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비하인드 스토리 #4] 조금은 늦은 버닝맨 후기 #1

미국 스타트업 캠블리에서 일하고 있는 이희승님이 국내에서는 잘 모르는 실리콘밸리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벤처스퀘어에 기고해 주기로 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전체 내용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벤처스퀘어 독자여러분!
캠블리(Cambly)의 이희승입니다. 샌프란시스코 본사에 와서 플라야 먼지를 털어내고 밀린 일들을 정리하고 나니 벌써 9월 말이네요!! 사우쓰바이사우스웨스트 (SXSW)가 아직도 스타트업 사람들에게 핫한 페스티벌이라고 생각하신다면 당신의 스타트업 최신 트렌드를 업데이트할 타이밍인 것 같습니다! 요즘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피플들에게 제일 핫한 축제는 역시 버닝맨 (Burning Man)이죠.

버닝맨이 뭐야?

2013년 맨 (The Man)의 사진
2013년 맨 (The Man)의 사진

버닝맨은 1986년에 샌프란시스코 해변에서 20명 남짓되는 친구들이 나무로 만든 사람 형상의 조형물 (The Man)을 태운 것으로부터 시작했는데, 이는 호기심많은 샌프란시스코 동네 주민들에게 큰 관심거리가 되었죠. 1990년에 샌프란시스코 시에서 해변가에서 방화행위를 금지하는 탓에 이 축제는 네바다 주의 블랙 락 (Black Rock) 사막으로 옮겨지게 됩니다. 이후로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히피들이 가는 특이한 축제’라는 이미지에서 이제는 세계 각국에서 6만5천명이 넘게 모이는 거대한 축제로 변신을 했습니다.

‘버닝맨이 뭐야?’라고 묻는다면 아마 ‘가보지않으면 몰라’라는 영양가없는 답만 돌아올거에요. 굳이 거창하게 표현을 하자면 반경 5마일이 되는 거대한 도시가 일주일만에 만들어졌다 사라지는 현상이며, 이 세상과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다르지만 같은 마음의 수많은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모이는 장소입니다. 하지만 그냥 물 한방울 나지않는 사막에서 일주일간 생존하는 시간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기 위한 의식일 수도 있습니다. 버닝맨을 UMF같은 음악 축제같이 생각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으신데, 확실한 건 단순한 음악축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버닝맨의 10계명
‘맨 (The Man)’, ‘템플 (The Temple)’부터 플라야 (Playa) 곳곳에 숨어있는 작품들과, 다 방문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사운드캠프 (Sound Camp)’와 ‘테마캠프 (Theme Camp)’, 밤마다 LED 조명과 심지어 불까지 뿜어대는 ‘아트카 (Art Cart/ Mutant Car)’, 그리고 전신 누드부터 할로윈 맞먹는 분장까지 볼거리가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잘 모르는게 당연합니다. 제일 먼저 새내기 버너 (Burner, 버닝맨 참여자)라면 알아두셔야할 점이 버닝맨의 10계명입니다:

2014년 아트인스톨레이션으로 지친 바이커들에게 쉬고갈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2014년 아트인스톨레이션으로 지친 바이커들에게 쉬고갈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극단적 화합 (Radical Inclusion): 버닝맨에서는 모두가 공동체의 일부입니다. 모두가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기부 (Gifting): 버너들은 모두 조건없이 기부를 해야합니다. 예술작품, 아트카, 음악, 음식 등 다른 형태의 기부가 축제를 완성합니다.

공짜로 음식과 술을 나눠주려고 사막 한 가운데 존재하는 다이너 스탠드.
공짜로 음식과 술을 나눠주려고 사막 한 가운데 존재하는 다이너 스탠드.

탈상품화 (Decommodification): 화폐 사용이 특정 캠프 외에서는 금지되어있고, 특정 브랜드나 회사의 스폰서쉽, 판매, 광고 등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조건없는 나눔을 위한 전제 조건이죠.

극단적 자기 의존 (Radical Self-reliance): 인터넷, 기계 등에 의존하지 않고 일주일동안 사막에서 생존한다는 것은 인간 본질적인 생존 능력을 발견하고, 그에 의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극단적 자기 표현 (Radical Self-expression): 자기 고유의 재능을 표현하는 것은 기부의 일종으로, 다른 취향을 존중하고 음미할 수 있어야합니다.

의상과 퍼포먼스, 온몸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버닝맨의 또 하나의 매력
의상과 퍼포먼스, 온몸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버닝맨의 또 하나의 매력

공동의 노력 (Communal Effort): 개인의 능력으로 불가능한 것은 공동의 노력이 가능케 합니다.

시민적 책임 (Civic Responsibility): 개인에게 극단적인 자유가 주어지는만큼, 공공의 복지를 위해 노력해야하는 책임감도 주어집니다.

흔적을 남기지않기 (Leaving No Trace): 6만명이 넘는 인구가 모이지만, 사막에 사람의 흔적을 최소한으로 남기려고 합니다. 작은 쓰레기는 물론 비누가 섞인 물 등, 각자 가져온 것은 다시 다 가져가야합니다.

참여 (Participation): 공동의 노력에 개인이 참여함으로서 근본적인 자아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고 믿기에, 모두가 함께 일하고 노는데 참여하길 권장합니다.

즉각적인 경험 (Immediacy): 즉각적인 경험은 자아와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새롭게 인식하는 첫 단계입니다.

왜 성공한 테키들이 버닝맨에 열광하는가?

CG가 아닙니다. 2011년도 실제로 지어진 템플입니다.
CG가 아닙니다. 2011년도 실제로 지어진 템플입니다.

이 10계명이 전부는 아니지만 이 10계명이 만들어내는 세계를 상상하실 수 있으신가요? 네바다의 메마른 사막이 매드맥스 (Mad Max)같은 아포칼립틱한 세계든, 아니면 너와 나의 개념이 사라지는 유토피아든 상상하는 그 이상의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버닝맨이죠. 일주일동안 이메일과 미팅에서 벗어나서 SF영화속에서처럼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스타워즈에 열광하는 너드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을까요? 에론 머스크 (Elon Musk)가 버닝맨을 다녀온 후 솔라시티 (SolarCity)를 구상했고, 카우치서핑 (Couchsurfing.com)의 개발자 역시 이 페스티벌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죠. 우버, 드롭박스등 빌리언의 밸류에이션을 받은 기업의 CEO들이 참여하는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들마저 꼬꼬마로 만들어버릴만한 테크계의 큰 손들도 아무도 모르게 와서 축제를 즐기고 간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멀리 보이는 빛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캄캄한 플라야를 가로질러 가다보면 가끔 천문대에 들려 별을 보기도 하고, 누가 지어둔 20명 남짓만 앉을 수 있는 극장에 들어가 오래된 영화를 보면서 몸을 녹이기도 하고, 베이스가 터져라 음악을 틀어대는 로봇하트에서 친구들을 만나 동이 틀때까지 춤을 추기도 합니다. 페달을 밝기 귀찮은 날이면 아트카-호핑 (art-car-hopping)을 하면서 플라야를 누빌 수 있구요. 다음 글에서는 잘 공개가 되지 않은 버닝맨 2015 이야기를 살짝 들려주도록 하겠습니다.

버닝맨 2015 캠프
버닝맨 2015 캠프

그럼 즐거운 추석 되시구요. 조만간 또 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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