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비즈니스맨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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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엔지니어들에게 최고의 기업이라는건 관심있는 분들에겐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시는 내용은, 구글 매출의 거의 90%가 광고(검색 광고, 유튜브 광고 등)에서 나오며 그 매출을 직/간접적으로 견인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수만명의 구글 비즈니스맨들이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글 비즈니스맨의 한 사람으로서, 평소 업무와 근무 환경에 대해서 제게 자주 질문하시는 내용들을 중심으로 나의 하루를 재구성해보았다. (이 글의 내용은 구글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함)

[Source:http://sketchpan.com/]

8시 30분~10시: 출근

구글에는 공식적인 출근 시간은 없고, 회사 노트북을 들고 나가서 언제 어디서 일을 하더라도 아무도 간섭하는 사람은 없다. 몸이 안좋거나 사정이 있는 경우엔 재택근무를 한다고 팀장에게 사전에 통보만 하면 된다. 그래도 팀원들끼리의 협업이 중요하고 회사에서 간단한 아침 식사도 제공하기때문에 대부분의 직원들은 9시~10시 사이에 출근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미팅은 정기적으로 시간이 정해져있고, 급하게 잡힌 미팅이라도 대부분 하루 전에 구글 캘린더를 통해 미팅을 공지하며 주최자는 사전에 agenda를 명확히 공유해야 한다. 이 점이 팀장/임원들이 불시에 팀원들을 소집해서 회의를 하는 전통적인 한국 회사와 다른 점이다. 불시에 미팅이 소집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스케쥴을 미리 관리할수 있고 앞에 이야기한 바와 같이 재택 근무도 가능하며, 팀장/임원들도 팀원들의 스케쥴을 존중하고 자신의 편의를 위해 마음대로 바꾸라고 하지 않는다.

9시~10시: 이메일

아침에 출근해서 이메일 체크부터 하기보다는 그날 가장 중요한 일에 집중하라고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나는 글로벌 클라이언트 담당팀에 속해있기 때문에, 아침에 출근하면 밤새 유럽과 미국에서 온 수십통의 이메일이 쌓여있다. 그 메일들을 빠르게 훑으며 그날의 업무 우선 순위를 재정리하고 하루 계획을 세운다.

10시~12시: 내부 미팅, 전화 응대 및 급한 일 처리

구글 비즈니스 조직은 크게 광고 세일즈, 파트너십(광고 제휴, 유튜브 컨텐츠 등), 기업용 솔루션 세일즈, 마케팅 등으로 나뉘며, 구글 매출의 90% 이상이 광고에서 나오는만큼 광고 세일즈 인력이 다수를 차지한다. 내부 미팅은 주로 세일즈팀끼리, 또는 관련 팀들과의 협업을 위해 이루어진다. 아무리 구글이라도 세일즈 조직의 특성 상, 실적 목표 및 달성률에 의해 압박을 받는건 똑같다. 자리에 앉아있냐/없냐가 아닌 실적과 성과로 냉정하게 평가를 받는다.

얼마 전에 어떤 지인이 “유튜브가 광고세일즈를 할 필요가 있냐? 가만히 있어도 광고주들이 줄을 서지 않냐?”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는데, 온라인 광고 시장 자체가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맞으나 그만큼 내/외부의 기대치도 엄청나게 높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있을 순 없다. 그리고 구글이 아무리 글로벌 기업이라고해도 한국 오피스의 클라이언트들은 한국 기업이다. 이메일보다는 전화 통화를 선호하시고, 모든 요청은 ASAP다. 내가 처리할 수 있는건 직접 하고, 관련팀의 협조가 필요한 건은 이메일로 요청하다보면 오전이 금방 지나간다.

12시~1시: 점심 식사

구글코리아 오피스에서는 다른 나라의 구글 사무실과 마찬가지로 내부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제공한다. 구글을 비롯해 실리콘밸리 기업들에서 대체로 점심을 공짜로 제공하는데, 물론 큰 투자가 필요하지만 투자 금액 이상의 성과를 얻을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대체로 아래와 같은 장점들이 있다고 본다.

구글 뉴욕오피스에서 먹었던 완전 건강식

구글 뉴욕오피스에서 먹었던 완전 건강식

  • 직원들의 건강: 한국이든 외국이든 밖에서 사먹는 음식은 대체로 자극적이고 건강에 좋지 않은데, 회사에서 건강식을 제공하면 직원들이 건강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 직원들의 시간 절약: 마찬가지로 밖에 나가서 음식점에서 대기하고, 음식을 주문하고, 식사하고 들어오면 최소 1시간이 걸리는데 사내 카페테리아가 있으면 그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어 그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래도 우리 나라 사람들은 점심 시간에 같이 식사하는 편인데, 미국 구글직원들은 카페에서 점심을 떠와서 자리에서 먹으면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 직원들의 상호 교류: 평소 교류할 일이 별로 없는 직원들끼리 자연스럽게 어울려 식사하는 기회도 종종 생긴다.
  • 파트너/클라이언트와의 편한 식사: 비즈니스 파트너/클라이언트들과 식사를 같이 하면서 relationship을 강화하면 함께 비즈니스를 진행하는데 도움이 되는건 불변의 진리다. 하지만 외부에서 식사를 하게되면 누가 돈을 내는지가 항상 민감한 문제인데, 구글 오피스로 초청을 해서 미팅 후 식사도 같이 하게 되면 서로 마음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

1시~5시: 클라이언트 미팅 준비 및 미팅

어느 회사든 세일즈팀은 클라이언트의 목표와 애로 사항을 듣고, 그걸 해결해줄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해 줄 수 있어야한다. 그를 위해서는 클라이언트와 자주 만나고, 그들의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구글의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을 설명하는 자리를 갖고, 캠페인을 같이 준비/실행하는 등 다양한 목적의 미팅을 많이 하게 된다. 당연히 미팅 전에 철저한 준비와, 미팅 후 빠른 미팅 노트 정리 및 공유는 필수다.

5시~6시: 영국과의 영상 회의

처음에 밝혔듯이 나는 글로벌 클라이언트를 담당하기 때문에 구글 해외 오피스, 특히 미국/영국팀과의 회의가 자주 있다. 한국 광고주 담당팀에 있더라도 APAC 내 다른 팀들과의 영상 회의도 꽤 많다. 구글의 거의 모든 회의실에는 아래 사진과 같은 영상 회의 시스템이 갖추어져있어, 얼굴을 보면서 (때로는 말이 안통하면 손짓발짓을 해서라도)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및 협업이 가능하다. 꼭 회사에 있지 않더라도 노트북, 심지어는 스마트폰으로도 회의 참여가 가능하며, 구글 직원이 아니더라도 Gmail id만 있으면 회의에 초청할 수 있다.

삼성/LG/현대와 같은 국내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영상 회의실이 있지만 매우 사용이 제한적이고 아직도 전통적인 컨퍼런스 콜 기기에 주로 의존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영상 회의 설비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 해외 법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크게 개선되고 해외 출장비도 줄어들어 결국 남는 장사일 거라고 생각한다.

6~10시: 개인 시간

구글에 입사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야근을 많이 했었는데, 요즘은 일이 좀 남았더라도 일단 노트북을 들고 퇴근해서 운동을 하거나 친구 또는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하며 휴식을 취하는 편이다.

10시~11시: 미국과의 영상 회의

이제 뉴욕에 있는 구글 직원들이 출근할 시간이다. 같이 작업 중인 캠페인의 제안서를 어떻게 나누어 준비할지 논의하거나 리뷰하기도 하고, 곧 미국에서 있을 워크샵 일정을 논의하는 등 다양한 agenda를 다루고 긴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 외에 많이들 궁금해하시는 내용들, 또는 국내 기업과 크게 다른 점 몇가지를 정리해본다.

1. 구글 본사와 지사 직원의 역할은 어떻게 다른가?

“영화 라이브패널·안드로이드TV, 구글코리아 개발작” 이라는 구글코리아 엔지니어 박영찬님의 인터뷰 기사에서 보실 수 있듯이, 구글은 지사의 개념이 없고 평등한 관계의 사무실들이 전세계에 퍼져있다. 물론 CEO와 대부분의 엔지니어링 SVP, VP들을 포함 미국 마운틴뷰 본사에 가장 많은 인원이 근무하는 것은 맞으나, 본사에서 만든 솔루션을 Localization하는 역할을 지사에서 하는게 아니라 글로벌팀에 소속되어 글로벌 프로젝트를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구글의 대부분의 서비스는 특정 나라만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전 세계에서 활용 가능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상당수 한국 기업들의 경우 해외 법인들을 영업 또는 제품 생산 공장의 목적으로만 운영하고 법인장/CFO 등 실권있는 자리는 한국인 주재원들이 차지하고 본사의 가이드에 의해 움직이며, 심지어 해외 직원들은 인트라넷 내의 정보 접근 권한 자체가 제한적인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안다. 그렇기 때문에 구글의 한국 오피스에서 뭘 할 수 있겠냐..라는 선입견을 가지시는 경우가 많은데, 구글은 전 세계 직원들이 동일한 기준으로 선발되며 동일한 권한을 갖고 한 팀으로 움직이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2. 구글의 업무량은 어떤가?

언론에 보도되는 구글은 무료 식사, 운동 시설, 무료 마사지 등이 제공되는 놀이터와 같은 직장으로 비춰진다. 물론 그런 혜택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저 모든 혜택은 구글 직원들이 건강을 지키며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것이고, 구글 직원들의 1인당 업무량은 국내 대기업에 비해 많으면 많았지 결코 적지는 않다고 본다.

단 구글에서는 보고서 작성과 같은 비생산적인 일보다는 핵심적인 일에 집중하는 편이다. 특히 구글 문서도구를 활용해 대부분의 내부 업무가 이루어지고 자료 공유도 잘 되는 편이어서 문서 취합/정리 등의 잡일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일이 더 많아지며, 보고받고 지시만 하는게 아니라 자신의 일은 직접 해야한다는게 큰 차이점이다.

3. 구글의 직급 체계는 어떻게 되어있나?

구글에도 직급은 있다. 임원들은 SVP, VP, Director 등의 타이틀을 사용하고, 전 직원이 level이 있다. 한국 기업과의 차이점은 Director나 특정 팀의 Head 등 높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서로의 level을 짐작할 수는 있으나 정확히 모르며, 굳이 물어보지 않는다. 외국인들을 부를 때는 당연히 이름만 부르고 한국 직원들끼리도 ‘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며 서로 존중한다.(한국에서는 대외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대외용 직급을 사용) 그리고 직급이 높다고해서 자신의 직속 팀원이 아닌 낮은 직급의 사람을 하대하거나 일을 시킬 수 없다. 더 자세한 내용은 전에 포스팅했던 ‘직급/호칭과 열린 문화에 대한 생각’을 참조해주시길~

쓰고보니 구글에 대해서 너무 좋은 이야기만 쓴 것같은데, 구글도 회사다. 정치적인 사람들도 있고,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따르며 스트레스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잘못됨을 빨리 바로잡을 수 있는 자정 장치와 문화가 갖추어진 회사라고 생각한다.

원문: http://goo.gl/HlE9hG

About Author

진민규 아마존코리아 글로벌셀링 마케팅 팀장
/ justinmk@amazon.com

글쓰기, 패션,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디지털 마케터. 아마존 코리아 글로벌셀링 마케팅 팀장(전 구글코리아 Global Business manager, 라이엇게임즈코리아 커뮤니티 마케팅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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