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36편] 정확하고 풍부하게 소통했다, 애플 CEO 팀 쿡

꿀 먹은 벙어리라는 말이 있다. 속에 있는 생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매우 훌륭한 경영자이자 혁신가였다. 하지만, 중국 생산 업체의 노동 문제 등 일부 부정적 이슈에 대해서는 가끔 주저함을 보였다. 새로 부임한 팀 쿡은 이런 애플의 전통(?)을 정확하고 풍부한 커뮤니케이션으로 개선해 성공했다.

2010년 1월. 중국에서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주요 부품을 생산하는 팍스콘 선전공장에서 불미스러운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최초 사고일인 1월 23일 이후 4개월만에 투신 12건을 포함, 모두 13건의 종업원 자살 기도가 이어져 1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것이다. 현지 언론들은 해당 공장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 직원들의 연이은 자살을 초래 했다 보도 했다.

세계 언론들과 정부, 노동단체 그리고 소비자들은 생산 업체의 열악한 근로 환경에 대한 애플의 입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사고 초기 애플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다가 같은 해 6월경에야 당시 CEO 스티브 잡스가 해당 이슈에 대해 첫 언급을 하기에 이르렀다.

잡스는 정보기술(IT) 업계 모임인 D8 회의에 참석해 “우리가 개입해 해결책을 알고 있다고 말하기에 앞서 지금으로서는 이 상황을 알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팍스콘에 대해 “노동 착취업체가 아니다”라고 언급 했다.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심각한 시각에 비해 이 메시지는 흐릿하고 팍스콘을 옹호하는 듯 한 발언으로 해석되었다.

2011년 스티브 잡스 사망 후 애플 CEO에 오른 팀 쿡은 그 이듬 해 초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 중국을 방문 한 팀 쿡은 팍스콘 공장을 몸소 찾아 근로 환경을 점검하며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전 CEO가 보여 주었던 입장과는 사뭇 다른 행보여서 전세계 많은 언론들이 관심을 보였다. 팀 쿡은 같은 해 6월에는 이례적으로 투자자들 앞에 서서도 팍스콘을 둘러싼 논란과 자사의 입장을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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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사에서 팀 쿡은 “납품 관계를 맺고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시설을 계속 감사하면서 문제를 찾고 해결할 것”이라 밝혔다. 또한 납품업체가 미성년자에게 작업을 맡기면 사업 관계를 끊겠다며 미성년자 고용이 드문 일이지만 이를 완전히 제거하는 게 애플의 최우선 순위라고도 강조했다. 또한 “근로자들이 유럽이나 아시아, 미국 등 어느 곳에 있든지 우리는 모두 소중히 대할 것”이라며 그간 많은 의문과 논란을 일으켰던 애플의 입장을 확실하게 정리했다.

이 후 애플의 의뢰에 따라 노동환경 감시단체 ‘공정노동위원회’는 팍스콘의 중국 공장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 단체 전문가들이 팍스콘 공장 근로자를 면접하는 등 종합적 감사를 벌였다. 이러한 애플의 정확한 입장 정리와 소통은 이미 팍스콘에서 여럿의 자살 소동이 났었던 2010년 당시 팀 쿡의 개인적 경험에 영향을 받은 바 컸다. 당시 스티브 잡스는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팀 쿡을 팍스콘 공장에 급파 해 노동환경을 조사하라는 임무를 맡겼었던 것이다.

2010년 6월 명령을 받은 팀 쿡과 일행들은 팍스콘 공장을 방문해 카운슬러에 대한 교육 개선방법 등을 포함해 각종 조언들을 한적이 있었다. 당시 팀 쿡 일행은 공장 직원 1천명 이상과 면담했으며 24시간 비상센터 개설 등을 포함해 팍스콘 공장의 대처조치 등에 대해서도 평가했었다.

팀 쿡은 애플 CEO가 된 후 이전에 목격했었던 팍스콘 공장의 근로 환경들에 대한 경험을 기반으로 더욱 엄격한 원칙과 개선 방향들을 정확하게 정리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 이상은 꿀 먹은 벙어리로 남지 않게 되었으며 많은 업계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변화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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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업들이 이슈나 위기를 경험했을 때 커뮤니케이션 하는 행태를 보면 그 기업의 최고경영자의 커뮤니케이션 습성과 상당 부분 유사함을 발견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최고경영자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나 전략에 반하는 기업의 위기 커뮤니케이션이란 기본적으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최고경영자가 ‘침묵’을 원한다면 기업은 그 어떤 이슈나 위기 속에서도 침묵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반대로 최고경영자가 좀 더 확실한 정리와 ‘커뮤니케이션’을 원한다면 기업도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다. 기업이 공식적으로 행하는 이슈나 위기 관리 커뮤니케이션을 보면 그 기업의 최고경영자 또는 최고의사결정자가 그대로 보인다는 이야기다.

2014년 8월 최근 발표를 보면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생산하고 있는 조립공장의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생산 공정 마지막 단계에서 벤젠, 노멀 헥산 등 두 가지 화학물질의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애플의 조치는 올 초 ‘차이나 노동 감시단(China Labor Watch)’과 미국 환경단체 ‘그린 아메리카’가 애플에 벤젠과 노멀 헥산의 사용을 금지할 것을 요구 한데 이어 나온 것이다. 애플이 변화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이런 구체적인 커뮤니케이션들과 결정들이 이전 보다 좀 더 정확하고 풍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습성의 변화와도 큰 관련이 있어 이슈관리 관점에서 기업들은 주목해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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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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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용민
원문 : http://goo.gl/EseI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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