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쪽 같기도 하고, 죽비 같기도 한 책, 권도균, 스타트업 경영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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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 대쪽 같기도 하고, 죽비 같기도 한 책

‘권도균의 스타트업 경영 수업’을 읽고

스타트업_앞표지(띠지유)

내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첫 사업을 하는 줄 알지만, 사실 나는 요즘 내 다섯 번째 사업을 하고 있다. 예전 네 차례는 법인을 세우기도 전에 실패해서 주위 사람들이 알지 못할 뿐이다.

5년 전 Daum을 다닐 때 시도했던 첫 사업은 가장 가슴 아프게 마무리돼서 동업자와 소송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Daum 재직 중 시도했던 두 번째, 세 번째 사업 역시 이유는 다 달랐지만, 좋지 않게 마무리됐다.

나는 사업을 할 운이 없거나, 사업을 할 만한 성품과 소질이 없는 사람이겠거니 생각하며, Daum에서 제일기획으로 옮겼다. 가능한 한 오래 대기업을 다닐 마음이었다. 하지만 제일기획 근무 3년 차 때 네 번째 사업 시도를 했고, 다시 창업에 실패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결국 스타트업의 CEO가 돼서 내 다섯 번째 사업을 하고 있다. 오늘이 2015년 7월 29일이니, 주식회사 텐핑을 세운 지 어느새 딱 반년이 지났다. 돌이켜보니, 사업은 인생의 축소판 같은데, 그 속도는 한 열 배쯤 되는 느낌이다. 그러니, 이상한 셈법일지도 모르나, 나는 스타트업 CEO로서도 다섯 살, 사업 시도 경력자로서도 다섯 살쯤 된 셈이다.

그리고 지난 2주간 『권도균의 스타트업 경영 수업』(이하 <스타트업 경영 수업>)을 읽는 동안 어쩐지 공교롭게도 다섯 살 어린아이가 된 느낌이었다.

<스타트업 경영 수업>의 앞부분 1강부터 4강을 읽는 동안은 왠지 우쭐하는 마음이 들었다. 지난 5년간의 사업 시도와 반복된 좌절을 거치고도 마침내 CEO가 돼 내 사업을 하고 있으니, 나는 타고난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또한 꽤 오랫동안 Daum과 제일기획을 다니면서 얻은 내 사업모델은 충분히 검증을 거친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5강을 읽을 때부터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책 속의 문장 하나하나가 대쪽처럼 마음을 찔렀다. 흡사 인생의 모든 걸 다 아는 큰스님이 내 마음속을 훤히 들여다보면서 죽비로 머리통을 내리치는 것 같았다.

책을 다 읽고 곰곰 생각해보니, 5강부터 펼쳐지는 내용이 지금 당장 내가 통과해야 하는 사업의 관문이었던 탓인 듯하다. 물론, 사업의 여러 관문들은, 지난해 제일기획 내에서 사업을 준비할 때에도, 줄곧 통과해왔다. 다만, 법인을 세우기 전에 두 달에 하나의 관문을 통과했다면, 법인을 세운 뒤엔 한 달에 하나의 관문을, 그리고 서비스를 오픈한 뒤론 2주에 하나의 관문을 통과하는 느낌이다. 새 관문을 맞을 때마다 밤잠을 설쳤지만, 그럭저럭 그것들을 통과했다.

그러나 <스타트업 경영 수업>을 읽기 시작한 2주 전부터 나는 지금껏 경험했던 것들 중에 가장 어렵고 핵심적인 사업의 관문을 지나고 있는 듯하다. 제일기획에서 사업계획 공모에 당선되고, 분사해서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의사 결정을 끌어내고, 법인을 세우고, 엔젤투자를 유치하고, 서비스를 오픈하고, 초기 사용자들을 모은 지난 관문들이 다 이 관문 앞에 서기 위한 것이었다.

나는 요즘 내 사업의 고객들, 즉 텐핑의 광고주들을 만나고 있다. 광고주들을 만나기 전 ‘경영 수업’의 5강을 밑줄 치면서 읽고 읽었다. “사업 가설이 동작하게 하라”, “반응이 없으면 미련 없이 버려라”, “사업하지 말고 사업 준비를 하라”

이 관문을 통과해야 사업가로서 다섯 살 어린아이를 벗어나 유치원에도 가고 초등학교에도 입학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서비스를 고객이 사지 않고, 내 사업모델이 동작하지 않는데, 어찌 나 스스로가 사업가가 됐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번 관문을 지나는 것 역시 지극히 고통스럽다. 어쩌다 고객이나 지인의 찬사를 들으면 “그들의 찬사는 잘 모른다는 표시다”(이하 ‘<스타트업 경영 수업> 9강)가 떠오르고, 블로그나 SNS에 적힌 누군가의 냉소를 보면 “내가 틀렸을 가능성이 있다”가 떠오른다.

지극히 고통스러운데 지독히 외롭기도 하다. 나는 내가 겪는, 이 마음의 소용돌이를 누구에게도 온전히 전달할 수가 없다. 직원들에게는 그들에게만은 숨겨야 하는 것이 있고, 주주들에게도, 투자자에게도, 고객에게도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마음을 다 터놓는 아내나 여자친구가 있다 해도, 그들에겐,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그들이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사업의 어떤 부분들이 있게 마련이다. 인생엔 동반자가 있을 수 있지만, 사업엔 동반자가 없다는 것을 이제 와 깨닫는다.

내가 만일 지금 통과하고 있는 이 관문을 다행스럽게도 통과한다면, 나는 앞으로 <스타트업 경영 수업>의 6강과 7강, 8강의 내용들을 몸으로 읽고 깨달으면서 지나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1~4강을 마음 편하게 읽었듯, 훗날 8강까지도 그렇게 읽게 되겠다.

하지만 내가 1~4강의 내용을 몸으로 깨달으며 지나가는 데 5년이 걸렸듯, 5~8강의 내용을 몸으로 깨달으며 지나가는 데 운 좋으면 5년, 9~12강의 내용을 몸으로 깨달으며 지나가는 데, 또 다시 운이 좋으면, 5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을 안다.

‘스타트업 경영 수업’은 마음과 정신만으로는 도저히 쌓을 수도 베풀 수도 없는 것이어서, 이렇듯 물리적인 시간과 물질적인 몸의 노력을 지극한 정성으로 쏟아부어야만 간신히 얻을 수 있는 탓이다. ‘경영 수업’은 저자가 그렇게 몸과 시간으로 쓴 책이다.

지금 사업을 하고 있다면, 누구든 ‘스타트업 경영 수업’을 읽는 게 좋을 듯하다. 아마 사람마다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하는 부분이 다를 것인데, 그쯤이 그가 지금 통과해야 하는 사업의 관문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일 테다. 그걸 읽고 제대로 느낄 필요가 있다.

잘은 모르지만, ‘스타트업 경영 수업’을 다 읽고, 앞으로 내가 사업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마치려면, 지극히 냉정하게 취해 있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나를 포함해 내 주변의 동료 CEO들은 대부분 자기 자신을 설득해 스스로 취하게 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 그래서 다들 지금까지 남들은 웬만해선 하지 않는 사업이라는 고행을 묵묵히 하는 것일 게다. 하지만 취하기만 해선 사업을 잘할 수 없다. 한편 지극히 냉정해야 하는데, ‘스타트업 경영 수업’은 CEO가 냉정함을 유지하게 해주는, 흔치 않은, 어쩌면 주변의 사람들은 돼줄 수 없는, 사업의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나는 대쪽 같기도 하고, 죽비 같기도 하고, 몸과 시간으로 만들어진 육중한 그 무엇 같기도 한 이 책을 사업하는 내내 옆에 두고 있어야겠다.

글 고준성 텐핑 CEO

고준성 CEO
Daum에서 블로거뉴스와 Daum view를 만들었고, 제일기획으로 옮긴 뒤 사내 사업계획 공모를 거쳐 (주)텐핑을 창업했다. (주)텐핑의 서비스 텐핑(http://tenping.kr)은 콘텐츠 유통자들의 수익모델로서, 네이티브 애드 네트워크를 지향한다.

도서 신간 정보 : ‘권도균의 스타트업 경영 수업’ 스타트업 경영의 본질을 말하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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