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e of Startup] 패션 생태계 변화를 꿈꾼다, ‘맵씨’ 장윤필 대표

“기형적으로 변해버린 패션업계 생태계 질서를 바로잡고, 신진디자이너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 만들겠다”

남성 패션코디 추천 플랫폼 맵씨(MAPSSI)의 장윤필 대표는 “디자이너샵 천 개가 오픈하면 한 곳만이 살아 남는다”며 “국내 신진디자이너들이 지속해서 성장하기 위해선 건강한 유통 생태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도매업체와 소매업체가 서로 상생하지 않고 돈의 흐름에 따라 움직인 지 오래다. 독과점적인 유통시장구조 등 비정상적인 관행이 일반화돼 상도덕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맵씨는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히 남성 데일리 코디를 추천해주고 해당 옷을 판매하는 온라인 편집샵 같아 보이지만 사실 이러한 패션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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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필대표

맵씨의 패션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문혜준 이사는 대기업과 신진디자이너의 불공정한 거래 역시 문제로 꼽았다.

“대형 백화점은 신진디자이너의 옷을 구입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위탁한다. 판매를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남은 재고는 디자이너들이 전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도 이런 경우가 있지만 한국 같은 경우는 거의 100%가 위탁판매에 해당한다”

위탁판매가 성행할 경우 신진디자이너가 설 수 있는 자리는 한정된다. 편집숍이나 온라인 쇼핑몰로 진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도 수수료가 30% 정도라 실제 디자이너들이 얻는 수익은 크지 않다. 또 쇼핑몰을 운영할 경우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에 집중하는 시간보다 다른 부수적인 업무에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맵씨 역시 편집샵이라는 기본 틀을 갖고 운영되고 있지만, 디자이너들의 의견을 수렴해 수수료는 반으로 줄인 15%로 책정했다. 또 디자이너들이 포장, 배송등의 업무로부터 벗어나 디자인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스타트업과의 협업도 계획하고 있다”

또 맵씨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서 1:1 스타일 코치 서비스를 일시적으로 시행했는데 3주 만에 600명이 지원했다고. 장 대표는 “이를 통해 실제 고객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우리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맵씨

현재 맵씨 가입자는 약 6만 명. 하루 2,3천 명이 맵씨를 이용하고 있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맵씨 사이트에서 옷을 보고 상세 페이지까지 도달하는 비율이 일반 편집샵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한다.

“일반 편집샵들의 사이트 이탈률은 90%다. 사이트에서 옷을 보고 10명 중 단 1명이 상세 페이지를 누르는 셈이다. 맵씨의 경우 방문객의 거의 100%가 상세페이지를 클릭한다. 신진디자이너 입장에서는 갑자기 사이트 방문자가 증가하는 경험을 하게 되니 맵씨의 서비스를 신뢰할 수밖에 없다. 디자이너는 낮은 수수료로 자신의 옷을 판매할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별된 패션 전문가들에게 코디를 받아 볼 수 있으니 서로 윈윈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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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문혜준이사, 장윤필대표, 김정우 CTO

멥씨가 제공하는 코디는 심사를 거쳐 선발된 60여 명의 패션에디터들이 한다. 이들이 구성한 코디가 고객의 구매로 이어지면 에디터들에게도 금전적인 혜택이 돌아간다. 에디터들을 이용한 서비스는 맵씨가 단순히 온라인 쇼핑몰이 아닌 플랫폼 서비스로 성장하기 위한 포석이다.

“대학시절 타 대학 학생들과 월간 잡지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잡지 하면서 깨달은 것은 콘텐츠 생산 면에 있어서 아무리 해도 집단지성의 힘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 플랫폼 사업을 하려는 까닭도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장 대표는 “맵씨라는 제품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의 도움도 있었다” 고 덧붙였다.

“정부지원 프로그램은 서비스가 없거나 기획 단계인 상태에서는 독이 될 수도 있지만, 서비스가 있다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맵씨의 베타서비스도 정부지원을 받아 출시할 수 있었다”

이번주부터는 맵씨 앱 내부에 결제시스템도 도입된다. 맵씨의 코디를 보고 맘에 들면 상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버전 먼저 상용화하고 iOS 그리고 웹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김정우 CTO 는 “앞으로 데이타마이닝을 통해 코디 추천 기능을 강화시킬 예정” 이라고 밝혔다. 고객이 구매한 옷이나 옷장에 저장한 데이터를 가지고 고객의 취향에 맞는 옷을 맞춤형으로 추천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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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씨팀원들

한 분야의 생태계를 바꾸는 일은 어렵고 오래 걸리는 일이다. 성과가 빨리 보이는 일도 아니다. 하지만 맵씨 맴버들은 맵씨를 통해 이름 없는 신진디자이너의 브랜드가 고객들에게 사랑받을 때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고 느낀다. 디자이너들의 긍정적인 피드백도 힘이 된다.

“항상 디자이너의 샵을 직접 방문해 우리 사업의 의도와 방향을 설명하고 협업을 제안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지만 진정성을 갖고 정성을 다하고 싶다. 그래서 남성들이 옷을 구매할 때 ‘아 맵씨를 사용하면 되지?’ 라고 생각할 정도로 좋은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다가가고 싶다”

주승호 choos3@venturesqu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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