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어마한 사업 계획서는 잊고 지금 본론으로 들어가라

경영대학원이든 대학이든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경영을 가르치는 학교에서는 가장 먼저 사업 계획을 세우라고 가르친다. 사업 계획이란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체적이고 분석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를 테면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최대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답을 갖고 있는 것이다.

시장의 크기는? 경쟁 상대는? 매년 예상 매출액은? 5년 치의 예산과 실현 가능한 매출액은? 등등. 물론 학교에서 하는 학술적인 훈련도 어느 정도 장점은 있다. 하지만 실제 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해 본 기업가 입장에서 보면 그 중요성이 지나치게 과장된 측면이 있다.

학교에서 강조하는 대로 잘 쓴 사업 계획서에 절반의 성공이 담겨 있다면, 4~6년 동안 경영학을 배우고 나온 학생들은 당장이라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사회에 나오면 노련한 계획서 작성 전문가였던 그들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햇병아리가 되고 만다. 현실에서는 모든 것이 추측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이론과 현실의 차이다.

제이슨 프라이드는 자신의 저서 똑바로 일하라에서 이러한 이론과 현실의 차이를 간단명료하게 정의했다. “향후 일주일, 한 달 혹은 몇 년에 대한 예측은 공상일 뿐이다.” 이보다 더 정확하게 현실을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덴마크 기업가이자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부교수인 페르 켈렌도르프도 늘 사업 계획에 무엇을 포함시키든 그 계획이 계속 유지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강조한 후 수업을 시작한다. 그는 쾌활하게 말한다. “내가 그렇게 얘길 하면 학생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자신들이 작성한 사업 스프레드시트에 잘못된 게 있나 찾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런 뜻이 아니에요. 단지 자신의 스타트업이 향후 5년 동안 어떤 실적을 거둘지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만한 태도란 뜻이죠. 그게 현실이니까요.”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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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아무 결실도 맺지 못할 파워포인트와 사업 계획 작성에 매달리는 바람에 1년에 수백만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 당신의 귀중한 시간을 정확하지도 않은 숫자를 짐작하는 데 투자해 봐야 결국은 헛수고로 끝날 뿐이다. 대부분의 비즈니스 상황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기 마련이다. 특히나 사업 계획을 짜고 있는 그 시점은 가장 준비가 덜 갖춰진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높은 성적을 받은 사업 계획서만 믿고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뜻대로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위험한 발상이다. 아직도 배울 게 많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고객들의 행동과 시장의 변화에 맞춰 따라가도록 해야 한다.

물론 잠재 투자자나 은행을 납득시키기 위해 어떻게든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파워포인트로 당신의 일에 대해 설명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5개년 계획을 만들고 매출액을 예측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제는 투자자들도 정신을 차려서 제대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더 이상 50쪽 분량의 파워포인트를 뚫어져라 들여다보거나 끝없이 이어지는 사업 구상에 귀 기울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대신 프로젝트 회의에 참석하거나 고객과의 만남에 동석하는 등 새로운 평가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테크스타스, 와이콤비네이터, 스타트업부트캠프처럼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들은 지원 신청을 받을 때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사업 계획서가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걸 경험상 잘 알기 때문이다. 대신 신청자들은 20개 정도의 질문이 적힌 설문지를 작성하고 간단한 전화 통화, 10분 이상의 긴 전화 통화, 직접 면담 과정을 거쳐 선발된다.

세계 역사상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그루폰은 사업 계획서는커녕 비전도 미션도 없었다. 단체로 진행하던 벤처 사업 더 포인트(The Point)의 보조 프로젝트로 시작한 게 그루폰이었는데 우연히 큰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이다. 그루폰처럼 거의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완전히 자리 잡기까지 시장 반응에 따라 이리저리 경로를 수정한다. 이런 유연함은 신생 기업이 성장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필수 조건이다.

그러니 완벽한 사업 계획을 구상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차라리 비전이나 가치,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 등 목표를 달성하는 데 나침반이 되어 줄 것들과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세 가지를 종이 한 장에 적는 게 더 유용하다. 그러고 나서 즉각 본론으로 들어가 시장을 확인하고 무엇으로 고객을 사로잡을지 생각하고 어떻게 광고할지 고민하라. 당장 시작할 일을 정리했으면 집에 가도 좋다. 5개년 사업 계획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걱정 따위는 날려 버리고.

                                             스마트한성공들-표지(평면)                     

걷는나무 『죽어라 일만 하는 사람은 절대 모르는 스마트한 성공들』 중에서

영국 공인 경제경영연구소와 영국 국립도서관이 경영의 미래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에게 주는 ’2013/2014 올해의 책’ 수상  도서. 저자가 전 세계 최고 기업가들을 만나 밝혀낸 가족, 친구, 건강, 돈, 성공 등에서 완벽하게 승리하는 스마트한 성공 전략을 알려 준다. 

매주 목요일, 책의 주요내용을 발췌하여 연재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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