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6편] 빠른 확신에 대한 과시, 파리바게뜨

Source: http://letscc.net/detail.php?idx=207706&k=b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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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확신을 가지기는 참으로 어렵다.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섣불리 확언이나 개런티를 하는 것은 자칫 더 큰 위기를 불러들인다. 그러나 일부 혼란 속에서 빠르게 확신을 가질 수 있게 지원하는 자산들은 분명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경험에 의한 전문성이다. 오랜 경험을 쌓은 사내 전문가들이 “이건 아니다”며 빠르게 대응한 기업이 있다. 크리스마스 즈음의 파리바게뜨가 그랬다.

2010년 12월 23일 새벽 1시 45분경.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아주 흉측한 사진이 몇 장 올라왔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모 제과점에서 구입한 식빵에 죽어 있는 생쥐가 들어 있었다는 주장과 함께 몇 장의 사진들이 올라 온 것이다. 이 혐오스러운 사진과 주장은 제과점 업계가 크리스마스로 특수를 누리는 시즌에 바로 찬물을 끼얹는 충격이었다.

그 새벽 해당 게시물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행한 파리바게뜨는 바로 대책회의에 들어간다. 식품안전센타, 품질보증팀 등 전문 부서와 기술진들이 사실 확인을 위해 긴급상황실을 구성하고 글과 사진을 올린 제보자를 경찰 사이버수사대에 수사의뢰 했다.

파리바게뜨의 전문가들은 사진을 분석 해 해당 제보자의 주장이 허위이며, 공정상 그런 이물질이 그러한 형태로 유입될 수 없다 신속히 결론 냈다. 내부의 많은 제빵관련 전문가들의 전문적 확신이 없었다면 이런 신속한 결론 도출은 불가능할 수도 있었다. 파리바게뜨는 오전 바로 기자회견을 기획해 언론에 발표 했다. 촌각을 다투는 빠른 움직임이었다. 최초 상황에 대한 입장문과 함께 좀더 확실한 언론의 이해를 구하고자 기자회견 초청 작업에 들어 갔다.

디시인사이드에 문제의 사진이 올라간 지 12시간만인 오후 2시 파리바게뜨는 서울 수서동 한불제과제빵학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할 수 있었다. 새벽시간과 직원들의 출근 시간 등을 감안하면 이는 이례적으로 신속한 기자회견 준비였다. 기업의 일반적 기자회견이 평균 1~2주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치는 것과 비교하면 전광석화 같은 일사불란함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 실제 이러한 기자회견에는 공식입장문 개발, 예상질의응답문서 개발, Q&A를 위한 역할 배분, 장소 섭외, 시연자 확보, 언론 초청작업 등 수많은 고려사항들과 업무들이 전제되기 때문)

이 회사의 식품기술연구소장은 기자들 앞에서 빵 제조과정을 직접 시연했다.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TV 카메라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식품연구소장은 “빵 제조 공정상 쥐가 들어갈 가능성은 없다”며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파리바게뜨는 쥐와 같은 단백질 이물질인 돼지고기를 넣고 오븐에 넣는 과정을 언론에게 그대로 보여 주었다. 그 결과 돼지고기는 탄력 있게 익어 빵과 함께 구워졌으며, 반으로 갈라도 끊어지지 않았다. 수 없이 반복된 제빵 경험을 바탕으로 해당 제보 사진들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확신을 가지고 언론에게 그대로 시연 해 준 것이다.

이때부터 언론은 제보자에게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보도와 기사들을 통해 해당 이물질은 절대 제빵 과정에서 유입이 불가능하다는 파리바게뜨의 핵심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해 주었다. 파리바게뜨의 강한 전문가적 확신이 언론에게도 통했던 것이다. 그날 저녁이 되자 경찰은 최초 제보자의 아이디를 추적해 본 결과 개인정보를 도용해 사진과 글을 업로드 했다는 조사 내용을 공개했다. 곧 제보자가 허위 제보를 했다는 여론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이 케이스는 경찰 조사 결과 결국 며칠 만에 제보자의 자작극으로 밝혀졌다. 비록 파리바게뜨는크리스마스 성수기 시즌의 특수는 기대하지 못했다. 하지만, 빠르고 정확한 온라인 모니터링 시스템과 보고 공유의 체계가 상당한 수준임을 과시하며 누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한 신속한 상황파악 및 확신, 그리고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또한 일사불란한 협업을 전제로 하기에 그 경쟁력은 빛났다.

최근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참사를 목격하면서, 우리 국민들이 가지는 아쉬움 들은 “왜 그렇게 늦었느냐?” “왜 그렇게 오락가락했느냐?” “왜 그렇게 전문적이지 못했느냐?” 그리고 “또 왜 그렇게 준비되어 있지 못했느냐?”하는 것들이다.

파리바게뜨는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새벽 ‘말 그대로’ 날벼락을 맞았었다. 사내 외 누구도 이런 위기 발생을 예측하지 못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파리바게뜨는 대응에 있어 정확했고 전문적이었고 신속했다. 완전한 협업을 통해 자신들의 확신을 빠른 시간 내에 가시화하는데 까지 성공했다. 경험과 준비 그리고 상호 커뮤니케이션의 승리였다. 이점들은 세월호 참사와 그에 대한 정부의 대응들을 보면서 우리 모두가 파리바게뜨로부터 참 부러워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글 : 정용민
출처 : http://goo.gl/LNU5z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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