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스타트업 생태계 #3] 이스라엘에서 만난 스타트업

우리에게 ‘창업국가’로 알려진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떤 모습일까요? 이스라엘을 직접 방문해서 보고 들은 이스라엘 생태계의 모습을 공개합니다. 전체 내용은 여기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글을 통해 이스라엘의 주요 도시인 텔아비브와 하이파, 그리고 예루살렘의 스타트업 지원기관에 대해서 살펴봤는데, 오늘은 이스라엘에서 직접 사업을 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스라엘의 경제 중심지인 텔아비브에서도 스타트업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로스차일드 거리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스타트업이 많이 몰려 있는 강남이라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지난 글에서 소개한 것처럼 여기에는 텔아비브 시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더 라이브러리가 자리잡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텔아비브의 스타트업 중심지인 로스차일드 거리
텔아비브의 스타트업 중심지인 로스차일드 거리

처음 만난 스타트업은 소셜(Social)과 모바일 분야에서 광고 플랫폼을 제공하는 윌루(Wilu)입니다. 윌루의 공동창업자인 우리 쿠스니르(Uri Cusnir)는 한 달 전에 위워크(WeWork)에서 일하다가 더 라이브러리에 자리가 나서 옮겨왔다고 합니다. 윌루가 자신이 참여한 두 번째 스타트업인데, 첫 회사에서는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일했고, 이번에는 대학 친구들과 같이 창업하면서 공동창업자이자 대표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더 라이브러리에서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스타트업팀을 만날 수 있어서 좋고 투자 유치 기회도 자주 접하게 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방문하기 바로 전에 미국 실리콘밸리에 가서 투자자를 만나고 왔다고 하는데, 아직 투자가 확정되지 않아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라고 하는군요.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유태인의 파워는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예외는 아니지만, 모든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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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만난 스타트업은 음악 관련 마켓플레이스를 제공하는 사운드베터(Soundbetter)입니다. 사운드베터는 한국에도 꽤 알려진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500 스타트업스(500 Startups)에 선정되어 투자를 받은 나름 성공한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동 창업자 중의 한 명인 샤차르 길라드(Shachar Gilad) 또한 뉴욕과 실리콘밸리의 음악 분야에서 자리를 잡은 실력자이기도 합니다.

사운드베터는 4달 전에 텔아비브로 회사를 옮기고 약 3달 전에 더 라이브러리에 입주했다고 하는데, 미국 유명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을 거치고 일년 매출이 50만 달러에 이르는 스타트업이 왜 이스라엘로 돌아왔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습니다. 또 다른 공동창업자가 이스라엘 출신이기도 하고 텔아바브의 날씨가 좋다는 답변이 돌아왔는데,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실리콘밸리 못지 않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합니다.

사운드베터Soundbetter.jpg

 

다음에 만난 스타트업은 3D 프린팅 원스톱샵을 지향하는 피자테크(Pzartech)입니다. 요즘 3D 프린팅에 관심이 많지만, 3D 프린터가 워낙 비싼 탓에 내가 원하는걸 제대로 출력하는건 무척 어렵죠? 피자테크는 내가 직접 디자인하거나 이미 디자인되어 올라와 있는 것을 가까운 3D 프린팅샵에서 출력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합니다. 현재는 확정된 디자인이나 출력할 수 있는 프린팅 장소가 적지만.. 계속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유럽연합에서도 요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 많다고 하는데, 12만 유로 상당의 지원을 받는다고 합니다. 오히려 이스라엘에는 직접적인 지원 프로그램이 많지 않은 느낌이네요.

피자테크를 함께 설립한 두 창업자의 이력도 무척 흥미로운데, 두 명 모두 유태계 프랑스인으로 중학교 때 이스라엘에 왔다고 합니다. 두 사람이 만난 곳은 바로 군대인데, 선임-후임병으로 만나 이렇게 스타트업을 창업했다고 합니다. 이스라엘은 18세가 되면 남녀 모두가 의무적으로 군대를 가야 하고, 군대 내에서 기술을 배우는 경우가 많고 군대 인맥이 향후 사회생활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군요.

피자테그는 ‘더 라이브러리’에서 스타트업 초창기를 보내고, 현재는 독립(?)해서 로스차일드 거리 근처에 있는 사무실을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더 라이브러리’에 비해 사무실 비용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또 다른 스타트업과 사무실을 함께 쓰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국내에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무료 공간도 넘쳐나는데 이스라엘 창업자들이 훨씬 열악한 환경이라고 할까요? 그래도 이스라엘 창업자들의 열정과 도전정신은 엄청납니다.

Pzartech

 

텔아비브의 로스차일드 거리의 한 건물 꼭대기에서 만난 또 다른 스타트업은 요즘 국내에서 한창 각광을 받고 있는 웨어러블, 또는 사물인터넷(IoT) 분야 스타트업인 마일스톤  포드(Milestone Pod)입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조그마한 기기를 운동화에 달고 걷거나 뛰면 되고.. 수집한 데이터는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전송되며, 이를 분석해서 건강 상태 등을 분석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마일스톤 포드는 단순 만보계 기능만 제공하는게 아니라 걷거나 뛸 때 발의 기울기를 측정할 수 있다고 하며, 이를 통해 발의 앞꿈치/중간/뒷꿈치를 얼마나 사용하는지를 분석합니다. 앞꿈치를 많이 사용해야 건강에 더 좋다고 합니다.

Milestone pod

마일스톤 포드는 이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인디고고를 통해 시제품을 선보인바 있고, 현재는 중국을 통해 완제품 생산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합니다. 단순한 웨어러블 기기를 만드는 회사보다는 마일스톤 포드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빅데이터 분석에 강점이 있다는 점을 무척 강조했습니다. 단순 만보계 이상의 기능을 제공하니, 운동화 제조 업체나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만드는 업체와의 협업뿐만 아니라 벤처캐피털의 투자 문의도 줄을 잇고 있다고 살짝 알려주네요.

마일스톤 포드의 공동 창업자들도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실리콘밸리 출신이 많은데, 마케팅이나 투자 유치 등을 고려하면 실리콘밸리에 자리잡는게 유리하지만 조국인 이스라엘을 너무 사랑해서 텔아비브에 둥지를 마련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이스라엘의 수도인 예루살렘에서 만난 스타트업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텔아비브와 하이파를 거쳐 예루살렘까지 오면서 수 많은 지원기관과 스타트업을 만났지만, 한국인 창업자를 만나기는 무척 어려웠습니다. 물론 한국에서 이스라엘로 공부하런 온 유학생을 만났지만, 종교적인 이유로 온 경우가 많아 스타트업과 직접적인 관련을 가진 한국분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예루살렘의 스타트업 지원기관인 시프테크(Siftech)를 방문했을 때 정말 우연찮게 한국분인 이창우 군을 만났습니다. 이창우 군은 연세대 재학 중에 교환 학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히브리 대학에 왔습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6개월만에 끝났는데 비자는 1년이라, 남은 6개월 동안 이스라엘을 좀 더 체험해보고자 머물다가 현재의 창업팀과 만났습니다. 비자가 만료되면 한국에 돌아와서 프랭크 서비스 아시아 지사장을 맡는다고 하니, 한국에서의 활약도 기대해 보겠습니다.

이창우Frank.jpg

 

예루살렘의 시프테크에 자리잡은 이 스타트업은 익명 메신저 서비스인 프랭크(Frank)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때문에 개인 정보가 너무 많이 노출되고 있다는 불안감 때문인지, 익명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는데, 메시징 서비스도 익명으로 해보면 어떨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서비스입니다. 페이스북 친구에게 질문을 던지면, 누가 질문을 했는지 누가 답변을 했는지 모른다면 좀 더 솔직한 결과를 알 수 있을까요?

이창우 군은 스타트업에 참여하는 것 외에 예루살렘 현지에 자리를 잡은 일본계 액셀러레이터인 ‘사무라이 인큐베이터’에서도 일하며 예루살렘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의 스타트업 열기가 어떠냐는 질문에 “시오니즘의 무대포 정신으로 스타트업을 밀고 있다”는 다소 직설적인 답변을 얻을 수 있었는데, 텔아비브에 뒤지지 않기 위한 예루살렘의 스타트업 열풍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지원기관과 스타트업을 만나봤는데.. 어떠신가요? 세계적으로 성공한 스타트업이 많이 나왔다고 하지만, 제가 직접 만나본 스타트업의 아이템은 국내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창업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부러운데, 이것은 창업자 개인의 성향보다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스라엘에서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지원기관에 입주하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을 할 때도 있고, 입주 후에는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고 공간을 사용하거나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게 인상적입니다. ‘스타트업은 대부분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도 정부와 민간의 지원기관, 스타트업이 힘을 모아서 좀 더 성숙한 스타트업 문화를 만드는게 필요해 보입니다.

 

버섯돌이 mushman@venturesqu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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