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스타트업 취재기

 

유럽 젋은이들이 살고 싶은 나라로 꼽는 독일이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복지 국가의 표본으로 관심 받으며 특히 베를린은 예술과 문화를 선도한다고도 하지요. 정부 차원에서도 이민법을 완화하며 고급 인력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 글은 베를린 중심가에 위치한 글로벌 스타트업 몇 곳을 취재해서 한국에 소개해보려는,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길거리마다 남겨진 그래피티를 지나치고 거리 공연과 축제를 구경하면서 아티스트들이 모이는 로망의 도시, 또한 젋은 도시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중국, 프랑스, 칠레 등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지난 5월 ‘스타트업 비자’ 제도를 만들어 내년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고 중국에서는 한국의 게임사를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업체가 등장했습니다. 저도 주변인들에게 그러한 이야기를 전해듣고 그들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나 취업 비자 제도에 대해서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어로 된 정보가 빈약하고 많은 사람이 모르는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그러던 중 올 여름에 유럽에 방문할 기회가 생겼고 근처 베를린에 지내는 친구가 원더리스트 등이 최근에 실리콘 밸리의 투자를 유치한 이야기를 전하더군요.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대기업도 베를린에 진출해 있고 ‘Factory Berlin’ 이라는 일명 스타트업 캠퍼스도 새로 꾸미면서 사운드 클라우드와 트위터 같은 대형 기업이 입주하고 오픈 파티도 했었나 봅니다.

저는 이번 기회에 베를린의 스타트업을 취재해서 한국에 소개하면 어떨까하고 이 취재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글로벌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인맥을 통해서 혹은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돌리기도 하며 연락을 시도했고, 모두 8개의 회사들이 취재에 참여해 주었습니다. 이를 두고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낼까 고민했는데 여러 명의 대화 형식으로 써 보려고 합니다. 협업 기회를 찾는 CEO에서부터 해외 취업에 관심있는 개발자, 그리고 다양한 기회를 찾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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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의 오후, 미팅을 위해 지하철을 탔습니다. 도심 곳곳마다 노선이 배치되어 있었고 강아지와 자전거도 출입이 가능하더군요.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려면 가벼운 자전거가 좋을 듯..) 구글 지도의 정확한 안내 덕분에 약속 시간보다 훨씬 빨리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건물의 층 번호가 0번부터 시작해서 약속 장소를 한 번에 못 찾은 걸 빼면 막힘 없는 여정이었을 겁니다.

 

생소하지만 잘나가는 독일 스타트업


– 바쁜데 이렇게 시간 내주어서 감사합니다. 회사와 서비스 소개 등을 부탁 드립니다.

 Delivery Hero “리쿠르팅 담당인 Ben Holdham 입니다. 우리 회사는 2010년에 설립되었고 인터넷 주문 배달 서비스입니다. 한국서비스 ‘요기요’의 모회사이기도 하지요. 현재까지 3,120여 억원의 누적 투자를 유치했고 22개국에 진출해있으며, 종업원 수가 약 1,200명 정도 됩니다. 얼마 전 인수한 회사가 있어서 대폭 직원수가 늘었습니다.”

Wunderlist “반가워요, Danée와 Benedikt 입니다.. 우리 서비스는 일정 관리 앱으로, 해외에서는 보통 ‘원더리스트’라고 부르지만 본래 독일에서는 ‘분더리스트’라고 발음합니다. 총 사용자는 8백만 명, 국가별 사용률을 보면 미국이 30% 정도로 선두를 달리고 그 다음이 UK, 독일 순이지요. 중국과 일본, 한국도 10위 안에 들고 있어요. 각 나라 번역은 커뮤니티의 도움을 주로 받았고, 한국도 그렇지요. 현재까지 14개국에서 온 68명의 직원과 일하고 있습니다.”

Sociomantic Labs “마케팅 담당 부사장인 Sarah Murray 입니다. 대용량의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마케팅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회사이며 2009년에 설립되었습니다. 올 초 Tesco의 자회사인 Dunnhumby에게 인수되었고, 따로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서비스 개발 진행 중입니다. 종업원 수는 약 250명 정도입니다.”

txtr “txtr에서 COO 맡고 있는 Ulf 입니다. 저는 일본 도쿄에서도 일했고 한국에서도 잠깐 일한 적이 있어요. 이천이라고 들어 봤나요? 우리는 2008년부터 전자책(E-Book) 유통망과 서비스를 만들어 왔고 다른 기업들에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지요. B2B 모델인 것이구요.. 참고로 지금 우리가 다루는 컨텐츠는 약 150만개 정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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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ga “안녕하세요! HR 팀장인 Gitta 입니다. 우린 소셜 게임, 모바일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소셜 게임에서 두각을 보여 왔고 얼마 전 카카오톡에도 올려봤는데, 한국 사용자 특성도 파악하고 좀 더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twago “반갑습니다. 커뮤니티 매니지먼트 팀장인 Silvia 입니다. twago는 온라인 프리랜스 플랫폼이고 유럽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디자인이나 개발, 번역, 카피라이팅 같은 분야의 프리랜서들, 전문가들을 찾을 수 있는 플랫폼인데 유럽 시장 쪽에는 각기 다른 언어로 현지화했지만 그 외 나라들은 영어로 통일해서 서비스 중입니다. 전략적으로는 당분간 유럽 시장에 집중하면서 몇 가지 기능들을 준비 중입니다.”

EyeEm “CTO인 Ramzi 입니다. 우리는 EyeEm을 만들고 있으며 직원 수는 현재 52명 입니다. 우리 회사는 2011년도에 사진에 푹 빠져있던 저와 Florian, Lorenz, Gen 등이 모여 만들었고 지금까지 iOS와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천만 명 이상이 다운로드 받았습니다. 어떤 이들은 인스타그램하고 비교하던데, 우리는 사진가들에 의한 커뮤니티와 마켓플레이스 쪽으로 집중하고 있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플랫폼에서 자기 사진을 판다는 건데 그로 인한 수익 분배도 하고 있고요.”

ResearchGate “CEO인 Ijad Madisch 입니다. 우리는 작년에 350억원 가량의 투자를 유치했고, 120명의 직원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ResearchGate 는 과학자, 연구자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5백만명 이상이 이용중이며 최근의 성장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처음 4년 간은 2백만 개의 페이퍼가 올라왔는데 지금은 한 달내에 같은 수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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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후 어떤 기능들을 준비하고 개발하고 있는지, 간단히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

 twago ”우리 플랫폼의 프리랜서는 보통 프로그래밍, 디자인, 번역 등 3가지 분야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일을 맡기는 쪽에서는 지역 기반 검색 등을 통해 전문가를 바로 연결할 수 있는 기능을 넣을 것입니다. 또, 템플릿 기반으로 대략의 비용을 추산해 볼 수 있고, 코딩과 디자인, 홍보 등 여러 작업을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패키지 형태의 모델을 구상 중입니다.”

EyeEm ”몇 가지 준비 중이긴 합니다. 자기 사진에 대한 라이센스를 파는 등의 비즈니스 모델도 구상하고 있고요. 그리고 비주얼 서치라는, 이미지를 통해 검색하는 기능을 준비 중이기도 하죠. 이를 위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멋진 팀을 꾸려서 연구 중입니다.”

 

그들이 일하는 환경

– 어떤 방식으로 일하며 회사 문화는요? 또, 장기적인 비전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합니다.

Wooga “보통 작은 팀으로 쪼개져서 일하는데, 이 때 경영진의 간섭은 거의 없습니다. 그냥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등 달라 붙어서 자기들이 알아서 회의하고 결정해서 만들고, 그러다 보니 좀 더 주인의식을 갖고 만들 수 있고 근무도 몇 시간을 일하든 알아서 하도록 둡니다. 보통 5~6명이 한 팀을 이루는데 한 스튜디오에 5개 팀이 있고 스튜디오가 5개 있지요. 그리고 매주 월요일 9시 반에는 전 직원들이 참석해야 하는 회의가 있어서, 런칭한 게임들 성과도 나누고 아이디어도 받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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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omantic Labs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시너지를 내는 점이 이채롭습니다. 더욱이 베를린에 와서 다른 문화 속에 살며 독일어도 배우는 걸 보면 그들은 참 도전적이지 않나요. 또, 그들 스스로가 기업가 정신을 갖추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직원들 중에는 DJ를 하다 온 사람도 있고 영화 스텝을 하다 온 사람도 있는데, 재미있고 참 열정적인 것 같아요.”

Wunderlist “CEO, CTO를 비롯해 일류 엔지니어들과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Freemium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소수의 사용자에게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매출을 올리는)이 있고 무척 만족스러운 매출이 나고 있습니다. (광고를 탑재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광고는 사용자가 싫어하기도 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프로 버전에서는 모든 제한이 풀리고 팀 단위로 데이터와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데, 여러 사용자에게 피드백도 받아가며 기능을 추가하는 중입니다. 차후 1억 명에게 서비스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지요.”

txtr “삼성, Acer, 소니, 3M 등의 파트너들과 밀접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전자책 솔루션을 개발해서 그들의 브랜드로 공급하는 식입니다. 비전은 뭐 B2B니까.. 솔루션 잘 만드는 것 정도랄까요?”

ResearchGate “과학자들이 우리 서비스를 통해 각종 페이퍼를 공유함으로써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고, 세계를 발전시키는 데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 직원은 과학자들이 더 빠르게 업무를 처리하도록 돕는다는 미션이 있습니다. 일하는 방식이라.. 우리는 수평적인 조직 체계 속에서 스스로가 근무 시간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twago “일하는 방식은, 뭐 팀마다 다르긴 한데 보통은 자유롭게 일합니다. 최소 근무 시간만 채우면 알아서 일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고객 지원팀은 전화를 받아야 하니까 정해진 시간 동안 일해야 되고, 그런 것은 있지요.”

twago 

– 자율 근무 방식은 좋지만 직원 관리가 어려워지지 않을까요.

 twago “우리 직원이라면 회사에 헌신적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일단은 사람들이 윤리를 지킬 거라고 생각하고, 체크는 따로 안 하지요. 프로라면 책임 의식이 있지 않나요.”

Wooga “독일 노동법에 40시간 일한다는 규정도 있지만, 게임 개발은 창의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Top10 게임이 그냥 나오나요? 또, 어디서 어떻게 일을 하건 신경쓰지 않습니다. 생산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야기하는 Gitta(Wooga)의 뒤 쪽에는 수면을 취하는 작은 공간이 벽 안에 설치되어 있었는데, 누워있던 누군가의 다리가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때는 오후 2시를 막 넘긴 시간) 미닫이가 있는 그런 공간이 2~3개 정도 있는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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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발/운영은 어떤 방식으로, 또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요.

EyeEm “백엔드는 우리는 PHP 주로 쓰긴 했는데, 사진 쪽은 Java, 또 Python, C++, Scala도 쓰고 DB는 mySQL, Memcached, Cassandra 등 사용 중입니다. 프론트는 자바스크립트, Node.js 많이 쓰고, 소스 관리와 문제 보고 등 모두 Github로 합니다. 애자일 기법은 쓰기는 하지만 철저하기보다는 유연하고 단순함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Continuous Integration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고, 코딩에 대해서는 간단한 가이드를 정의해 놓고 필요하면 면대면 리뷰도 진행하지요.”

Sociomantic Labs “D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합니다. 컨퍼런스에서 발표도 했을 텐데, 덕분에 우리 회사가 하나의 레퍼런스가 되고 있습니다.”

요즘은 이처럼 각 언어의 특징을 살려서 같이 사용하는 듯 합니다. 처음에는 한 가지 언어로 개발하더라도 성능상 병목이 걸리는 부분을 해결하거나 특정 라이브러리 사용을 위해 다른 언어로 분리하기도 하면서 점진적으로 개발하게 되는 것 같네요. 사실 스타트업에서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그렇겠지만, 신 버전인 Wunderlist3의 경우 아예 모든 프로그램 코드를 새로이 설계하고 작성했다고 밝혔는데, 그 작업량이 어마어마했을 것 같았습니다.

 
채용절차에 관해서

– 직원들의 국적 구성도 다양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Delivery Hero “20여 개국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일하고 있고, 한국 사람도 한 명 보았는데 여성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지요.”

Sociomantic Labs “우리는 30여 개국 사람들이 이 사무실에 있고, 회사 전체로 따지면 35~36개국 입니다. 처음 시작부터 글로벌 회사였습니다(웃음). 한국 사람은 못본 것 같고.. 아시아인 중에서 싱가폴에서 온 사람이 있던 것 같네요.”

txtr “국적으로 따지면 15~20여 개국 사람들이 있는 것 같고, 직원수는 한 65명 정도 됩니다.”

Wooga “43여 개국의 280여 명의 사람들이 모두 이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온 사람이 55%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요.”

ResearchGate “23개국에서 온 120명의 직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EyeEm “직원은 52명인데 외국인이 절반이 넘습니다. 코파운더 중 한 명도 일본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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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내에서 영어로 소통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 되어야 할까요.

 Wunderlist “완벽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팀원들과 소통은 할 수 있어야 겠지요. 프로젝트에 대해서 의논하고 그래야 하니 수준은 좀 높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베를린에서는 영어 많이 쓰는 편이긴 한데 그래도 돌아다니고 슈퍼마켓에도 가려면 독일어는 조금 해야할 거고요. 물론 회사에서는 영어로만 이야기합니다.”

 
전화 응대하는 고객 지원팀이나 영업 쪽은 그 특성상 언어가 아주 유창해야겠지만 엔지니어는 그보다는 요구 레벨이 낮다고 하네요. 이 외에도, 일할 때에는 이메일, 채팅창을 켜 두고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페이스북도 띄워 놓고..)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의사 전달을 위한 쓰기 실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 채용은 어떠한 절차로 이루어지나요? 또 외국인 신분이면 따로 비자를 받아야 할 텐데 그 과정이 어느 정도 걸리는지요?

twago “사람 구할 때에는 인맥을 통해 소개받거나 링크드인, Xing.com 등을 이용해 구인 공고를 냅니다. 최근 4~5년 새 베를린에 스타트업 구인 수요가 늘어나서 BerlinStartupJobs.com 같은 서비스도 많이 쓰고 있지요. 구직자와 구인 정보가 활발하게 올라 오더군요.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기도 하는데, 역시 엔지니어 쪽은 사람 구하기가 힘듭니다.”

Wunderlist “면접 과정을 말씀드리자면, 신입인지 경력자인지 그 포지션에 따라 조금 다르겠지만 샘플 코드를 주고 받고 테스트용으로 1주일 간의 과제를 냅니다. 그 후로 두 번 정도 면접을 더 보고요.”

Wooga “뭐 정형화된 것은 아니지만 첫 지원에서부터 마지막 채용 결정까지 한 4~5단계의 면접 과정이 있는 듯 합니다. 먼저 스카이프로 간단한 미팅과 심화적인 기술 면접도 보고, 각 단계를 통과해서 회사에 온사이트 인터뷰를 오는데 보통 금요일 초대를 해서 무지 많은 팀원들과 이야기도 해보고 밥도 같이 먹으며 우리와 잘 맞을지를 종합적으로 보게 됩니다. 본인도 주말에는 베를린 곳곳을 돌아다니며 생활 환경을 살필 수 있겠지요. (항공료, 숙박료 등은 회사에서 부담) 그리고 모든 게 잘 맞으면 오퍼를 주고, 비자 신청 단계에 들어가지요. 제가 해보니까, 한국인의 경우 비자 내기 쉽더군요. 개인차는 있겠지만 한 4~6주 정도 걸리는 거 같습니다.”


– 구인 공고를 보면 여러 경력도 필요한데 신입으로 들어가려면 꽤나 어려울 것 같아요.

Wooga “경력은 중요하지요. 특정 전문 직군에 왜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을 굳이 채용해야 하는가 근거를 정부 측에 알려야 하니까.. 실력 뿐만 아니라 다른 조건들도 맞아야 할 겁니다. 학력이나 전공 같은. 그렇다고 좌절할 건 없고 우리도 신입을 뽑습니다. 그것도 수학과나 디자인과, MBA 출신 등 다양하게 말이죠. 중요한 건 한국 게이머의 성향을 가지고 유럽 시장에 어떻게 접목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twago “실력도 중요하지만 신입의 경우는 일에 대한 열정과, 같이 일하는 팀원들과 성향이 맞는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또 본인이 독일 생활에 잘 맞을지 등도 살핍니다.”

 

– 인턴을 한다면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할 수도 있을까요.

EyeEm “물론 인턴도 뽑지요. 보통 3~6개월 일하는 것 같습니다.”

Delivery Hero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잘 모르겠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친구는 봤는데 한 1년 된 것 같네요.”

twago “학교 규정이나 국적에 따라 다르지만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2개월까지 인턴으로 일했습니다. 한국 출신은 아직 본 적 없군요. 당연히 비자도 필요할테고요.. 뭔가를 배우기에 3개월은 너무 짧고 6개월 정도가 적당한 것 같습니다.”

 

– 직원으로서의 혜택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Wunderlist “CEO부터 시작해서 엔지니어링, 마케팅 분야에서 엄청 대단한 사람들과 같이 일할 수 있는 게 첫째이고, 가족같은 분위기랄까 서로 친하게 지내는데, 야근할 땐 X박스 게임하거나 탁구도 칩니다. 사용 장비에 대해서는 맥이든 PC든 원하는 대로 맞춰주고 높이 조절 가능한 책상, 그리고 조식, 간식, 음료수 등..  또, 외국인들 같은 경우는 독어 강의를 제공합니다. 컨퍼런스 참석도 지원하고, 매 주 금요일에는 자기가 원하는 업무를 골라서 할 수 있으며 재택 근무 정책도 있습니다. 마사지사와 미용사를 부르기도 하죠. 유급 휴가는 25일입니다.”

EyeEm “스톡옵션도 있고 음료수나 팀 회식 지원 등 갖춰놓긴 했는데, 이제 3년 된 스타트업이 복지 면에서 페이스북이나 구글 따라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필요한 거라면 지원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txtr “음, 스톡옵션보다는 대신 우리는 보너스를 지급하는 정책이 있습니다.”

Delivery Hero “일단 생활하면서 독일어는 해야 하니까 독어 강의를 하고 헬스 클럽 이용권, 교통 정액권, 또 조식을 제공합니다. 유급 휴가는 24일이 있습니다. 컨퍼런스 참석 패키지도 있고 회사에서는 직원을 위해 최대한 지원하려 하는 편입니다.”

ResearchGate “여기 일하는 모두가 스톡옵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직원들끼리는 게임, 축구, 요가를 하며 회사에서 지원하는 점심도 같이 먹지요. 졸리면 낮잠을 잘 수 있는 휴게실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Wooga “24일의 유급 휴가와 2일의 교육일(Educational day)이 또 있습니다. 이 교육일이란 본인이 희망하는 분야를 공부한다든가 컨퍼런스 참석 등 자기 발전을 위해 자유롭게 쓰는 것이고 1,500유로의 비용도 지원합니다. 국경일은 8일인데 연휴 주간에 앞 뒤로 하루 정도 더 쉬려는 경우 휴가를 2일 더 줍니다. 국경일이라서 쉬는데 그 주 금요일 하루 출근해야 하면 좀 그렇잖아요? 즉, 공식적으로 유급 휴가는 24일이고 국경일 휴무 때 더할 수 있는 게 2일, 교육일 2일. 그래서 도합 28일 휴가인 거죠.”

 

질문했던 것이 유급 휴가를 묻는 것은 아니었지만 보통 24일 정도라고 합니다. 또 베를린의 회사들은 보통 지분/스톡옵션을 잘 주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이것 또한 회사마다 다를 것이기에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초기 발전 단계이면서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스타트업일수록 동기 부여를 위해 스톡옵션을 적극 활용하고 있겠지요.

 

베를린의 스타트업 환경

– 베를린 스타트업에서 엑시트 전략은 보통 어떠한가요.

ResearchGate “베를린 스타트업 역사는 아직은 초기라서 큰 규모의 IPO는 못 봤고요, 인수되는 케이스는 많이 보았습니다.”

 

– 독일에서 산다는 건 어떤 것인가요?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언어, 생활 환경이나 물가 등 고려할 사항이 많을 것 같습니다.

twago “전 이탈리아 출신으로 이 곳에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독일은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지요. 또한 콘서트나 클럽 파티 등 다양한 이벤트와 문화 행사가 넘쳐서 좋습니다.”

Sociomantic Labs “전 여기 온지 5년 됐는데, 이 곳은 특별한 에너지가 있고 창의적이며 개인적으로 잘 맞는 것 같아요.”

ResearchGate “2010년에 투자자 Matt Cohler과 상의할 때 본사를 실리콘 밸리나 보스톤에 둘까 고민했는데 말이죠, 베를린으로 정한 게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Wunderlist “여긴 젊은 세대가 살기 정말 좋은 도시입니다. 스타트업 분야에서 기회가 많고요.”

txtr “근처 파리나 로마, 런던 등과 비교해보면 그 보다 낮은 물가에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Delivery Hero “전 런던 출신으로, 런던은 살기 좀 위험한 동네였지만 이 곳은 안전합니다. 또, 영국을 보면 각자 따로 일하는 경향이 많은데 이 곳은 같이 어우러져 일하는 분위기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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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마치고 나오는데 장대비가 쏟아졌습니다. 불과 한 블록 떨어진 건너편에는 부분적으로 강한 햇살이 드리워져 있는데, 베를린의 날씨는 이처럼 급작스럽거나 흐린 상태일 때가 많은 것 같더군요. (혹자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아닌가라는 이야기도..) 아직 8월, 여름인데도 꽤나 쌀쌀한 날씨에 몸이 움츠러듭니다. 취재한 회사들 근처에는 음식점이 즐비해서 먹을 걱정도 없어 보이고, 베를린이 다 그렇지만,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어 차를 운전하지 않아도 이동이 간편할 것 같습니다. 또한 이 곳 분위기를 보면 영어를 쓰는 사람도 많고 어디를 가든지 이민자들과 관광객들로 넘치고 있는데 이런 베를린의 독특함이 독일의 다른 지역과 구분된다고들 합니다.

또, 독일에서는 수요에 비해서 엔지니어 공급이 부족한 상태이고 한국의 경우 취업 비자도 수월하게 나온다고 하니, 독일어나 영어를 할 줄 아는 개발자라면 독일에서의 기회가 많을 것 같습니다. 독일인에 비해 불리한 조건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독일이 학위 취득률이 낮은지라 학사 학위만 있어도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북유럽의 추운 날씨와 일부 낮은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근로 환경과 삶의 질을 중시한다면 베를린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조태훈 taehun@outl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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