그 소년의 아버지 역시 군인이었으나 이라크에서 전사했었다. 20달러를 받은 중령은 크게 감동했고 자신도 다들 사람들에게 20달러의 지폐들을 보낸다. 이를 Pay It Forward라고 한다. 마지막 장면에, 아버지의 묘비를 껴안고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소년의 모습이 감동적이고, 아름다웠다.

그런데, 나에게 또 감동을 준 사실은, 위에서 소개한 마일즈라는 9살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미국 전역에서 기부금을 보냈고, 그 총액이 무려 25만 달러 (약 2억 8천만원)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인구가 3억 명이고 부유한 사람들이 많은 나라이기는 하지만, 모금 운동을 벌인 것도 아닌데 기꺼이 소년을 위해 돈을 보낸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지난번 ‘기부 문화, 선진국의 척도‘라는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확실히 미국인들은 자신이 가치를 느끼거나 도리를 느끼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지난 달에는 친구의 초대로 SEO라는 비영리 단체에서 주최하는 칵테일 파티에 갔었다. SEO는 Sponsors for Educational Opportunity의 줄임말인데, 저소득 학생들을 뽑아 8년간 대학 진학에 필요한 재정적, 교육적 지원을 해주는 단체이다. 1963년에 미국 동부에서 설립되어 5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2011년부터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장학생들을 선발하기 시작했다. 이 단체의 이사회 임원 중 한 명인 Nihir가 힐스보로우(Hillsborough)라는 부유한 동네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사람들을 초대했는데, SEO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한 후, SEO에서 후원하고 있는 학생 두 명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SEO가 하는 일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SEO가 하는 일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50년의 노하우가 쌓인 덕분인지 이 단체가 이룬 업적은 실로 놀랍다. 선정된 장학생들 100%가 대학에 입학하며, 100%에 가까운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한다고 한다. 또한 많은 SEO 출신들의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고, 그 중 많은 사람들이 5000달러 이상을 기부했으며, 1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사람들도 있다. 작년에 열렸던 50주년 기념 저녁 행사에서는 무려 $6.4 million (약 70억원)의 기부금을 모금했다고 한다.

SEO 장학생으로 선정된 두 학생들과 함께. 맨 왼쪽은 학생의 어머니이다.
SEO 장학생으로 선정된 두 학생들과 함께. 맨 왼쪽은 학생의 어머니이다.

SEO의 이사회 임원들은 모두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인데, 이 일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돈을 쓰는 것을 너무나도 자랑스러워하고, 자부심을 느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한 일이 변화를 만들어내고, 기회가 없었을 뻔했던 사람에게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것을 정말 보람있어한다.

미국에 살면서 이런 것들을 자주 보고 경험하게 된다. 소수와 약자, 장애인, 그리고 슬픔을 겪은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도움. 이는 미국에 부유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독교 사상이 바탕이 되어 세워진 나라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남들보다 자원을 적게 가졌거나 교육을 적게 받은 사람들을 ‘Underprivileged(언더프리빌리지드)’라고 하는데, 이들을 지원하는 민간 단체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많고 그 활동도 활발하다.

가진 자의 여유라고도 할 수 있고, 단순히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가식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이런 활동이 워낙 활발하니 정부와 세금에 의지하는 게 줄어들고, 더 많은 혁신을 가져온다는 긍적적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덧붙임말: 온 더 로드(On The Road)에, 3분짜리 완결성 있는 뉴스로 압축된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참 많았는데, 내가 좋아했던 또 하나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한 고등학교 코치가 농구를 사랑하지만 발달 장애가 있는 미첼이라는 학생을 막판 1분 30초를 남겨두고 교체해서 넣었다. 이 학생은 같은 팀 선수들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계속 골 넣기를 실패하다가, 결국 마지막 몇 초를 남겼을 때, 상대 팀 선수가 공을 패스하면서 골을 성공시켜 역전승을 이룬 사건이다. 골이 들어가는 순간 모든 학생들이 열광하며 축하하는 모습이 또한 감동을 주었다. 두 학생은 나중에 엘런(Ellen DeGeneres)의 쇼에 출연해 그 당시 느꼈던 감정을 설명하는데, 미첼은 기쁨에 북받쳐서 눈물을 흘렸다.

역전 골을 성공시킨 미첼에게 열광하는 선수와 관중들
역전 골을 성공시킨 미첼에게 열광하는 선수와 관중들

요즘 한국 뉴스 방송을 볼 일은 거의 없지만, 가끔 보면 살인, 자살, 사기 등의 사고가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해서 채널을 돌려 버린 적이 많았다. 물론 그런 소식을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고, 그런 소식을 더 많이 이야기해야 시청률이 올라가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애써 따뜻한 소식을 더 많이 알려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항상 있다.

글 : 조성문
출처 : http://goo.gl/QEkDw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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