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중국산 아이폰, 화웨이 ‘어센드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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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하 안드로이드폰)인가, 아이폰인가. 화웨이 ‘어센드(Ascend) P7(이하 P7)’은 구글 모바일 운영 체제를 탑재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하 안드로이드폰)임에도 디자인부터 기능까지 아이폰을 너무나 닮았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의 교집합에 있는 중국산 스마트폰 화웨이 P7을 익스펜시스를 통해 한 달간 체험해봤다.

‘아엑스페리언’

혹자는 P7을 ‘아엑스페리언’이라 표현했다. 애플 아이폰5, 소니 엑스페리아Z2, 팬택 베가아이언을 모두 닮았다는 뜻이란다. 기자는 세 제품을 모두 체험해본 터라 그 표현에 더 격하게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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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적으로 가장 닮았다고 느낀 것은 엑스페리아Z2였다. 모서리가 부드러운 직사각형 디자인뿐 아니라 뒷면의 카메라와 플래시 위치까지 비슷하다. 일부러 흰색 모델로 구해 맞춰놓으니 언뜻 보기에 어떤 게 엑스페리아Z2인지 헷갈릴 정도다. 책상 위에 다른 물건들과 섞여 있을 때면 엑스페리아Z2를 집으려다 P7을 갖고 온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P7은 엑스페리아Z2처럼 내장형 배터리를 채용했으며 추가 마이크로SD 메모리 슬롯을 지원한다.

물론 모든 게 완벽하게 같지는 않다. 가장 큰 차이점은 스피커의 위치. P7은 엑스페리아Z2와 달리 스피커가 뒷면에 있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 뒷면이 테이블 바닥에 닿아 있으면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이 잘 들리지 않았다.

333위: 아이폰5 아래: 어센드 P7

옆면은 아이폰의 분위기가 난다. 은색 메탈 소재와 유심 트레이 모양도 비슷하다. 두께는 6.5mm로 무척 얇은 편. 7.6mm의 아이폰5보다도 얇다. 이 때문에 손으로 잡을 때마다 날렵한 느낌이 들었다.

화웨이는 P7을 ‘더블C’ 디자인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직사각형의 세 모서리를 잇는 C 하나와 앞면과 뒷면을 잇는 C를 의미한다. 개인적으로는 애매하게 굴곡 진 아랫면과 그 위의 ‘HUAWEI’ 로고가 전체 디자인에 아쉬움을 남긴다고 느꼈다. 다만, 뒷면의 화웨이 문양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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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HD(1,920 x 1,080) 해상도의 5인치 디스플레이를 채용했고 베젤도 그리 넓지 않기 때문에 사용할 때 크기가 너무 커 손에 잡기 불편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아이폰5 시리즈는 너무 작고, 갤럭시노트 시리즈는 너무 큰 사용자라면 크기에 불만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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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을 닮은 UI

그런가 하면 화웨이의 이모션 UI는 애플 모바일 운영체제인 iOS를 닮았다. 일단 잠금화면부터 보자. 떡 하니 아래에 ‘밀어서 잠금해제’ 문구가 있고 그 옆에 반투명 카메라 버튼까지 있다. 너무 비슷해서 민망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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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등의 아이콘도 iOS 기본 아이콘을 약간 변형한 디자인 같다. 따로 앱 서랍이 없어 설치한 앱을 홈화면에 주르륵 늘어 놓는다. 물론 앱 서랍 기능을 쓰고 싶다면 런처 앱을 활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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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금화면의 아랫부분을 터치해 위로 올리면 캘린더, 계산기, 플래시, 거울 등의 기능을 모아놓은 제어 센터도 나타난다. 이 중 거울은 전면 카메라를 활용해 사용자의 얼굴을 볼 수 있게 하는 기능이다. 거울 모드에는 예쁘게 분홍색 테두리도 있다. 국내 제조사의 예전 모델에 이런 기능이 들어있는 것들이 있었다. 거울 기능을 보니 자연스레 ‘그땐 그랬지’하며 추억에 잠겼다.

1,300만 화소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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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는 후면 1,300만 화소에 전면 800만 화소다. 화소 수만 높고 보면 꽤 고사양이다.

일단 전면 카메라는 셀프카메라에 최적화되어 있다. 알아서 얼굴을 인식해 크게 창으로 띄워준 후 생기있는 표정을 지으라고 조언한다. 피부는 뽀얗게 ‘뽀샵’ 처리까지 해준다. 다만, 누가 봐도 ‘문댄’ 느낌은 난다. 사실 800만 화소라고 하지만 렌즈가 그다지 밝지는 않은 듯싶다. 빛이 부족한 실내에서 찍었을 때 피부가 덜 화사해 보였다.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파노라마 셀카 기능도 있다. 참고로 이 기능은 갤럭시노트4가 이번에 기본 기능으로 넣은 바 있다.

후면 1,300만 화소 카메라는 소니 4세대 BSI 센서를 썼다. 밝기는 F2.0으로 스마트폰 카메라치고 무척 밝은 편이다. 화각도 28mm라 손쉽게 넓은 풍경을 사진 한 장에 담을 수 있다.

잠금화면에서 버튼 하나로 빠르게 사진을 찍는 기능이 꽤 유용하다. 볼륨 아래 버튼을 두 번 누르면 바로 카메라 기능을 불러온다. 화웨이에 따르면 약 1.2초 만에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직접 찍어보니 잠금을 해제하고 카메라 앱을 실행하는 귀찮음이 없어 좋았다.

카메라 등 어느 정도 시스템에 부하가 걸리는 앱을 쓰다 보면 뒷부분이 전체적으로 뜨거워진다. 배터리는 전화, 문자, 메신저 앱, 카메라, 웹 서핑 등을 일반적으로 했을 때 하루 정도 갔다. 요즘 나오는 스마트폰과 비슷한 수준이다. 매번 집에 돌아와 자기 전에 P7을 충전해야 했다.
중국산이기에 느끼는 불안함

이제와 고백하건대 P7에 유심을 꽂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던가. 중국 스마트폰에 사용자의 정보를 빼내는 ‘백도어’가 설치되어있다는 제보가 잇따랐고, 이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확실히 밝혀진 것은 없지만 저런 소리가 나오면 영 찝찝한 게 사람 마음이다. 내 개인정보가 국내에서 헐값에 팔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정보를 전세계로까지 퍼트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리뷰를 위해서’라며 마음을 굳게 먹고 유심을 꽂았다. ‘전화 기록이나 문자 메시지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관문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메일, 에버노트, 드롭박스 등 개인정보가 가득 든 웬만한 서비스는 전부 로그인 과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거다. 이러한 앱들은 설치만 해놓고 용기가 없어 로그인하지 못했다. 카드, 은행 관련 앱은? 당연히 설치조차 하지 않았고 모바일 쇼핑 결제는 엄두도 내지 않았다.

P7이 그래도 새삼스러운 교훈을 하나 줬다. 스마트폰 속에는 정말 우리의 개인적인 정보가 무척 많이 들어있다.
버벅이는 키보드… 문제는 ‘최적화’

제품을 리뷰할 때면 그때그때 느낀 점을 메모하곤 한다. P7에 관한 메모의 70% 지분을 차지한 이야기는 ‘짜증나는 키보드’였다. 최신 스마트폰에서 키보드가 버벅대 메시지를 보낼 때마다 화가 나는 일이 생기다니. 이런 일은 갤럭시S2 세대 이후 없으리라 생각했건만 이는 큰 오산이었다. 빠르게 메시지를 입력하면 시차를 두고 글자가 입력됐다. 거기다 가끔 메신저 앱이 먹통이 되어 멈추면 이를 다시 구동해야 할 때도 있었다. 또한 설정에서 아무리 추천단어와 맞춤법 기능을 끄려고 해도 먹히질 않았다. 빨리 영어 제품명을 적어 지인에게 보내야 하는데 자꾸만 틀린 단어라고 고쳐대서 곤란했던 기억이 난다.

버벅이는 것이 비단 키보드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평소 애용하던 캔디 카메라 앱은 스마트폰을 움직일 때마다 화면이 심하게 뚝뚝 끊겨서 사진을 찍지 못할 지경이었다. 윈드러너 등의 게임이 끊기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웹 페이지 스크롤링도 매끄럽지 못했다.

분명 P7의 하드웨어 성능만 두고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P7은 화웨이가 직접 설계한 쿼드코어 1.8GHz의 기린910T 프로세서, 2GB 메모리(RAM) 등을 탑재했다. 기본 저장 공간은 16GB. NFC, 블루투스4.0 등 있을 것은 다 있다. 준수한 하드웨어 사양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문제는 ‘최적화’인 듯싶었다. 외형이나 내부 사양은 선두 위치에 선 스마트폰들을 얼추 따라 할 수 있지만 오랜 개발 시간과 경험이 필요한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단시간에 따라 잡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 지난 8월 화웨이가 P7의 벤치마크를 조작했다는 외신의 보도도 화웨이가 강조한 ‘장인정신(Craftmanship)’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 동안 업계에서 중국의 ‘가성비’ 좋은 스마트폰 때문에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위기를 맞았다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렸다.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아마 화웨이 P7 때문은 아닐 거라는 게 솔직한 평가다.

물론 국내 제조 기업들이 여러 우수 기업 제품을 ‘모방’하며 그 실력을 키웠듯이 중국 제조사도 이와 마찬가지인 과정을 따르고 있는 것일 테다. 그리고 중국 업체는 그 격차를 빠르게 좁힐만한 능력이 충분히 있다. 화웨이는 매해 연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추격하는 속도에 가속도가 생길만한 요인이다. 곧 뒤통수에 바짝 따라붙은 화웨이의 제품들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P7은 익스펜시스를 통해 구매할 수 있으며 가격은 41만 8,325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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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나진희 기자(IT동아)
원문: http://it.donga.com/19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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