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위기관리, 아쉬움을 통해 얻는 교훈

 많이 아쉽다. 불행한 기업이다. 불행한 사회고 불행한 국민들이다. 그들에게 불행한 위기가 있었고, 불행한 위기관리가 있었다. 별 것 아닐 수도 있던 논란이 회사에게 위기가 되었고, 사회적으로는 혼란이 되었다. 이번 카카오톡 위기와 위기관리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하지만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유사하거나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기업들이 많아진다면 다음카카오의 이번 위기관리는 사회를 위한 큰 공헌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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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에 처했을 때라면 항상 기억하자. 위기의 핵심에 대해 고객, 언론, 정부, NGO등과 같은 이해관계자들이‘질문하기 전’ 기업이 준비하고 있던 답변은 곧 철학이자 신조로 해석된다. 하지만 그들로부터 ‘질문을 받은 후’ 부랴 부랴 준비된 답변은 임기응변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많다. 준비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다. 다음카카오는 어땠을까?

 이번 카카오톡 이슈는 매우 어려운 이슈였다. 풀기 어려운 논란이었다. 우선 이성과 감정이 충돌하는 성격을 띠었다. 기업이 어느 쪽에 서야 할지 결정이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기업의 법적 의무와 개인 사생활 이슈가 서로 충돌하는 이슈였다. 기본적으로 선택의 문제가 아닌 이슈였다.

 정치와 비즈니스간의 갈등도 존재했다. 서로 엮이면 안 되는 이질적 분야가 서로 얽혀 버린 것이다. 일선과 공중들에게는 압수수색과 감청 간 개념의 혼동도 존재했다. 범죄 행위와 일상 대화간의 개념 혼동도 존재했다. 검찰의 ‘실시간’ 표현도 혼동을 일으키면서 사태 악화를 부채질 했다.

 다음카카오의 입장에서 난감하기 그지 없는 위기였다. 일반적인 위기란 보통 기업과 이해관계자간의 갈등과 충돌에 기반한다. 하지만 이번 카카오톡 위기는 상이한 이해관계자들이 충돌하는 사이에 기업이 끼어 들어간 케이스였다. 그래서 더 불행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어려운 이슈로 인해 난감하기 그지 없는 희생양이 된 다음카카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일까? 정확하게는 문제라기 보다는 다음카카오의 위기관리에 있어 아쉬움은 혹시 없었을까?

있었다. 가장 큰 아쉬움은 이미 해당 논란 자체에 전조(前兆)가 있었고 그 이전에 다양한 전례(前例)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다음카카오에게는 반면교사와 타산지석이 그 이전에 충분히 가능했었던 것이다.

 지난 2010년도만 해도 블랙베리 제조사인 리서치인모션(RIM)이 블랙베리 사용자에 대한 통신정보 접근을 요청하는 여러 국가들과 갈등을 빚었었다. 같은 해 트위터의 경우 미 법무부가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의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위키리크스 계정과 어산지를 포함한 3명의 계정에 대한 정보를 요구 받으며 이번 카카오톡과 유사한 갈등을 빚었었다.

 2013년에는 미국 국가안보국(NSA)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등 대형 인터넷 관련 업체를 통해 민간인 개인정보를 수집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구글과 페이스북, 애플 등 대형 인터넷 업체들로부터 개인정보를 빼냈다는 의혹이 퍼지면서 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들이 입장들을 발표하기 시작했었다.

 심지어 미국 정부는 테러리스트나 중범죄자가 사용 가능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FBI등이 감청할 수 있도록 페이스북, 구글, 야후 등 인터넷 업체들이 협조할 것을 의무화하는 법률 제정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었다. 그 때 이미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들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이 의회에 제출되면 즉각 폐기되도록 총력전을 벌이겠다고 선언하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2014년의 다음카카오는 이와 관련된 유효한 입장을 이해관계자들이 ‘묻기 전’에 미처 만들어 놓고 있지 못했다.

 지난 9월 18일부터 발아 된 검찰의 ‘사이버 검열’ 논란에 맞서서 다음카카오가 별반 유효한 입장을 만들어 놓지 못했다 보는 이유는 10월 1일 목격된다. 이날 다음카카오 합병법인 출범 기자회견에서 이석우 대표는 ‘카카오톡의 대화내용이 텔레그램처럼 암호화되느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며 모호하게 답했다.

 또한 “공정한 법 집행이 있을 경우에는 대한민국의 법에 따라 검찰에 협조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만을 그대로 확인했었다. 심지어 지난 2일 “정부의 ‘통신제한조치'(감청)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가, 8일 ‘올 상반기 감청건수가 147건이었다’고 다시 수정하기 까지 했다.

이런 일련의 상황들을 분석해 보면 다음카카오는 발생 예상 이슈에 대한 정확한 위해도 예측과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 준비가 부족했었다는 아쉬움이 들 수 밖에 없다. 평시 기존 입장을 고수했던 것은 해당 입장과 논리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회적 논란과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으로까지 보이는 공중들로부터의 폭격을 실제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경험 하면서 기존 입장과 논리를 수정 강화해 놓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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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병 전 카카오는 매주 수요일 전 직원이 모여 서로의 업무를 공유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타운홀미팅 ‘카카오광장’을 진행해온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렇다면 당시 이 ‘카카오광장’ 미팅에서도 정부의 ‘사이버 검열’에 대한 자사의 철학과 입장을 사전 논의하고 결정하지 못했던 것일까 궁금하다. 만약 그런 준비들이 이미 있었다면 구체적 답변을 위한 팩트 학습 부분에 있어 아쉬움은 없었을 것이고, 적절하고 유효한 초기 입장 정리가 있어 아쉬움은 덜했을 것이다.

 또한 다음카카오에게는 훈련된 대변인의 활용과 창구 일원화가 아쉬웠다. 사실 사전에 완전한 준비와 공유가 없던 상태라면 사내외의 누가 나가 대변인 역할을 했더라도 무척 힘들게 마련이다. 10월 1일 이후 다음카카오의 대변인 운용과 창구 일원화에 여러 어려움이 있었던 이유가 그 때문이라면 더욱 큰 아쉬움이 남는다.

 회사가 평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준비한 채널들과 커뮤니케이션 톤앤매너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아쉬웠다. 최초 기자회견 후 일주일 만에 발표한 ‘외양간 프로젝트’란 평시 마케팅 목적의 톤앤매너로는 아주 훌륭한 것이었다. 하지만 전체적 맥락과 사안의 중대성에는 걸맞지 않는 실행 이어서 아쉬웠다.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채널활용도 아쉬웠다. 다음카카오 합병 기자회견에서 1차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실패 했더라도 빠른 의사결정 후 여러 채널들을 통해 대변인의 공격적 메시지 딜리버리가 가능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카카오는 거대한 입장 정리 보다는 2주간 세세한 팩트 교정에 커뮤니케이션 채널들을 활용하는데 그쳐 아쉬움을 주었다.

 전체적으로 시간관리(time management)도 아쉬웠다. 10월 1일 이후 본격화 된 논란을 반전시키는데 약 2주가 소비되었다. 준비되어 있었다면 시간관리가 되었을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 위기가 항상 닥친 후 기업이 바삐 대응을 준비하는 모습을 내부에서는 ‘위기관리’라 부르지만 바깥에선 ‘침묵’이라 부른다. 이 침묵을 경계하기 위해 기업들은 미리 준비를 한다.

 이석우 대표가 13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부분의 메시지들은 그전 1일 다음카카오 합병 기자회견 때 이미 전달되었어야 했다. 그랬다면 지금과 같은 사회적 혼란은 없었을 것이다. 준비되지 못한 기업들은 위기 시 대부분 오랜 고초를 겪은 후 마지막에 가서야 정답이나 정답 비슷한 답을 고안해 내곤 한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이번 카카오톡 케이스는 선생님이 이미 출제 한 문제들을 다음카카오에게 전달 한 뒤 예정된 일자에 시험을 치른 것으로 비유될 수 있다. 상당한 기회였음에도 다음카카오는 시험공부를 아주 열심히 그리고 심각하게 한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처음 본 시험에서 정확한 답을 쓰지 못해 재 시험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재 시험을 앞두고도 이미 알고 있는 문제에 대한 답을 달기 어려워했고. 스스로 혼란스러워 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늦은 재시험을 요청 해 어느 정도 답을 적게 되었다. 그 답이 정답인지 여부는 선생님의 최종 채점을 좀 더 기다려봐야겠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카카오톡 이슈가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사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재 시험 때 전달된 전향적이고 강력한 입장이 효력을 발휘 한 것일까?

 지금 다음카카오는 ‘이미 알려진 문제에 대한 답을 왜 미리 마련해 놓지 못했을까?’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선생님과 시험문제를 대충 쉽게 생각했던 것이다. 위기관리를 위한 준비는 ‘생존’에 대한 절박함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위기를 쉽게 생각하는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 그 이후 ‘생존’에 대한 절박함이 생기면 그때부터 준비를 하니 문제다.

 이번 카카오톡 케이스가 수많은 다른 기업들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것이다. “준비하고, 준비하고, 준비하라”

 

글 : 정용민
원문 : http://jameschung.kr/archives/1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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