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43) – 구글의 비상

구글이라는 회사와 두 명의 창업자의 비전을 믿고 선뜻 투자를 했던 초기 투자자 네 명에게 받은 100만 달러와 일부 소액 투자자 등에게서 조달한 돈이 있었지만, 구글이라는 회사는 수익이 거의 없었다. 최초의 수익은 당시 공짜 오픈소스 운영체제로 유명했던 리눅스(Linux)를 배포하는 레드햇(RedHat)에게 검색결과를 제공하기로 계약하고 한달에 2천 달러를 받기로 한 것과 일부 사이트에 구글 검색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매우 적은 사용료를 받은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인터넷의 확장속도는 상상을 초월하였고, 매일 검색 수는 수만 건에 달하면서 네트워크 트래픽과 서버비용이 모두 크게 늘기 시작하였다. 여기에 더해, 구글의 장점이었던 빠른 검색 역시 트래픽과 정보량의 증가로 인해 3~4초씩 걸리는 등 그 빛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엔지니어들과 투자가 필요했는데, 처음 창업했던 대학원의 친한 동료였던 수전 워지츠키의 차고는 비좁아서 더 이상 이들이 머무를 수가 없었다.

1999년 구글은 팔로알토(Palo Alto) 도심에 있는 2층 건물로 옮겨서 엔지니어를 고용하기 시작했는데, 이 때 누구나 새벽까지 먹을 수 있는 각종 간식과 회의실에서 마사지 서비스를 하고, 회의탁자를 겸해서 녹색 탁구대를 구매하는 등 회사를 거의 놀이터화하기 시작하였고, 직원들이 먹고, 놀고, 마시면서 일을 하는 현재의 구글의 원시적인 캠퍼스 형태가 탄생한다.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한 구글이었지만, 그들의 비즈니스는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것이었고, 인터넷은 너무 빨리 커지고 있었기 때문에 막대한 자금의 수혈이 필요했다.

이 작업을 위해 총대를 맨 것은 초기 투자자인 람 슈리람이었다. 슈리람은 실리콘밸리 최고의 벤처캐피탈인 세콰이어 캐피탈과 KPCB(Kleiner Perkins Caufield & Byers)를 연결하였다. KPCB 는 인텔, 썬 마이크로시스템스, 컴팩, 넷스케이프, 아마존 등에 투자를 해서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고, 세콰이어 캐피탈은 시스코, EA, 오라클, 야후, 그리고 애플에 투자한 회사이다. 두 회사 모두 투자자금을 모을 때부터 아주 한정된 사람들이 아니면 돈을 낼 기회조차 주지않을 정도로 커다란 명성을 가진 곳들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두 회사의 스타일은 매우 달랐다. KPCB가 건물도 화려하고, 급진적이며 세련된 이미지를 준다면, 세콰이어 캐피탈은 오래된 빌딩에서 매우 보수적인 올드보이 분위기를 풍긴다. 그래서인지, KPCB는 미래가치를 높이보는 편으로 위험이 있더라도 향후 높은 가치를 돌려줄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고, 세콰이어 캐피탈은 보다 현실적이고 사업내용이나 계획, 그리고 경영자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경향이 있다.

구글의 상대를 맡은 사람은 KPCB의 존 도어(John Doerr)와 세콰이어 캐피탈의 마이클 모리츠(Michael Moritz) 였다. 존 도어는 썬 마이크로시스템스, 로터스, 컴팩, 넷스케이프 등의 투자를 결정하면서 업계 최고의 평가를 받는 자리에 올라선 사람이고, 마이클 모리츠는 옥스포드 출신으로 <타임>지의 기자 출신이다. 마이클 모리츠의 경우 애플의 취재를 담당했다가 스티브 잡스의 독선적인 스타일을 비판하는 기사를 써서 스티브 잡스가 실제로 눈물을 흘리면서 엄청나게 화를 내게 만든 장본인으로도 유명하다. 마이클 모리츠는 야후와 페이팔(PayPal)에 대한 성공적인 투자로 스타덤에 올랐다. 이들은 구글의 두 창업자와의 미팅을 통해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그들의 비전에 홀딱 반하게 되고, 투자를 하겠다고 결정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바로 KPCB와 세콰이어 캐피탈은 서로 상대방이 투자한 회사에게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계속해서 자신들의 투자만 받으라고 구글의 두 창업자들을 설득하지만, 이들은 둘 모두에게 받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그런데, 구글의 현재 평가액을 1억 달러로 두 벤처캐피탈이 공히 계산을 한 것이 돌파구를 찾아주었다. 사실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제3의 벤처캐피탈이 1.5억 달러로 평가를 해준다면서, 둘 다 투자하지 않는다면 다른 곳으로 가겠다는 세르게이 브린의 으름장이 먹혀들면서 양쪽이 사상 처음으로 동시에 투자를 하게 된 것이다. 1999년 6월 7일, 실리콘밸리의 양대 벤처캐피탈이 구글이라는 신생회사에게 각각 1250만 달러 씩 25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지분을 25% 확보했다는 뉴스가 세상에 나오면서, 스타 벤처기업으로서의 길을 구글이 열어가게 되었다.

(후속편에 계속 …)

글 : 정지훈
원문 : http://health20.kr/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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