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14편] 한 장의 사진으로 성공, 클린턴

유명인사가 사회적 가치와 관련 한 곤경에 처했을 때 이슈관리 성패는 자신과 사회적 가치간에 연계성을 얼마나 정확하게 잘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윤리적 스캔들로 곤경에 처했을 때 이러한 연계 전략을 잘 발휘한 유명인사가 있었다. 성추행 스캔들에 휘말렸던 전 미국 대통령 클린턴과 그 참모들에 대한 이야기다.

젊은 대통령은 아무래도 스캔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46세의 젊은 나이로 미국 대통령에 오른 빌 클린턴 대통령은 취임 이후부터 여러 가지 개인적 스캔들로 자신과 백악관 참모진들을 곤경에 빠뜨렸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1998년 특검 검사 케네스 스타의 집요한 추적으로 모니카 르윈스키 사건이 밝혀져 탄핵 직전까지 몰렸으며 3000만 달러를 부정대출로 받은 화이트워터게이트 사건 등과 폴라 존스 사건 등 각종 스캔들 사건에 연루되기도 했었다.

1998년 1월 5일. 미국 일간지들은 일제히 한 장의 사진을 실었다. 클린턴 대통령이 부인 힐러리와 함께 수영복 차림으로 포옹하며 해변가에서 춤추는 장면이었다. 파란색 ‘커플’ 수영복을 입은 클린턴 부부는 사진을 통해 오붓한 시간을 만끽하는 잉꼬 이미지를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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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아칸소 주지사시절 정부에서 일한 적이 있는 폴라 존스라는 여성에 대한 성희롱건으로 수년간 곤경에 처해 있었다. 이 이슈는 폴라 존스가 이미 1994년 현직 대통령인 클린턴에게 70만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개인적인 스캔들로 만방에 알려졌었다. 미국에서 현직 대통령이 취임 전의 일로 고소당하기는 이 경우가 처음이었다.

수년간 이 사건을 수사했던 연방 대법원은 폴라 존스 사건을 심리하면서 “대통령이라도 민사상 면책특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었다. 이에 클린턴 대통령의 오래된 성희롱 사건은 본격 수사대상이 되었고 클린턴 대통령은 체면에 먹칠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클린턴과 그 참모들은 이 이슈에 대해 관련된 ‘사회적 가치’를 먼저 찾았다. 돌파구를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클린턴 대통령과 해당 사회적 가치를 연계 해 국민들에게 클린턴 대통령이 파렴치한 성추행범이 아니다 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주고 싶어 했다. 그들의 참모는 ‘가족과 부부애’라는 큰 가치에 이번 이슈를 연계하려 시도했다. 그들은 대통령에게 아내와 딸을 데리고 겨울 휴가를 떠나라고 조언했다.

당연히 이슈의 중심에 있던 미국 대통령 가족의 휴가를 파파라치들은 놓칠 수 없었다. 여자문제로 곤경에 처해 있는 남편에 대해 불쌍한 부인 힐러리는 어떤 감정과 모습을 드러낼까 전 국민들이 궁금해 하고 있는 터였다. 어찌 보면 부정한 스캔들에 둘러 쌓인 남편에 대한 힐러리 여사의 인간적인 솔직한 감정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던 파파라치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파파라치들은 대통령 부부가 휴가를 즐기던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해변가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을 포착했다. 냉담할거라 예상했던 부부끼리 수영복을 맞추어 입고 로맨틱하게 댄스를 추는 장면이라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틀 뒤 “사생활 침해이긴 하지만 사진 자체는 마음에 든다”는 반응을 내놨다. 대통령이 보여준 가족과 부부에 대한 강조 메시지가 충분하게 커뮤니케이션 되었다는 만족감이었다.

사진의 보도 시점 또한 참모진에 의해 철저하게 계획된 타이밍이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로부터 열흘 후 성추행 혐의로 법정에 서야 할 처지였다. 클린턴 대통령이 부부애를 과시하는 사진을 연출해 미국인의 동정심과 지지를 유도하려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국민들은 힐러리 여사의 남편에 대한 신뢰에 더 주목 했다.

이전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불륜설이 돌았을 때도 힐러리 여사는 이를 보수 측의 음모로 규정했었다. 이후 스캔들이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그녀는 남편과의 결혼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이렇게 남편을 감싸는 모습에 그녀에 대한 동정여론이 확산되면서 그녀에 대한 지지율은 70%대를 넘기도 했었다.

백악관 참모들은 이런 여론의 흐름을 다시 한번 활용해 이슈를 관리했다. 여러 마디 말보다 강한 한 장의 사진을 연출했다. 공중들은 사람이 싫으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그 메시지는 비판의 소재로만 재해석될 뿐이다. 참모들은 이 사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대통령이 훼손한 사회적 가치에 오히려 자신을 기대는 전략적 이벤트를 통해 말썽쟁이 대통령의 이미지를 그래도 괜찮은 남편과 아빠의 이미지로 바꾸어 버렸던 것이다. 휴가 중 부부간의 수영복 댄스는 그렇게 단순한 의미가 아니었다. 요즘 메시지만 많은 논란 속의 일부 공직자 후보들도 고민 해 보아야 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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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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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용민
출처 : http://goo.gl/Ulr0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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