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서 배우는게 스타트업…일단 시작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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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은 부딪혀보라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해나가면서 배우는 것”

더밈(The MEME)의 이혜진 대표를 처음 만난 건 4월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최한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행사에서다. 한눈에도 세련돼 보이는 외모와 큰 키, 그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그녀가 준비한 강연이었다. 잘 짜인 스토리텔링과 감각 있는 슬라이드로 강연 내내 눈을 뗄 수 없었다. 디자인 전략컨설팅 CEO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력만 본다면 이혜진 대표는 전형적인 엄친딸이다.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을 졸업하고 삼성그룹에서 근무, 그리고 대학 교수로 강단에도 섰다. 이후 30대 중반의 나이에 유학을 떠나 하버드대학에서 석사를 마쳤다. 이 정도 이력이면 안정된 회사에서 편한 삶을 살법도 한데 끊임없이 새롭고 재밌는 것을 추구하는 성격 때문에 그렇지만도 않다고.

그녀는 안정된 기업에 가는 대신 가진 돈을 털어 2006년 미국 보스톤에 더 밈(The MEME) 이라는 경험 전략 디자인 컨설팅 회사를 설립한다. 배운 것만 아는 소심한 성격이지만 좋아하는 것을 하겠다는 추진력 하나는 자신 있었단다.

“이쪽 분야에서 내가 가진 평판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잃을 것도 없었다. 세상이 이렇게 변해가는데 내가 배운 것을 가지고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오래 준비해서 시작한다고 될 일도 아니었고, 딱 1년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회사를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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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앞줄 이혜진 대표와 더밈 직원들

그렇게 9년이 지났고 회사는 성장했다. 하지만 지금껏 그녀는 회사를 외부에 소개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한다. 내세울 것도 이야기할 것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작년부터 미래부 소관의 KIC 멘토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어떻게 하면 자신의 경험이 국내 초기 스타트업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번 기회를 통해 여느 TV 성공스토리에서나 볼 수 있는 실리콘밸리진출, 수 억 원의 투자유치 없이도 누구든 스타트업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싶다고 전했다.

“성공의 바로미터가 투자를 받고 못 받고로 평가돼서는 안 된다. 나 역시 투자자 없이 시작했다. 누구든 스타트업 할 수 있다. 나도 창업을 꿈꾸었던 사람이 아니다”

더 밈은 어떤 회사인지 창업은 어떻게 했는지 앞으로 더밈의 계획은 무엇인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험 전략 컨설팅 회사 더밈 정확히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우리가 하는 일을 광범위하게 정의하면 디지털 경험 디자인(Digital Experience Design) 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 변화에 따른 디자인과 비즈니스 기회요인을 명확하게 발굴하고 그 기회 요인을 바탕으로 사용자 경험(UX) 전략을 수립, 그 전략에 따라 디지털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진행하는 회사다. 다시 말해 날 기술(Raw technology)을 인간을 위한 경험으로 승화시키는 일을 한다. 창립 초기에는 디자인/비즈니스 기회요인 발굴과 사용자 경험(UX) 전략을 수립하는 일을 많이 했지만, 몇 년 전부터는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을 적극 합류시켜 디지털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컨셉이다. 디자인 컨설팅 회사 IDEO랑 비슷한 것인가?

디자인 컨설팅을 해주는 미국 기업 IDEO 와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르다. 그곳은 프로덕트 디자인에 강점이 있다.  빨리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사용을 해보고 단점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제품을 잘 만드는 일을 하는 곳이 IDEO다. 우리는 미래가 어떻게 될지 근거 있는 연구를 진행하여 큰 방향을 함께 잡은 뒤 특정 서비스를 디자인 하는 것이다. 더 밈이 해 온 일들 중 다른 회사와 구별되는 특이점이라면 리서치에 강하다는 점이다. Future Foresight 연구를 기반으로 한 선행 과제를 많이 해왔다.

-창업 어떻게 하게 됐는지?

석사졸업 후 미국에서 잠시 쉬다 바로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는데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자는 지인의 제의를 받고 미국에 머물게 됐다.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대표의 재능은 뛰어났지만 현재 상황을 유지하려고만 하는 ‘라이프스타일컴퍼니’였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들과 일을 하는 것이 답답했고, 회사 안의 좋은 인재를 방치하는 문화도 나와 맞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고민을 하다가 직접 하기로 결심했다. 사실 내가 창업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시작한다고 잃을 것도 없었다. 여러 분야의 디자인을 하나로 융합시키는 것이 테크놀로지라고 생각했고 어쩌다 보니 내가 그 분야를 계속 공부해 자연스럽게 시작 할 수 있었다.

-하버드에서 배운 것이 더 밈을 설립하는데 영향을 많이 준 것 같다

하버드에서는 배웠다기보다는 사고가 아예 바꿨다고 할 수 있다. 삶이 어느 정도까지 바뀔 수 있는지, 온라인 라이프와 오프라인 라이프가 어떻게 융합되서 사용될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해서 어떤 시너지를 내는지, 이런 것은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것인데 하버드 디자인 스쿨과 MIT 미디어 랩과 연계된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알게됐다.

-1인 창업자로 바닥부터 시작했다. 어떻게 성장했는지?

지금부터는 운 얘기다. 회사를 설립하자마자 절묘하게도 삼성전자에서 연락이 왔다. 미국 젊은이 들의 모바일  인터렉션관련 리서치 프로젝트였다. 과거 삼성그룹에서 일했던 내 경력을 봤던 모양이다. 그게 첫 프로젝트였다. 직원을 뽑고 5명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이후로도 입소문을 듣고 계속 일이 들어왔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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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한국인에서 강연중인 이혜진 대표

-유수 대학의 인재들이 포진해 있는 보스턴에 회사가 있다. 스타트업도 인재에 대한 욕구가 큰데 더밈엔 어떤 인재들이 있는지?

과거에는 냉장고 문짝을 가로로 달지 세로로 달지, 3개를 달지 4개를 달지에 대한 문제가 신제품 개발이었다. 지금은 냉장고랑 TV랑 서로 대화를 하는데 그럴 때 어떤 제품을 개발 해야 하는지가 신제품 개발이 되었다. 그래서 채용할 때 어떤 업무를 얼마나 했는지 묻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가 하는 일은 기존의 루틴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이 했던 일이 아닌 것을 해보려는 사람, 도전적인 경험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주로 더밈을 찾고, 끊임없이 탐구하고, 고민하고, 생각하고, 공부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우리가 원하는 인재이기도 하다.

-스타트업 9년차다. 포기하고 싶었을 때는 없었나?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강연할 때 많이 하는 말이 ‘스타트업 안 하고 살 수 있으면 하지 말라’다 너무 힘들 때는 ‘망할 거면 진작 망했을 거다’라는 생각을 한다. 스타트업은 버티기다. 개인적인 맨토가 있는데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내가 사업을 하지 않으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상상해 보면 도움이 된다고 해서 취직한 내 모습을 상상하곤 하는데 그러면 마음이 편해진다.

-최근 중국의 초청을 받아 북경에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칭화대학과 장강상학원 그리고 레노버 (Lenovo)에서 사물인터넷, 모바일 에코시스템, 디자인 씽킹 관련 강연을하고 왔다. 중국은 디자인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2007년 정도 위치에 와 있다고 느꼈다. 중국은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목마름이 있는데 그것을 해소할 방법이 크게 없어 삼성전자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지금껏 우리가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그들의 디자인에 대한 욕구를 채워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중국으로 사업영역을 넓혀가려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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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화대 강연

– KIC 멘토로도 활동하고 있다. 스타트업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고 싶은 말보다 우리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한다. IOT 스타트업들이 시작할 때 디자인 전략, 디자인 씽킹이 필요하다. 제품을 만들고 끝이 아니라 그 제품을 누가 쓰는지, 어떻게 다른 것들과 연결되어야 하는지 같은 부분을 신경 쓴다면 더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있다. 그런 부분을 우리가 어떻게 맨토링하고 도와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특히 이번 6월 중순 부터 시작하는  KIC의 I-Corps 프로그램의 주제는 “Customer Discovery”이다. 정부 출연기관과 고등 교육 기관에서 연구원들이 각자가 진행중인 프로젝트를 미국으로 가지고 와 글로벌 마켓을 이해하고 그 사용자를 타겟으로 재 구성 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표이다. 애플의 많은 사례에서 보아 왔듯이 테크널러지 중심의 사고에 사용자 중심의 사고가 더해지면 그 기술의 사용가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국내 스타트업들도 이과 같은 경험을 통해 많은 글로벌 성공사례를 만들기를 바란다.

주승호 choos3@venturesqu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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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승호 기자
/ choos3@venturesquare.net

그 누구보다 스타트업 전문가이고 싶은 스타트업 꿈나무. 캐나다 McMaster Univ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경제지, 영자지를 거쳐 벤처스퀘어에서 5년째 스타트업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스타트업을 만났을 때 가장 설렙니다. 스타트업에게 유용한 기사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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