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e of Startup] “게임 스타트업, 실패 확률 낮추고 스스로 생존해야”…루더스501 정석희 대표

“다양한 시도를 하는 소규모 게임 스타트업에 주목을 해줬으면 좋겠다. 같은 소재를 두고도 좀 더 다른 방식으로 게임을 풀어낼 수 있다. 관건은 ‘무엇’보다는 ‘어떻게’에 달려있다.” 모바일 게임 ‘골프트릭스’ 앱을 출시한 루더스501 정석희 대표의 말이다.

최근 게임물관리위원회는 ‘2015 게임물 등급분류 및 사후관리 연감’을 발표했다. 올해 국내에서 등급 분류돼 유통된 게임물은 총 52만1355건으로, 전년 대비 37.2%(14만1383건) 증가했으며, 이 중에서 51만9931건(99.7%)이 모바일 오픈마켓 게임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비디오·콘솔이나 PC·온라인이 게임시장 점유율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차츰 감소되는 반면, 모바일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과 기대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시장에 민감하고 아이디어 기획력과 실행이 빠른 게임 스타트업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게임사에 비해 자본력이 절대적으로 빈약한 게임 스타트업에게는 고민이 많다. 이를 위해 현재 모바일 게임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 루더스501 정석희 대표의 의견을 직접 들어보았다.

골프를 소재로 한 ‘골프트릭스’ 앱을 서비스 하고 있다. 어떤 게임인지?

“기본적으로 골프 경기 방식을 가지고 있지만 유저들은 이 게임을 골프게임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물리 퍼즐 요소가 중심인 하이브리드 게임이다. 조작법이 단순한 것처럼 보이지만 매번 똑같은 위치로 공을 날려 보낼 수 없는 물리가 적용된 게임이다. 같은 홀(Hole)도 바람, 비, 눈, 안개, 번개 등의 날씨 변수에 따라 난이도를 매번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또 골프트릭스는 창의적 플레이다. 각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방법이 하나가 아니라, 유저 성향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골프트릭스에는 기술 특허 3종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2차원으로 보여지는 스테이지는 실제로는 3차원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좌표를 축으로 회전하여 개발자가 미리 만들어 둔 공간을 유저가 찾아내어 플레이하는 독창적인 시스템이다. 안개를 손으로 지운다거나 휴대폰 마이크에 바람을 불어넣어 공을 움직인다는 등의 장치는 흥미를 유발시키거나 바이럴 마케팅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업계에서의 좋은 평가만큼 투자받기 쉬운가? 전문 VC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성공 여부를 논하기 전 사업 초기의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국 컨텐츠를 만들어 내는 강한 의지를 가진 회사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주길 희망한다.

작년에 비해 올해 게임 사업에 대한 투자 규모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동안 게임업계는 애니팡 이후의 3매치 퍼즐 게임, 쿠키런 이후 쏟아져 나온 달리기 게임, 블레이드의 성공이 가져온 액션 RPG의 개발 등 개발사의 따라하기 전략이 계속되어 왔다.

이러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개발자들은 성공한 게임을 따라 만든다. 그러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VC에게 투자 받을 수 없다고 한다. 반면에 VC들은 투자할 가치가 있는 회사가 별로 없다고 한다.”

앞을 내다보고 게임생태계를 키울 조력자 필요

루더스501 정대표는 게임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 폭넓은 식견을 가진 게임 투자에 관한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VC의 성향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고 본다. 투자 성과를 위해 대형 게임사의 멤버들이 주도한 RPG등의 미드코어 이상의 개발 테마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대표의 학력도 투자에 중요한 조건이 되기도 한다.”

“분명 인디 게임의 한계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창의적인 게임에 선뜻 투자하기도 어렵다는 것도 이해한다. 다만, (게임 업계에서)약자가 불굴의 의지로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언더독 스토리(Underdog Story)에 좀 더 관심을 갖고 발굴해줬으면 한다. 그래야만 초기 게임 스타트업들은 ‘나도 할 수 있다’ 희망을 품게 된다. 그들은 지금은 아닐지언정 훗날 게임업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 되고 싶어한다. 그러기위해서는 VC의 조력과 남다른 안목이 필요하다.”

게임 시장에 부는 VR(Virtual Reality) 바람

“가상현실, 즉 VR에 대한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주변에서 많이 한다. 그 방향으로 정부 지원도 눈을 돌리고 있는 듯 하다. 또한 국내는 VR을 개발하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VR 시장에 이미 2~3년 전부터 R&D했던 업체들이 작지만 나름의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관심 있는 개발사는 조만간 VR 시장이 활성화 된다는 전제에서는 진입해야 할 마지막 시기가 아닐까 싶다.”

정대표는 대형 게임사들이 주도하는 RPG나 고액 마케팅을 필요로하는 게임 시장에서 자본력이 약한 게임 스타트업은 여러가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기발한 아이디어를 무기로 같은 소재를 두고 다양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기획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 역시 중요하다고 했다.


골프트릭스 런칭 후 가장 대표적으로 꼽는 성과?

“9월 골프트릭스 런칭 후 2주일만에 글로벌 78개국에 구글 피쳐드 됐다. 또 ‘대한민국모바일앱어워드 9월의 으뜸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골프트릭스는 아직 서비스 초기이고, 게임은 소비자를 만난 이후 그들의 반응에 따라 성장 및 진화해야 한다고 믿는다. 앞으로 상황추이에 따라 잘 대응해 성과를 내고 싶다.”

게임 스타트업, 실패 확률 낮추고 스스로 생존해야

정대표는 “단기적인 사업목표는 회사가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역량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성공 보다는 실패 확률을 줄이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 본다. 안정적인 캐쉬카우를 하루 빨리 만들어 내는 것이다. 더불어 ‘루더스501’이라는 브랜드 포지셔닝에 좀 더 공들일 계획이다. 예전에는 크고 부유한 기업이 아니라도 꼭 가서 일하고 싶어했던 스튜디오들이 있었다. 루더스501도 그 가운데 하나가 되고 싶다.”

정석희 대표는 게임산업 초창기 개발자들은 게임관련 정보를 얻거나 게임 개발 기술을 배울 곳도 없었다고 한다. 초기 개발자들이 머물고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커뮤니티를 만들었던 것이 바로 한국게임개발자협회(KGDA)의 시작이었다고.

“나는 아직도 15년 전 서울 홍제동 서울시립대 센터에서 있었던 최초의 게임 세미나의 열기를 잊지 못한다. 그리고 비가 내리던 오전 7시부터 대구의 모 대학에서 있었던 게임 세미나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었던 게임 개발 지망생들의 열정을 잊지 못한다. 그 시작이 지금의 한국게임컨퍼런스(KGC)이다. 우리는 비록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 개발자였지만 우리를 필요로 했던 사람들을 위해 관광버스를 빌리고, 강연자를 섭외하고, 전국을 누비던 그 뜨거움이 가슴 속에 있다.”고 정대표는 말했다. 자신의 루더스501 사업성공 외에도 한국 게임 산업에 기여하고 싶은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했다.

현재 루더스501은 KT 에코노베이션 센터에 입주해 있다. 그리고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보육기업으로도 선정이 되었다. 이와 관련 KT와 공동사업화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정대표는 “우선 KT에서 도움을 많이 주셨다. KT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아직도 생존하고 있지 못했을 수도 있다.KT가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업 제안을 주신다면 언제든 긍적적으로 검토할 생각이다. KT가 가지고 있는 인프라와 경험, 다방면의 사업 분야에 있어 우리의 역할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대환영이다. 우리가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도와주신 많은 분들에게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갚는 일이 아닐까 한다.”라고 답했다.

 

글/ Moana Song moana.song@venturesqu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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