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구글, 테슬라가 바꾸는 자동차업계의 미래

실리콘밸리에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온지 이제 2년쯤 됐다. 그리고 일년에 1~2번씩 실리콘밸리에 다시 출장을 갈 기회가 있다. 그때마다 세상이 얼마나 빨리 바뀌고 있는지를 보고 놀란다. 특히 우버, 구글, 테슬라 등이 만들어 내는 파괴적인 혁신을 보면 미래가 두렵기까지 하다. 세계의 자동차와 운송업계에 혁명적인 변화가 진행중이다. 실리콘밸리에서 볼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을 소개한다.

#우버

실리콘밸리에 매번 갈 때마다 우버 같은 스마트폰으로 부르는 승차 서비스가 생활속으로 점점 더 깊이 침투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제 내가 아는 지인들은 모두 다 우버의 이용자가 됐고 심지어 여행자들도 아무렇지 않게 우버를 불러서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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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컨퍼런스참석차 샌프란시스코에 갔을 때의 일이다. 시내에서 외곽에 있는 컨퍼런스행사장에 가는데 우버앱을 실행하니 우버풀(UberPool)이라는 새 서비스가 나왔다. 우버를 이용한 일종의 합승인데 샌프란시스코시내에서는 어디나 7불이면 갈 수 있다. 대신 같은 방향으로 가는 다른 1명의 손님과 동승해야 한다. (같은 방향으로 가는 승객이 없으면 혼자서 가도 되고 그래도 7불만 내면 된다.)

덕분에 택시를 타면 수십불이 나올 거리를 7불로 편하게 다녔다. 우버의 트래비스 캘러닉 CEO는 “우버풀은 버스나 지하철같은 대중교통수단보다 더 저렴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버가 택시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수단과도 경쟁하겠다는 뜻이다.

이번 출장에서 만난 웰스파고은행의 이주희부사장은 “우버만큼 생활에 큰 변화를 준 서비스는 없는 것 같다”며 “우리집 꼬마는 택시는 모두 우버라고 생각할 정도다”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교외에 사는 그녀는 남편과 함께 차 2대를 소유하고 있는데 1대는 팔아버릴 생각이다. 우버덕분에 필요가 없게 됐다는 것이다. 우버의 보안최고책임자인 조 설리번은 패스트컴퍼니지 인터뷰에서 “나는 우리가 택시와 경쟁하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며 “우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차를 운전하고자 하는 욕구와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하나면 원할 때 차를 부를 수 있는데 자동차가 왜 필요하냐는 것이다. 멀지않아 우버의 영향으로 미국의 자동차판매대수가 둔화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올지도 모른다.

#구글이 개발하는 자율주행자동차

사진출처 : 구글
사진출처 : 구글

구글은 지난 9월말 마운틴뷰의 구글본사건물 옥상주차장을 비우고 색다른 행사를 열었다. 기자들을 초청해서 구글의 자율주행자동차 시승행사를 가진 것이다. 컵케이크처럼 생긴 귀여운 모습의 구글카에는 운전대와 페달이 없다. 대신 출발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운행을 시작한다.

구글이 직접 제작한 이 프로토타입 자동차는 차량에 달린 센서로 축구장 2개 거리까지 360도 사방을 살필 수 있다. 기자들은 2분동안의 탑승시간동안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구글 직원 같은 장애물을 적당히 피해 천천히 안전하게 주행하는 무인운전차량을 경험했다.

구글카가 세상을 바라보는 모습. 스쿨버스를 인식하고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멈춰서 기다린다. (사진출처 : 구글)
구글카가 세상을 바라보는 모습. 스쿨버스를 인식하고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멈춰서 기다린다. (사진출처 : 구글)
사람을 인식하는데서 더 나아가 구글카는 사람의 제스처가 무슨 뜻인지도 식별하고 있다. (사진출처 : 구글)
사람을 인식하는데서 더 나아가 구글카는 사람의 제스처가 무슨 뜻인지도 식별하고 있다. (사진출처 : 구글)

첨단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구글카는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 2009년부터 테스트를 시작한 구글의 자율주행자동차는 이제 단순한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신호등과 횡단보도, 공사표지판, 자전거, 행인 등으로 가득찬 일반도로를 달리며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수천가지의 다양한 상황을 학습하게 되면 무인운전차는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더 안전한 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360도 사방으로 사람이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까지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술취한 운전자가 나타나 무인운전차를 들이받지 않는한 큰 사고가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구글이 무인운전차를 테스트하면서 일어난 9건의 경미한 사고는 모두 다른 차를 운전하고 있는 사람의 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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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무인운전차 개발프로젝트를 총지휘하는 크리스 엄슨은 CBS 60미닛 인터뷰에서 “지금 11살짜리 아들이 4년반뒤면 운전면허를 딸 수 있게 된다”며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하니 자율운전기능이 추가된 테슬라 모델S

테슬라모델S의자동운전기능대시보드
테슬라모델S의자동운전기능대시보드

전기자동차분야에서 계속해서 혁신을 해나가고 있는 테슬라는 모델S의 소프트웨어를 7.0으로 업그레이드한다고 10월중순 발표했다. 이번 업그레이드에서는 고속도로에서의 자동운전기능이 들어갔다. 이 기능을 켜면 자동으로 차량흐름에 맞춰 운전을 해준다. 깜빡이를 켜면 자동으로 안전하게 다른 차선으로 옮겨간다. 자동주차기능도 생겼다. 이런 기능은 벤츠 등 다른 고급차량에도 비슷하게 들어가 있다.

하지만 테슬라가 대단한 것은 신모델이 아닌 기존에 구매한 차량에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 하면 성능이 더 좋아지도록 했다는 것이다. 테슬라의 차를 사람들이 “바퀴달린 아이폰”이라고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또 하나 테슬라가 대담한 것은 규제당국을 아랑곳하지 않고 어찌보면 위험한 이 베타버전의 기능을 수만명의 테슬라고객들에게 공개해 버렸다는 점이다. 자동운전기능을 고속도로에서만 사용하고 꼭 운전대에 손을 올려놓으라는 경고문이 나오기는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고속도로가 아닌 곳에서도 잘 작동하고 장시간 핸들에 손을 올려놓지 않아도 된다.

기존 자동차업체들은 이렇게 하다가 사고가 나면 책임을 지는 것이 두려워 선뜻 자동운전기능을 과감하게 고객들에게 제공하지 못한다. 하지만 테슬라는 그런 규제환경이나 잠재적 위험을 아랑곳하지 않고 공개해버린 것이다. 덕분에 유튜브 등에는 자동운전기능을 다양한 환경에서 테스트해본 사용기 동영상이 가득 올라오고 있다. 고객들이 나서서 테슬라를 위해 테스트를 해주고 있는 셈이다. 이런 고객들의 테스트데이터는 모두 자동으로 테슬라에게 인터넷을 통해 전송된다.

이번 발표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3년정도면 A지점에서 B지점으로 가는데 운전자는 자면서 갈 수 있는 차가 준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테슬라 모델S의 자동운전기능을 한국의 도로에서 테스트한 분이 있다. 그런데 잘 작동한다.

#무인운전차 기술에 투자하는 우버

무인운전차 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구글이나 자동차회사뿐만이 아니다. 우버도 투자중이다. 우버는 카네기멜론대학과 제휴해 무인운전차와 로봇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카네기멜론출신 연구자들을 40여명 스카웃해갔으며 이 대학에 60억원이상을 기부해서 관련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업계관계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우버가 무인운전차에 관심을 갖는 것은 우버에 대한 높은 승객수요에 비해 운전자공급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또 무인운전차를 통해서 승객을 수송하면 우버이용요금을 낮출 수 있다는 노림수도 있다. 패스트컴퍼니지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우버기사로 활동하는 사람은 전세계에 1백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우버는 매일 2백만회의 승차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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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소개한 실리콘밸리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자동차업계에 혁명적인 변화가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국내자동차업계관계자는 이런 얘기를 했다. “그동안 자동차회사의 핵심경쟁력은 엔진과 변속기를 잘 만드는 기술이었다. 이것은 후발자동차회사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모터가 중심이 되는 전기차세상이 되면 경쟁의 규칙이 바뀌어 버린다.”

게임의 규칙이 완전히 바뀌어 버리는 것이다. 우버와 전기차, 그리고 무인운전차가 떠오르는 세상에서는 소프트웨어개발능력이 핵심 경쟁력이 된다.

우버의 핵심경쟁력은 단지 스마트폰앱을 통해서 전세계 60개국 3백여개의 도시에서 1백만명의 운전기사가 매일 2백만회의 승차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능력이다. 각 도시마다 천차만별로 다른 환경에서 움직이는 수백만명의 차량과 승객을 최적화시켜서 이동시킬 수 있는 노하우인 것이다. 이렇게 해서 우버는 우리돈으로 약 60조원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세계최대의 스타트업이 됐다. 한국에서 두번째로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인 현대자동차의 36조원 시가총액의 두배가까운 규모다. 우버가 전세계 많은 국가에서 규제당국과 충돌하고 있지만 생활속에서 매일 편리하게 우버를 사용하고 있는 실리콘밸리 주민들은 우버편을 드는 사람이 많다. 구글과 테슬라가 만드는 첨단 자동차에 열광하는 얼리어답터들이다. 그들은 이런 트렌드가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런 세상의 변화에 한국은 깜깜한 편이다. 어떤 벤처투자가는 한국의 대기업사장에게 우버의 기업가치가 현대자동차의 2배라고 설명하자 그가 “세상 말세다”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웃었다. 우버를 일개 택시회사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나온 반응일 것이다.

이런 우버와 무인자동차, 전기차 등의 혁명적인 변화에 한국이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런 혁신을 거부하지 않고 우호적으로 끌어 안는 자세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프트웨어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토요타가 실리콘밸리 리서치센터의 수장으로 영입한 길 플랫박사.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토요타가 실리콘밸리 리서치센터의 수장으로 영입한 길 플랫박사.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심지어 세계최대의 자동차회사인 토요타도 이런 트렌드에 뒤질세라 지난주 향후 5년간 10억불을 들여 팔로알토에 인공지능리서치센터를 만든다는 발표를 했다. 그리고 인공지능분야의 권위자인 미국인 길 프랫박사를 총책임자로 임명했다. 이 길 프랫박사는 이런 말을 했다.”이런 시도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자동차회사중 하나(토요타)를 세계의 톱소프트웨어개발회사중 하나로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토요타는 성공적인 하드웨어회사에 멈추지 않고 소프트웨어기술을 융합시킨 새로운 회사로 변신해서 사회에 공헌할 것입니다. 그것이 내가 토요타에 합류한 이유입니다.”

나는 요즘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우는 시대이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 대기업들도 소프트웨어역량을 키우기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곳곳에 다니면서 하고 있다. 그런데 토요타도 확실히 그것을 깨닫고 있는 모양이다.

한국도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이런 혁신이 한국에서도 나올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정비하고 소프트웨어인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자. 자동차회사에 있어서 부동산에 10조원을 투자하는 것보다 소프트웨어기술에 그런 투자를 하는 것이 휠씬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무인자동차시대가 눈앞에 있다.

/한국일보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글 : 에스티마
원글 : http://goo.gl/c4rbQ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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