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위기 시 통제가능한 것과 통제불가능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점점 사회 환경이 변화해 가면서 기업이 통제가능한 대상들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기업 위기관리 환경에 있어 주목 해 보아야 할 대목입니다. 예전에 우리 직원들은 최대한 통제가능하다고 기업들이 생각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훈련을 시키고, 원보이스 체계를 갖추고, 입단속도 하고 했었지요. 이제는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습니다.

위기 시 젊은 직원에게 핵심 메시지팩을 내려보내고 ‘이에 따라 외부 커뮤니케이션에 전략적으로 임하라’하면 금새 자신의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하소연을 합니다. ‘회사에서 입단속에 나섰네요…에휴’하는 식이다. 인트라넷에 올린 내부 문서가 외부 기자에게 그대로 토씨하나 안 바뀐채 전달되곤 합니다. 직원들을 통제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시대는 지난게 아닌가 합니다.

고객, 거래처들도 이제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고객들이나 거래처들이 조직적인 힘을 가지고 기업에 영향력을 미치게 된 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투자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외 언론, 지역공중, 국회, 규제기관, 검찰 및 경찰, NGO, 노조…등등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 중 통제가능한 이해관계자 그룹은 거의 다 사라졌다고 봐야 합니다.

최근에는 이 이해관계자들이 온갖 온라인, 소셜미디어, 모바일, 오프라인 매스 미디어와 칵테일을 이루면서 더욱 더 통제가능성에서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이제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위기가 발생하면 바로 ‘최악을 각오’해야만 하는 걸까요? 자포자기하고 그냥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이제 기업 스스로 통제가능한 것은 두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위기 시 해당 위기를 따라가면서 관리할 수 있도록 빨리 움직이는 것입니다. ‘자사의 대응 스피드’. 이 부분은 스스로 통제가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위기 대응에 있어서 빨라서 손해보거나 실패하는 법은 없습니다. 빠르다는 것은 정확한 상황파악과 전략적인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번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빠른 스스로의 체계를 갖추는 것. 이 부분은 통제가능한 것이어야 합니다.

둘째 통제가능해야 하는 것은 ‘여론에 기반한 전략적 의사결정‘입니다. 최근들어 위기관리  리더십이 강조되고 있는 트렌드와도 연결이 됩니다. 제대로 된 의사결정만 내려진다면 위기관리는 가능합니다. 많은 위기 사례들에서 실패의 중요한 원인들은 위기관리 리더십이 부실하거나 심지어 부재했다는 것 때문입니다. 최고의사결정자의 강력한 문제 해결 ‘의지’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런류의 의사결정 자체는 영원히 통제가능해야 합니다.

국내와 해외를 통털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위기관리에는 대부분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강력한 의지가 존재했었습니다. 그것도 위기 발생 이전과 초기에 존재했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위기를 전사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던 것이죠.

거대한 빙산을 한번 상상해 봅시다. 수면 위로 솟아 있는 빙산 부분은 사실 전체 빙산의 아주 작은 부분입니다. 사람들은 물위 빙산 부분을 보면서 전체 모습을 예측하지만, 바깥의 모습과는 꽤 다른 부분들이 물속에 존재할겁니다.

그림1

위기관리를 빙산에 비유해 보았을 때 물 아래 거대하게 잠겨있는 부분은 상황관리 부분입니다. 비즈니스적으로 경영적으로 문제를 풀어 해결 해야 하는 부분이 더 거대한 셈이지요. 이 부분이 위기 때 제대로 해결이 안되면 위기관리는 성공하기 힘들게 됩니다.

물위에 떠올라 있는 작은 부분은 위기관리에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레토릭이죠. 사과를 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대부분이 레토릭의 영역입니다. 물 아래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할 의지나, 해결할 묘안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언론사 기자들에게 고개만 숙이는 위기관리는 성공하기 힘든거죠.

반면 수면 아래 거대한 문제가 최고의사결정자의 의지에 기반해서 화끈하게 해결 되어 버리면 수면 위에 떠있는 레토릭들을 금새 활기를 찾습니다. 여러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들이 다양하게 주어지고, 여론의 법정에서도 정상을 참작 받을 수 있게 되지요. 당연히 주변 이해관계자들은 이런 커뮤니케이션을 보고 ‘위기관리 잘 했다’합니다.

사실…여기에서 위기관리 잘했다. 위기관리에 성공. 뭐 이런 말도 어떻게 보면 좀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습니다. 정말 위기관리를 잘 하는 기업들은 위기 자체를 이해관계자들이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기업들입니다. 그런 기업들은 문제가 있으면 평소 바로 해결을 하거든요. 개선을 하고, 의견을 들어 문제가 될 듯하면 바로 개입 해 버립니다. 공중이나 이해관계자들에게 폭 넓게 알려지거나 공분(public angry)을 형성할 시간을 주지 않는 거죠.

반대로 이야기하면, 예측가능했었던 상황을 위기로 까지 만들고, 수많은 공중들로 부터 공분을 만들고, 이해관계자들의 개입을 초래하는 과정을 겪는 기업들은 대부분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들인 셈입니다.  일단 위기를 만든 기업은 대부분 다소간 실패기업이라는 의미죠.

여러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성공적 위기관리의 핵심 요소를 꼽으라면, 첫째는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올바른 문제 해결 ‘의지’를 꼽겠습니다. 둘째를 꼽으라 해도 ‘의지’를 꼽겠습니다. 셋째 핵심 요소요? 그것도 ‘의지’입니다. 그 만큼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의지는 중요합니다. 곧 위기관리 리더십이죠.

그 다음을 꼽으라고 하면 그 때가서 ‘전략’을 꼽습니다. 그 후 체계나 실행 역량 등등을 논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소유 지배구조들을 들여다보십시오. 최고의사결정권자가 강한 의지만 가지면 대부분의 문제들은 순순히(?) 해결됩니다. 해결 되기 힘든 문제들도 해결될 정도의 리더십이 이미 존재합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어이없이 맞아 쓰러지는 ‘유리턱’ 기업들에게 의아함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그래서 그렇습니다.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의지’는 대체 어디있었을까 하는 거죠. 그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나중에라도 동일한 KO패를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 : 정용민
원문 : http://goo.gl/EB83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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