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노매드 인터뷰 #2] 스타트업에 뛰어든 광고인, 인디씨에프

벤처스퀘어는 지난 7월 프로그램을 시작하여 10월 실리콘밸리에서의 데모데이까지 마치고 온 2014  스타트업 노매드(Startup Nomad) 팀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들 8팀은 11월 13일에 있을 Global Startup Conference 2014/fall에서도 데모데이 시간을 가지며 실리콘밸리에서의 ‘생생한’ 방랑기도 들려줄 예정입니다.

 

광고와 자본의 ‘시소’에서 내려오다

화려한 영상, 촌철살인의 크리에이티브, 혹은 유명 연예인들과의 협업까지. 젊은 대학생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광고계를 꿈꾸는 이유는 충분하고 다양하다. 하지만 정작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을 광고주로 둔 ‘메이저’ 광고 제작사에서 7년간 CM planner로 일하며 300여 개의 TV CF를 제작한 박정화 대표는 그 충분한 이유들을 박차고 나와 소셜벤처 인디씨에프를 설립한다. 그 이유가 ‘인도 갠지스강 인근의 조그만 라씨집도 한국에 광고를 틀 수 있었으면’ 하는 꿈 때문이라면 소박하다고 해야 할까 원대하다고 해야 할까.

“기존 광고 시스템으로 어떻게 작은 라씨 가게가 저 멀리 한국에 광고를 내겠어요. 인도 내에서도 광고를 내기 힘들겠죠. 하지만 저는 돈과 에이전시가 없어도 누구나 어디에라도 광고를 틀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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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씨에프의 박정화 대표

‘인도의 조그만 라씨 가게 광고가 한국에서 틀어졌으면’하는 박 대표의 발상은 단지 엉뚱한 상상만은 아니라고. 오래간 광고를 업으로 누구보다 그 생태계 깊숙이에 자리해 있으면서 광고의 화려함 너머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광고 회사에 다니면서 한 달에 2번 퇴근하기도 했죠.(웃음) 일은 굉장히 힘들었지만, 맡은 일에 대한 애정이 많아서 나름대로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일을 하면 할 수 록 광고라는 것이 철저히 자본주의적이구나 싶은 거예요. 제가 열심히 광고하면 이미 큰 기업들만 더 커지고, 더 배불러지고, 작은 기업들 혹은 영세 상인들은 광고의 기회조차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별명처럼 광고는 돈만 주면 만들어 주는 것이고, 그만큼 돈이 없으면 광고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이 보이더라고요.”

이렇듯 메이저 광고 업계에 종사하면서 찾아온 회의감에 박정화 대표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내가 하는 일은 과연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일까?’ 그렇게 박정화 대표는 광고와 자본, 자본과 광고, 이 둘처럼 체급과 조건이 맞는 이들만 즐거운 ‘시소’같은 광고판에서 내려와, 누구나 광고를 만들 수 있도록 자본으로부터 독립한 광고 제작 및 방송 플랫폼 ‘파리로(Pariro)’를 선보인다.

“Pariro는 우리나라 독립기념일인 8월 15일을 의미하는 815를 영문으로 표기한 것이에요. ‘광고가 자본으로부터 독립한다’라는 의미의 이름이죠.”

이름 그대로의 의미처럼 Pariro는 누구나 쉽게 30초 광고 영상을 만들 수 있는 DIY 광고 제작 어플리케이션이다. Pariro 어플리케이션에는 아웃포커싱 등 영상 촬영 기능, 자막 및 지도 입력 기능 등 광고 제작을 위한 실질적인 기능 및 20여 개의 무료 배경 음악이 제공되고 있다. 또한 박정화 대표의 다년에 걸친 광고 경험, 그중에서도 실제 제작 과정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18개의 광고 기획 팁이 있어 가이드라인을 따라 광고를 기획하고 제작할 수 있다. 현재 데모 버전에서는 광고 기획의 가이드라인 정도만 제공하지만, 후에는 샷 넘버를 따라 퍼즐처럼 맞춰가기만 해도 광고를 완성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스토리보드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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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에코노베이션 센터에 입주해 있는 인디씨에프 팀

이처럼 Pariro는 자본과 에이전시 없이도, 혹은 광고에 대한 지식이나 기술조차 없이도 그야말로 ‘누구나’ 광고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원체 기술적 장벽이 높을 뿐만 아니라, 여러 단계의 분업을 기본으로 하는 광고 생태계에서 기획부터 제작까지 한 번에 가능한 오픈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Pariro에 대한 현업 종사자들의 반발이나 우려는 없었을까?

“광고계에서 동료로 있던 분들은 광고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니까, 걱정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런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공감도 누구보다 많이 해주신 분들이기도 해요. 현재 광고계에서는 복잡한 이유들로 불가능한 일을 그분들이 나서서 할 만큼의 동기부여는 없을지라도, 제가 나서서 하니까 전폭적으로 응원해주고 계세요.”

실제로 Pariro가 탄생하기 위해, 그리고 지금까지도 많은 현직 광고인들이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어플리케이션의 시작부터 끝까지 각각의 단계별로 현업 전문가들이 감수와 기획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고. 

실리콘밸리에서 받은 비즈니스 조언

박정화 대표는 광고업 중에서도 ‘제작’ 파트에서 일을 해왔기에, 실질적인 ‘비즈니스’ 세계의 전문가는 아니었다. (물론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 또한 그러하다.) 앞선 채팅캣과의 인터뷰에서 에이프릴 김 대표가 언급했듯이, 스타트업 노매드에 참가한 팀들은 각자에게 맞는 배움을 얻어왔는데 박정화 대표에게는 무엇보다 실리콘밸리에서 얻은 비즈니스적 조언이 서비스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2주간 케이레츠 포럼 아카데미(Keiretsu Forum Academy)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미니 MBA’같은 느낌이었어요. 경영, 회계 등 비즈니스 분야에 대해서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놀라웠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다양한 전문가분들에게 멘토링을 받으면서 서비스 기획을 거의 완성해왔다는 게 ‘Pariro’가 이번 프로그램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였어요. 한국에 있었다면 서비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탄탄하게’ 기획해서 완성하려고만 했을 텐데, 실리콘밸리에서 여러 조언을 받으면서 서비스의 본질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저희의 프로젝트 진행 방법 자체도 많이 바뀌었고요.”

덧붙여서, 박 대표는 ‘일과 삶’에 대한 실리콘밸리의 분위기에 대해서도 느낀 바를 이야기했다.

실리콘밸리에서 느낀 것은 그곳 사람들이 일을 굉장히 밀도있게 한다는 것이에요.”

“교육 프로그램이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있다고 해서, 한국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일하던 것을 생각하고는 ‘이 정도야 어렵지 않지’ 싶었어요. 그런데 강의 시간 동안 점심시간도 따로 없이 쉼 없이 강의를 하면서 목적한 바를 시간 안에 소화해내는 엄청난 밀도감이 있었는데, 이런 방식이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일할 때는 이렇듯 철저하지만, 그 외의 삶에서는 그곳 사람들이 굉장히 여유로워 보였어요. 여가도 즐기고 삶에 집중하면서 실제로 IT 환경이 평화로워 보였는데, 이런 여유로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굉장히 밀도 있게 일했구나 싶었던 게 인상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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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도 따로 없이  간단한 식사를 하며 ‘밀도 있는’ 수업을 듣고있는 스타트업 노매드 팀들

박정화 대표는 프로그램 종료 후 한국으로 돌아온 다음에도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만난 VC 및 ‘Pariro’의 비즈니스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과도 계속 교류하며 조언을 얻고 있다고 한다. 덕분에 자신의 서비스를 객관화해서 보고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고.

“실리콘밸리에 가기 전에는 업계에서 ‘탑’인 사람들이 저희 서비스를 어떻게 볼까 두근거리고 궁금했어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의 부족한 부분이나 타겟 등을 검증받기도 했지만, 저희 서비스를 재밌게 보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을 만나서 뿌듯하기도 했어요. 물론 이런 기회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을 하면 대표가 여러 가지 역할을 해야 하는데 2주 동안이나 자리를 비워야 하는 것이 망설여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멀리 봤을 때는 더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2주 만에 정량적인 성과를 내기란 어려울지라도, 이런 프로그램에 많은 분들이 다녀오는 것이 우리 사회에도 큰 자산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즉각적인 성과와는 별개로도 얻는 것이 많았던 시간이었어요.” 

2주간의 프로그램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박정화 대표는 곧 있을 Global Startup Conference에서의 데모데이 준비뿐만 아니라, 다시 서비스에 집중하며 분주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Pariro는 내년 초에 정식적으로 서비스를 오픈할 계획이라고. 조만간 Pariro를 통해 많은 소기업들이 자유롭게 광고하고, 성장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글 : Moana Song (moana.song@venturesquare.net) 인턴 박선민(sunmin2525@venturesqu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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