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동남아를 석권중인 라인메신저의 인기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NHN Japan은 라인의 인기로 회사이름도 Line Corp으로 바꿨다. 사진은 시부야 히카리에 빌딩에 있는 라인주식회사의 카페모습.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NHN Japan은 라인의 인기로 회사이름도 Line Corp으로 바꿨다. 사진은 시부야 히카리에 빌딩에 있는 라인주식회사의 카페모습.

최근 오랜만에 일본에 다녀왔다. 많은 일본인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이제 일본이 3년전의 대지진후유증을 극복하고 평온을 되찾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일본에서 놀란 것이 두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운행중인 지하철열차내부에서 휴대폰통화와 인터넷이 된다는 것이다. 어디서나 뻥뻥 인터넷이 터지는 한국에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모바일선진국을 자부하는 일본에서는 의외로 지하에서 휴대폰이 안터지는 곳이 많았고 지하철내부에서 통화가 안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이제 열차내부는 물론 이제는 휴대폰전파가 닿지 않는 음영지역이 거의 사라져 있었다. 그 때문인지 일본의 지하철에서도 책을 읽는 사람이 옛날보다 크게 줄어든 느낌이었다. ‘독서대국 일본’, ‘출판대국 일본’의 국민들도 이제 스마트폰의 노예로 전락하는지 모르겠다.

한국에서 라인을 실행하는 것과 일본에서 (일본번호로) 라인을 실행하는 것은 좀 다르다. 일본에서 라인은 이미 하나의 플랫폼화가 되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라인내에서 뉴스를 읽고, 쇼핑이나 만화구입, 운세보기 등 기존 포털에서 할 수 있던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
한국에서 라인을 실행하는 것과 일본에서 (일본번호로) 라인을 실행하는 것은 좀 다르다. 일본에서 라인은 이미 하나의 플랫폼화가 되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라인내에서 뉴스를 읽고, 쇼핑이나 만화구입, 운세보기 등 기존 포털에서 할 수 있던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

또 하나 놀란 것은 모바일메신저 라인의 인기다. 네이버의 일본법인인 라인주식회사(구 NHN재팬)에서 2011년 6월 내놓은 라인은 3년이 채안되는 사이에 전세계에서 4억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그중 5천만명 이상이 일본의 가입자다. 1억3천만명의 인구를 가진 일본의 스마트폰 보급율은 약 60%인데 그렇다면 일본의 성인 스마트폰사용자의 대부분이 라인을 사용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한국의 카카오톡처럼 라인이 일본의 국민메신저가 된 것이다.

서점에 깔려있는 라인활용술 책.
서점에 깔려있는 라인활용술 책.

실제로 일본의 서점에 가보니 ‘라인공략술’ 같은 활용서가 많이 나와 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관한 책보다 라인에 관한 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신주쿠의 한 액세서리가게는 라인캐릭터를 활용한 상품코너를 크게 만들어놓고 손님을 끌고 있었다. 라인주식회사의 모리카와 CEO는 IT관련컨퍼런스에 단골 기조연설자가 됐고 각종 미디어에 쉴새없이 등장하는 일본 IT업계의 스타가 되어 있었다.

SNS에 대한 책이 꼽혀있는 서가. 페이스북, 트위터 등 관련책과 함께 라인에 대한 책이 가장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SNS에 대한 책이 꼽혀있는 서가. 페이스북, 트위터 등 관련책과 함께 라인에 대한 책이 가장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어떻게 라인은 어떻게 이렇게 일본에서 초절정인기를 구가하게 됐을까. 일본의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크게 다음의 2가지 이유를 많이 들었다.

신주쿠의 라인 스토어.
신주쿠의 라인 스토어.

첫째 매력적인 스티커 캐릭터다. 일본인들은 원래 휴대폰이나 PC에서 그림문자를 많이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어로 그림문자를 뜻하는 에모지(Emoji)라는 말은 이제 서양에서 잘 알려진 단어가 됐을 정도다. 그렇게 그림문자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에게 라인의 풍부하고 개성있는 캐릭터들을 담은 스티커그림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캐릭터왕국인 일본에서 라인의 성공은 캐릭터유료매출로 이어졌다.

싱가폴의 오차드로드에서 만난 라인팝팝업스토어. 라인의 캐릭터를 소재로 한 각종 아이템을 파는데 손님들이 제법 많았다. 라인은 동남아등지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싱가폴의 오차드로드에서 만난 라인팝팝업스토어. 라인의 캐릭터를 소재로 한 각종 아이템을 파는데 손님들이 제법 많았다. 라인은 동남아등지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두번째는 무료문자와 무료음성통화기능(보이스톡)이다. 일본은 아직도 통화요금이 무척 비싸다. 장거리통화요금도 무척 비싼 편이다. 나고야에 부모님이 있다는 내 도쿄의 지인은 “한달에 통화요금만 거의 2만엔(21만원)이 나온다. 그래서 부모님이 스마트폰으로 바꾸게 하고 요즘은 라인으로만 통화해 전화요금을 대폭 절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인의 성공은 일본의 IT업계에도 큰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일본인들은 스마트폰이전시대에는 모두 NTT도코모, AU, 소프트뱅크 등에서 제공하는 이메일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휴대폰문자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독특한 문화였다. 덕분에 이통사를 바꾸면 이메일주소가 바뀌는 문제가 있어서 이통사간에 고객이동이 적었다. 그러던 것이 사람들이 라인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이통사이메일이 필요없게 되어 자유롭게 이통사를 바꾸게 됐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아이폰을 내세운 소프트뱅크의 도발에 일본이통사간에는 무한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라인의 무료문자와 무료통화기능은 많은 이통사의 매출과 수익에도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기존 인터넷과 게임업계의 강자인 야후재팬, 모바게타운의 DeNA같은 회사들도 라인의 성장에 바짝 긴장중이다. 야후재팬은 한국의 카카오와 제휴해 일본합작법인을 만들고 카카오톡을 밀었다. 그리고 DeNA는 자체 메신저 ‘콤’을 만들었지만 이런 시도는 막강한 라인의 성장세에 밀려 모두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라인의 거침없는 성장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관심거리다.

***

시사인에 기고했던 글에 제가 일본과 싱가폴에서 찍은 사진들을 더 덧붙였습니다.

글 : 에스티마
원문 : http://estima.wordpress.com/2014/05/17/linemessenger/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