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 기고문] 위기관리는 곧 이해관계자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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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상황파악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빠뜨리면 안 되는 작업이 이해관계자들을 선별해 내는 일이다. 이번 사건, 사고, 논란, 갈등, 이슈에서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가지는 그룹이 어떤 그룹인지를 밝혀내는 작업이다. 이는 교과서적으로 이해관계자들을 이해하고 그들 각각의 이해관계들을 이해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진 않는다.

실질적으로 이해관계를 가지는 그룹들을 실제 위기대응을 위한 목표공중(target audience)으로 삼아 그들에게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세부 활동들을 진행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조직들의 위기관리 사례들을 분석 해 볼 때 핵심 이해관계자에 대한 대응이나 관리가 일단 실패하면 위기관리 전반에 대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는 힘들어 진다.

급발진으로 문제가 있는 자동차 모델을 생산 판매한 자동차 회사에게는 누가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인가? 문제의 자동차를 구매해 타고 있는 실제 고객들이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다. 공장이 폭발 해 일하던 협력업체 직원들이 여럿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장에게 있어 이 사고에 대한 위기관리를 위한 가장 중요 이해관계자는 사망한 협력업체 직원과 그 가족들이다. 유조선이 사고를 내 앞바다가 기름으로 뒤 덮였다면 그 바다 주변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이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이 되겠다. 온라인에서 불만을 제기 해 SNS 전체를 우리 기업에 대한 성토로 물들인 경우가 있다고 치자. 이에 대한 위기관리의 우선 이해관계자는 최초 그 불만을 제기한 고객 또는 네티즌이 되겠다.

위기관리를 한다고 하면서 가끔 기업이나 조직들은 이 핵심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관리를 포기하거나 맞서 싸워 이기려 하는 모습들을 보일 때가 있다.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인식은 여러 요인에 따라 다르지만 그 인식에 대한 가장 큰 요인은 해당 기업이나 조직이 평소 공유하고 있던 철학과 가치관이다. 더욱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한국 기업이나 조직 특성상 ‘최고의사결정자가 바라보는 이해관계자관’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는 것이다.

급발진으로 사건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을 때 해당 자동차 회사 회장이 바라보는 사망고객과 그 가족들에 대한 시각이 해당 기업 위기관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공장 사고로 사망한 협력업체 직원들과 가족들을 바라보는 회사 대표의 시각. 기름에 덮인 바다로 고통 받는 바닷가 주민들을 바라보는 유조선사 대표의 시각. 온통 회사를 욕하는 사연들로 도배된 온라인속에서 최초 그 불만을 제기한 네티즌을 바라보는 해당사 사장님의 시각이 핵심이라는 이야기다.

흔히 고객을 왕으로 여긴다고 기업들은 홍보 한다. 지역주민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이야기한다. 고객의 만족과 안전이 우리들의 가장 큰 모토라 광고한다.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이야기하고, 항상 듣겠다고 겸손하게 이야기한다. 문제는 위기가 발생한 뒤다. 위기가 발생하면 그 직후 평소 수없이 이야기하던 여러 가치들을 기억하거나 그 기준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고 이해관계자 우선순위를 나누는 기업이나 조직들이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 부분이 위기관리 성패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기반인데도 이 부분이 종종 생략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급발진으로 고통 받는 고객들이 자사가 가장 중요하게 우선 관리해야 하는 핵심 이해관계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기업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그 고객들보다 이 문제에 대해 기사들을 써대는 언론사 기자들이 자사의 핵심 이해관계자라 생각하고, 이를 보고 화 내는 정부 규제 관계자들을 우선 관리하자 하는 경우가 생긴다. 공장사고로 아빠와 남편을 잃은 협력업체 직원 가족들을 외면한 채 지역 언론사 기자들을 관리하고 지역 정부 기관들을 찾아 다니며 사고 영향을 축소하는 경우도 그렇다. 기름때로 고통 받는 바닷가 주민들에 대한 대피나 피해방지 대책 보다 빨리 정부규제기관과 국회에 모종의 메시지를 던져 상황을 확대 해석하지 않게 조치를 취하는 경우도 그렇다. 온라인에서 최초 불만을 제기한 그 고객에 대한 관리 없이 네이버를 보며 직원들 여럿이 열심히 밀어내기를 하는 기업들도 그런 경우다.

위기가 심각할수록 정확한 이해관계자관을 가지는 것이 위기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기존 기업 철학과 가치관에 기반한 이해관계자관을 통해 우선순위를 정확하게 정해 주는 것이 CEO와 최고의사결정자들의 리더십이다. 이에 대한 이해를 평소 충분히 공유하고 반복 확인하는 활동들이 위기관리 시스템에 연결되어야 한다.

기업이나 조직에게 실제 위기상황이 발발했을 때 그 내부로 들어가보면 이런 문제들을 자주 목격한다. 지역주민들과 큰 갈등을 일으키는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 내부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들은 적이 있다. “이쪽 지역 사람들은 다 돈을 바라고 저러는 거지요. 그들이 이야기하는 환경이나 건강이나 그런 이야기는 다 헛소리랍니다. 그저 조금이라도 떼를 써서 돈을 더 많이 받아 내려고 저런 짓들을 하는 거라니까요” 물론 기업 내부에 이런 시각이 생기기 까지는 여러 원인들이 실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해관계자관을 가지고 있으면 시간이 흘러도 기업이 그 갈등을 해결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지지 않는 게 문제다.

온라인에서 자사의 불공정한 거래 내용을 폭로 형식으로 퍼뜨리고 있는 투쟁적인 거래처 사장을 골치 거리로 가지고 있는 기업도 그랬다. 이 상황에서 해당 기업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위기관리 활동은 빨리 해당 거래처 사장을 접촉해 불만을 해결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기업 경영진들은 위기대응 회의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했다. “이미 여기 저기 우리 회사에 대해 모든 악담들을 다 퍼뜨리고 다닌 자인데 우리가 만나서 무슨 제안을 하겠어요? 그러기 전에는 대화도 하고 협상 할 여지가 있겠지만, 이미 도를 넘었는데 이제는 정면 대응하는 수 밖에 없지요” 이 주장이 얼핏 보면 전략적으로 들릴 때가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피해를 주장하는 거래처를 해결하지 않은 채 위기관리가 계속 대증적인 형식으로 누더기가 돼가고 있었다.

그러나 긍정적인 이해관계자관을 가지고 위기관리에 성공한 기업들도 있었다. 판매한 제품에 문제를 제기하는 고객들이 갑자기 늘어나고 이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생겨날 조짐이 보일 때였다. CEO가 주재한 위기관리 회의에서 그분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예산이 얼마가 들건, 고객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건 변명이나 해명 하지 말고 일단 모든 반품과 환불을 만족스럽게 받아주도록 합시다. 빨리 문제가 된 제품을 고객들로부터 회수해서 피해와 문제를 키우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거지요” 결국 그 회사는 해당 위기를 큰 문제 없이 관리할 수 있었다.

한 회사에서는 생산 시설 사고가 발생하자 CEO가 직접 위기대응 회의실 문을 열고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다. “내가 내려가서 우선 유가족을 만나야 하겠어요. 일단 내가 이동할 테니 계속 상황 업데이트 해 주세요. 수고하십시오” 회의에 참석한 임원들이 어리둥절 해서 “지금 상황이 계속 유동적인데 흥분해 있는 유족들을 만나면 위험하지 않을까요?”하면서 CEO를 따라 나가기 까지 했다. 그 CEO는 정확한 이해관계자관을 가지고 있는 분이었다. 정확하게 그들간에 우선순위를 메기고 있는 리더였다. 결국 CEO의 빠른 움직임과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마음이 해당 사고를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일부 전문가들과 변호사들은 전략이라는 이유를 걸어 ‘이해관계자들을 평면적으로 보면 안 된다. 그들에 대한 우선순위도 전략적으로 정해야 한다’ 주장 하기도 한다. 이런 주장에 대해 호감을 나타내는 기업들은 대부분 이 주장이 자신들이 가진 독특한 이해관계자관과 여러 편견에 부합하는 제안이라서다. 불편한 시각과 심기를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좀 더 합리적이고 편한 상태로 만들어 주기 때문에 ‘그렇지…그렇지…’ 공감 하곤 한다. 하지만 위기관리 현장에서 딱 한가지 변치 않는 진리가 있다면 이렇다. “이해관계자들이 위기관리의 성패를 결정한다” 이해관계자들이 계속 슬프고, 아프고, 불만스럽고, 화를 내고, 주먹을 휘두르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이나 조직이 ‘위기관리에 성공했다’ 생각한다면 그 기준은 내부적인 것일 뿐 진정한 성공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해관계자가가 핵심이다.

글 : 정용민
출처 : http://goo.gl/5Lkn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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