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노매드 인터뷰 #5] 보고 읽고 쓰는 디지털 칠판 개발, 애니랙티브

벤처스퀘어는 지난 7월 프로그램을 시작하여 10월 실리콘밸리에서의 데모데이까지 마치고 온 2014  스타트업 노매드(Startup Nomad) 팀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들 8팀은 11월 13일에 있을 Global Startup Conference 2014/fall에서도 데모데이 시간을 가지며 실리콘밸리에서의 ‘생생한’ 방랑기도 들려줄 예정입니다.

스마트한 강의실의 마지막 아날로그, ‘판서’에 주목하다

교실과 강의실에는 프로젝터와 스크린, 그리고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다양한 스마트 기기들로 넘쳐나고 있다. 교수님의 판서를 연필이 아닌 노트북으로 빠르게 받아 적고, 혹은 한 장의 스마트폰 사진으로 모든 내용을 담아 갈 수도 있다. 이렇듯 강의실 환경은 꽤나 스마트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바뀌지 않는 것은 교수님이 쓴 판서를 그대로 옮겨가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학생들의 풍경이다. 연필이 아닌 노트북으로도 교수님의 판서 속도는 따라잡을 수 없으며, 사진으로 판서를 남기려 해도 시야를 가리는 친구들 때문에 완벽한 판서 베끼기는 종종 어렵기도 하다.

이렇듯 교실 한 칸에도 수십 대의 스마트 기기가 있음에도 여전히 ‘스마트’하지 못해왔던 판서 환경에 주목하고 솔루션을 제공한 이가 있으니, 바로 애니랙티브(AnyRactive)이다. 

애니랙티브,anyractive
애니랙티브의 판서 솔루션 beTOUCH

“애니랙티브는 모든 사람들을 어떠한 디바이스와도 연결해준다는 의미에요. 적외선 터치 펜과 카메라 기기를 통해 터치가 되지 않는 스크린도 터치가 가능하도록 해서 어떤 디바이스 화면에서도 판서가 가능하도록 하죠. 그리고 이렇게 쓰인 판서는 디지털화되었기 때문에 따로 받아 적거나 옮겨 적을 필요 없이 손쉽게 공유도 가능해요. 예를 들자면 터치스크린이 아닌 일반 TV 화면에도 판서를 하고, 그 내용을 공유할 수 있어요. 적외선 터치 펜이 보낸 광신호를 카메라가 좌표로 인식해서, 판서를 디지털화하고, 다양한 화면에 맞게 영상처리를 하여 보여주는 것이 저희 기술의 핵심인 거죠.”

즉, 애니랙티브는 스마트폰의 화면을 TV에서 보이게 하는 기존의 스크린 미러링 기술에서 더 나아가, 스크린에 판서까지 가능하게 하는 솔루션이다. 임성현 대표는 오래간 이미지 및 영상 처리 기술을 연구하며 쌓아온 경력으로 애니랙티브를 선보이게 되었다고.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 역시 본인의 연구분야를 계속 연구하고 싶어서라니 이 분야에 대한 최고가 되고 싶은 자부심과 남다른 열정이 돋보였다.

애니랙티브 임성현대표1
애니랙티브의 임성현 대표

“센싱 디바이스를 만드는 회사를 시작으로 직장생활을 12년 정도 했어요. 제 분야가 컴퓨터 비전이다 보니 하드웨어 회사에서부터 시작해서 통신사, 모바일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영상 엔지니어로 일해왔어요. 마지막에는 관련된 대기업으로 이직하기도 했는데, 2주 만에 회사를 나왔어요. 이미지 처리 연구를 오랫동안 하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대기업이다 보니 그만큼 연구를 오래 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서 고민했던 거죠. 정말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국은 제가 시간을 들여서 연구를 하려면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2주만에 회사를 나오고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이렇듯 애니랙티브의 디바이스 및 솔루션은 임성현 대표를 비롯, 90%가 개발자로 이루어진 팀원들의 오랜 경력과 연구의 산물이라고. 하지만 임성현 대표는 애니랙티브의 디바이스 개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및 소프트웨어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자사의 솔루션을 응용하고 확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단 애니랙티브의 디바이스가 많이 팔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디바이스만으로 응용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디바이스를 응용할까 생각하다가 다양한 어플리케이션과의 콜라보레이션을 떠올렸고, 앞으로는 그런 어플리케이션들과 자유롭게 제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도 생각 중이에요. 이렇게 저희가 처음에는 하드웨어로 시작했지만 그게 많이 보급되고 난 후에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가 엮일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실제로 작년에는 국내에서 스마트 콘텐츠 교육 분야에서 매출 1위 업체인 토모키즈와 제휴하기도 했어요. 토모키즈와 같은 교육 업체들은 소프트웨어는 많지만 그 위에 터치나 판서를 하려면 인터렉션 하는 기술이 따로 필요해요. 거기에 저희가 솔루션을 제공하는 식으로 콜라보레이션이 가능한 거죠.”

 제품과 타겟에 변화를 가져온 실리콘밸리 탐방

“실리콘밸리에 가게 되면서 기업가이기 전에 개발자로서 목표가 하나 있었다면, ‘구글에 한 번 가보자!’라는 것이었어요.”

연구에 대한 열정과 창업,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 다소 진지하게 인터뷰에 임하던 임성현 대표에게 실리콘밸리 탐방에 관해서 묻자, 얼굴 한가득 미소를 지으면서 하던 말이었다. 임성현 대표는 단순히 구글을 탐방하는 수준에 머문 것이 아니라 사업 협력 모델에 대해서도 구글의 담당자와 논의하는 시간을 가지며 개발자로서의 꿈을 이루었다고. 

“스타트업 노매드 프로그램 중에서 구글을 탐방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게 단순히 관광 차원에서의 탐방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은 들어오지 못하는 오픈되지 않은 내부 공간들을 볼 수 있던 거예요. 구글러들이 실제로 일하는 곳에 가서 비즈니스 환경을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큰 성과는 저희 애니랙티브가 다루는 기술과 관련된 구글 담당자분과 저희 서비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가졌다는 거예요.

기존에 한국에서도 구글 크롬캐스트와 같은 디바이스와 애니랙티브가 협력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비즈니스 방향이 있었는데, 아무리 계획을 가지고 한국에서 컨텍하고 오더라도 사실 이렇게 디렉트하게 만나는건 힘들잖아요. 그런데 노매드 프로그램을 통한 덕분에 실제로 크롬캐스트 파트너십 담당자를 만나서 비즈니스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었어요.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에 구글과 사업 협력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졌고, 이런 점이 이번 프로그램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실리콘밸리 애니랙티브 임성현대표1 실리콘밸리 애니랙티브 임성현대표2 실리콘밸리 애니랙티브 임성현대표3
케이레츠 포럼과 함께한 데모데이 당일,
실리콘밸리 관계자들에게 제품을 시연하며 네트워킹 시간을 갖고있는 임성현 대표

또한 임성현 대표는 이 만남을 통해서 미국 현지 마켓에 대한 굉장히 실질적인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겉에서 수집하는 정보가 아니라 실제 미국 현지 기업에서 리서치되는 정보와 다양한 사례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면서 글로벌 진출을 준비 중이던 애니랙티브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게다가 현지 투자자들, 앤젤들과의 네트워킹을 늘리고 한국에서도 만나기 힘들었다는 부가벤처스의 송영길 대표와의 만남을 가지며 애니랙티브의 비즈니스에 대해 심도 있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고 한다.

“실리콘밸리에 다녀오면서 겪은 가장 큰 변화는 애니랙티브의 제품 컨셉이 바뀌었다는 거예요. 기존에는 애니랙티브를 화이트보드를 대체하기 위한 기기 차원에서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리콘밸리에서는 오히려 제품을 더 작게 만들어서 웨어러블 기기 개념으로 만드는 것이 현재 시장에 더욱 맞겠다고 조언을 해주시는 거예요. 저도 그게 맞다고 생각해서 귀국하자마자 제품을 작은 성냥갑 만한 크기로 줄였어요. 크기를 줄여서 이동성을 더욱 강조하는 방향으로 제품의 컨셉 자체가 많이 바뀐 거죠.”

애니랙티브
실리콘밸리에서의 프로그램 이후, 피드백을 토대로 변화한 애니랙티브 디바이스의 모습

이뿐만 아니라 애니랙티브는 실리콘밸리에 다녀온 이후, 제품 출시 시기에 있어서 미국 시장 진출을 우선순위로 하는 방향으로 타겟 시장조차 변화하게 되었다고 한다.

“본래는 국내 론칭을 빨리하고 싶다는 욕심이 더 컸는데, 실리콘밸리에 다녀오면서 현지 분들에게 검증을 받고 시장 상황에 대해서 더 깊이 파악해보면서 국내보다는 미국 시장에 먼저 출시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었어요. 우선 결정적으로는 미국 현지에서 만난 분들에게 애니랙티브 제품이 큰 호응을 얻어서이기도 해요. 데모데이를 하면서 ‘언제 출시하나’, ‘빨리 만나보고 싶다.’라는 질문도 많이 받았고요. 이런 현지에서의 반응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이면서, 저희가 미국 시장을 먼저 보는 이유는 한국과 미국의 ‘교육 문화’가 조금 다른 것 때문이기도 해요. 우리나라는 아직 선생님은 가르치고 학생은 듣기만 하는 일방적인 교육 문화가 일반적이지만, 미국은 아이디어를 서로 나누고 공유하는 ‘쌍방향 교육’ 문화가 더욱 익숙한 곳이에요. 애니랙티브가 제공하는 공유가 가능한 쌍방향 디스플레이 판서가 더욱 유용할만한 환경인 거죠. 게다가 제도적으로도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학교에서 교육장비를 구입할 때 중앙정부 권한이 아닌 분산적인 권한으로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저희 제품이 실제 공교육 시장에 선보이기도 더욱 쉽고요.”

이렇듯 실리콘밸리에서의 2주라는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제품과 타겟 시장까지 변화시켜온 애니랙티브팀은, 스타트업 노매드 프로그램의 8팀 중에서도 가장 많은 변화를 이뤄온 팀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임성현 대표는 실리콘밸리 탐방을 통해서 목표한 바 이상으로 성과를 이뤄왔기에 다른 스타트업에게도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적극 추천한다고 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맹목적으로 실리콘밸리에 간다면, 설사 그곳이 ‘실리콘밸리’라 할지라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저도 실리콘밸리에서 얻은 것이 많았고, 변화한 것도 많았기에 실리콘밸리에 가는 경험이 특별하고 값지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준비가 안 된 채로 실리콘밸리에 가서 무언가를 얻으려 하는 것은 반대하고 싶은 입장이에요. 여기서도 준비가 안 된 스타트업이 실리콘밸리에 간다고 갑자기 잘하게 되거나 기회가 생기는 것은 아니니까요. 오히려 실리콘밸리에 가게 될 기회가 생긴다면, 국내에서 철저히 준비한 뒤 현지에서는 네트워킹 등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야만 제대로 된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실리콘밸리는 분명 큰 기회의 땅이지만, 준비된 자만이 그 기회를 누리고 올 수 있다는 거죠.”

애니랙티브 임성현대표2
애니랙티브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한 임성현 대표

실리콘밸리에서의 조언을 토대로 제품의 컨셉과 타겟 시장의 방향성까지 변화시켜온 애니랙티브는 오는 13일 Global Startup Conference의 데모데이 무대에서 ‘성냥갑 크기’로 작아진 새로운 모습의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임성현 대표는 실리콘밸리에 가기 전부터 충분한 준비를 하고 또 그만큼의 발전과 성과를 얻었다고 스타트업 노매드 2014 참가에 매우 만족했다.

국내에 앞서 우선 미국 시장을 타겟으로 정한 애니랙티브가 앞으로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스타트업들에게 좋은 본보기로 남을 수 있게 되기를 응원해 본다.

글 : Moana Song (moana.song@venturesquare.net) 인턴 박선민(sunmin2525@venturesquare.net)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